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이 Mar 18.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아요?

초등학생 때 어디 사냐는 질문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 가는 길이 같다면 함께 집에 가자고, 괜찮다면 내일부터는 아침에 만나 같이 학교에 오자는 말이었다. 좀 더 커서 대학생이 됐을 때쯤 그 질문은 서로의 중간지점에서 만나 놀기 위한 질문이었다. 강북과 강서가 만나려면 용산이나 서울역에서 강남과 강동이 만나려면 송파쯤에서. 뭐 이런 걸 정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소개팅을 할 때 그 질문은 이 사람과 연애가 가능할지 가늠해 보는 질문이었다. 아무리 젊고 열정 넘치는 때라도 너무 먼 거리라면 자주 만나기 어려우니까 기왕이면 가까이 사는 사람이면 더 좋았다. 어쨌거나 그 질문의 핵심에는 '관계'가 있었다. 너와 내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질문이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며 좀 더 다양한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수는 보험영업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누구를 만나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는지를 꼭 물었다. 학연, 지연으로라도 인연을 만들어 영업을 하던 때의 버릇이 남아있나 보다 생각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세요?'라는 질문의 숨을 의도를 알게 됐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는지를 물으면 그 사람의 경제력을 알 수 있거든. 그거에 따라 공략 포인트가 달라지지."


단순히 학연, 지연이 아니었던 거다. 선배는 재력을 짐작하면 그 사람의 취향을 공략하기도 쉬워진다고 했다. '자 가세요?' 혹은 '어떤 차를 타세요?'라는 질문은 대놓고 속물 같아 묻기 어렵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세요?'는 비교적 쉽게 물을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고. 아직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던 때라 의미가 한 번에 와닿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질문의 속뜻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건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을 때였다. 일을 하며 만난 일본사람들은 늘 '한국 어디에서 왔어?'를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서울'이라고 대답하면 하나같이 놀라며 말했다.


"너 부자구나!"


말만 서울이지 경기도와 맞닿은 변두리 촌동네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그래도 서울은 한국의 수도잖아.' 라며 여전히 놀라워했다. 지방으로 이사한 후로는 평생을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제법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서울'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 화젯거리였다. 그들에게 '서울'은 곧 강남구나 용산구처럼 부촌만 존재하는 듯했다. 내가 살던 서울은 지하철 노선도에서도 저 끄트머리에 있는 00역 근처라고 말하면 어딘지 잘 모르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서울은 서울이잖아.'라며 조금 다른 시선으로 쳐다봤다. '서울'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워할만한 일이 수도 있다는 처음 알았다.


결혼해서 서울, 경기도, 지방 다시 경기도를 순회하며 여러 도시에서 살아본 나는 이제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의 숨은 뜻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검색 한 번으로 아파트 시세를 누구나 알 수 있는 요즘은 그 질문의 힘은 더 강력하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자산가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내 상황과 비교도 가능하고. 어른들뿐 아니라 요즘은 아이들도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에 따라 편을 가른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으니 어디 사냐는 질문은 이제 순수하게 관계만을 위한 질문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냐는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계산기를 통제하기가 어렵다. 상대도 나와 똑같은 잣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는지를 말하기가 꺼려진다. 이건 내 자격지심일까?


이제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는지를 묻는 대신 무엇을 물어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