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 맞는 아파트를 정했지만 좀처럼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드물게 하나 나온 매물은 집주인이 인테리어에 신경도 많이 썼고, 관리도 잘 된 집이라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집주인 앞으로 융자도 좀 있을뿐더러 2~3년 안에 매매계획이 있다는 거였다. 그동안 전세살이를 하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집주인의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한 우리는 선뜻 계약서를 쓰지 못했다. 어떻게든 새 학기 시작 전에는 이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중 부동산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집주인이 주재원으로 미국에 나가있는 동안 세입자를 구하는 집이라고 했다. 이사날짜도 맞고, 집주인의 경제적 상황도 나쁘지 않은 상태. 일단 집을 둘러보고 어지간하면 계약을 하자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다.
이전에 봤던 집과 평수와 구조도 똑같고, 같은 동 같은 호수라 일조량도 비슷한 집이었는데도 막상 집을 보니 완전히 달라 보였다. 거실, 욕실, 안방, 주방 모든 곳이 칙칙하고 관리가 잘 안 된 집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부동산에서는 집주인은 틀림없는 사람이라며 안전한 전세니까 믿고 계약해도 된다고 서두르는데 결정이 망설여졌다. 좀 생각해 보겠다며 시간을 벌었는데 마침 살고 있던 집이 나갔고 이사날짜가 정해졌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간이 온 거다. 마음은 급해지고 매물은 더 이상 없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보, 다른 건 몰라도 카지노 게임 추천는 새로 하면 어때? 집이 좀 칙칙하고 어두운 게 카지노 게임 추천라고 밝은 색으로 하면 좀 나을 것 같던데......"
"카지노 게임 추천인데 뭐 하러. 오래 살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얼마나 살게 될지도 모르는 남의 집에 굳이 내 돈 들여 카지노 게임 추천를 하는 게 아깝긴 아깝지.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동네 인테리어 업체에 문의해 보니 적어도 1~2백은 써야 했다. 머리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에는 계속 '그럼에도'가 남아 갈등했다.
그때 어느 건축가가 쓴 에세이에서 이런 말을 발견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와 장판을 새롭게 하고 싶은 근원적 이유는 카지노 게임 추천와 장판이 실제 내 피부와 접촉하는 가장 촉각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곱씹어보면 알 것 같기도 했다. 바닥은 매일 내 발바닥이 접촉해야만 하는 땅이고, 다른 곳이야 물청소로 어느 정도 흔적을 지운다고 해도 벽지는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러니까 내 피부가 닿는 카지노 게임 추천와 장판만은 다시 하고 싶다는 뜻 아닌가. 이 글을 읽으니 이제는 카지노 게임 추천뿐만 아니라 장판까지 새로 하고 싶어질 때, 뒷문장에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건축가는 촉각은 심리,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주는 감각인데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접촉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집'이라고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장판이 아니라 빨래를 하고, 음식을 하고, 청소하고, 목욕하고, 가족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촉각의 중심이라고.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게 나에게는 그 말이 '지금 카지노 게임 추천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진짜 안정감을 주는 접촉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 관계와 일상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내가 만들고 싶은 밝은 햇살이 드는 따뜻하고 포근한 집도 물리적 공간의 의미라기보다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뜻하는 게 맞았다. 그건 카지노 게임 추천지의 색깔과는 무관한 일이다.
이렇게 정신승리를 하며 여차저차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이삿날이 되었다. 모든 짐이 빠지고 텅 빈 집을 보는데 '이 집이 내가 봤던 그 집 맞아?'라는생각이 들 만큼 주방까지 깊게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환하게 빛나는 거실과 구석구석까지 따뜻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배경이 문제가 아니라 어수선했던 소품이 문제였구나.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최고의 인테리어는 '역시 정리구나' 싶었다.
물론 집주인의 흔적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어서 벽걸이 TV를 걸어놓았던 자리에 뻥뻥 뚫린 구멍은 좀 보기 흉하지만 '같은 자리에 TV를 놓아 가리면 되지 뭐.'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나의 아량에 스스로 감동하며 내 집 마련을 할 때까지는 일단 돈을 아껴모드에 돌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