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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Apr 17. 2025

ep.2 우리 집에 카지노 게임 광인이 산다.

카지노 게임가 대체 뭐라고

2n년 이상을 덕후로 살아온 사람으로서어쩌다 이런 집에서 내가 태어났을까 싶었다. 보통 덕후들은 덕질 DNA를 타고난다는데, 나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중뭐 하나를 진득하게 좋아하거나 그런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좋으면 음~ 좋네 끝. 나빠도 별로네~ 끝. 좋으면 "미친 개좋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아서 좋아 미쳐버리겠다!!!!!!!", 싫으면 "아 극혐;; 진심 살면서 다신 상종하고 싶지 않네요" 하는 나와는 12광년 떨어져 있는 듯한 가족들을 보며.. 대체 이 유전자는 어디서 유래한 거야? 했던 거다. 그의 카지노 게임 광인 모먼트를 발견하기 전까진.


여기서 말하는 그는 아빠다. 아빠는 카지노 게임를 좋아한다. 아니, 정정하면 카지노 게임를 사랑하고 카지노 게임에 집착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독 남자들이 미치는 메뉴에 대해 익히 알고 있긴 했다. 오죽하면 오피스 상권 근처에서 제육볶음, 돈가스, 국밥 이 셋 중에 하나만 골라서 팔아도 안 망하고 오래간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까.그 표본 집단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우리 아빠 역시 모든 메뉴들을 좋아하지만 카지노 게임를 더 좋아한다. 특히 돼지고기가 들어가 기름에 김치가 투명하게 익을 정도로 고아낸 카지노 게임. 다른 집 엄마들이 집을 비울 때 사골국을 끓인다면 우리 집은 무조건 카지노 게임가 한 냄비 남아있었고, 최근 주방의 주인이 된 나 역시 저녁때가 다가오면 관성처럼 카지노 게임를 끓인다.


솔직히 요리하는 입장에서 카지노 게임는 스킬이 필요한 어려운 메뉴는 아니다. 잘 담근 김치와 육수와 취향에 맞는 부재료만 있으면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김치도 팔고 코인 육수나 육수팩도 팔고 그것도 정 귀찮으면 레토르트 사골국도 파니 그걸 냅다 부어 재료를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끓이면 끓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찌개의 특성 역시 치트키다. 하지만그 모든 장점을 상쇄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냄새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는 거다. 회사를 다닐 때도 라면 사리 먹겠다고 오랜만에 카지노 게임 집에 다녀오면 하루 종일 머리칼이고 옷이고 냄새가 배어 곤욕스러웠는데, 집에서 끓인 카지노 게임? 앞마당 가마솥에서 끓이지 않는 이상 아파트 사는 사람에겐 지옥 그 자체다. 가뜩이나카지노 게임 자체도 별로 선호하는 편도 아닌 내게 카지노 게임를 끓이는 날은 온 집안을 환기시켜야 하는 날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그럼에도 카지노 게임를 끓이는 이유는 밥을 먹는 아빠의 반응이 다른 걸 알기 때문이다. 큰 키와 달리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은 아빠는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음식을 내어놨을 때와 카지노 게임를 내어놨을 때 먹는 속도나 반응의 편차가 크다. 이 정도면 우리 조카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까지 포용하는 걸 사랑이라고 해두자. 여하튼, 매일 색다른 걸 해줘도 반응이 뜨뜻 미직지근하다가 카지노 게임 한 날에 식사 속도가 빨라지는 걸 보면 그냥 다 됐고 카지노 게임만 하자..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며칠 전엔 김치 세 조각, 고기 한 조각 정도 남은 카지노 게임를 두고 그냥 버려도 될지, 남겨두면 드실 건지 물어보자 한 끼 먹긴 충분하다며 남겨놓으라는 말까지 하더라. 그대로 내놓긴 뭐 해 결국 기출변형 느낌으로 부대찌개에 섞어 잘 먹긴 했으나.. 어쨌든 베이스는 카지노 게임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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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아빠에게 카지노 게임는 뭘까. 내가아이돌을 좋아하는느낌은 확실히 아니다. 왜냐하면 아빠는 카지노 게임에 색다른 변신을 기대하지도 않고, 카지노 게임가 뭔갈 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식탁에 올려지면 있는 그대로 즐기고 깔끔하게 물러난다. 어찌 보면 이게 참사랑인가 싶기도. 아빠의 소울푸드인가?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 게, 소울푸드는 힘들 때 절로 손이 가거나 얼마든 먹어도 행복한 음식 느낌인데 카지노 게임를 먹을 때 아빠는 대단히 행복해 보이거나 즐거운 기색도 아니다. 그냥 묵묵히 밥을 먹는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인가. 언제든 손 닿는 자리에 있고 다시 만났을 때 요란스러운 반가움보단 옛 기억을 회상하며 뭉근히 전해오는 온기를 나누는 그런 존재. 누군가에게 전하긴 민망하고 남겨두긴 불편한 하루를카지노 게임로 달랠 수 있다면야.. 미세먼지 그까짓 거 좀 마시면서 한 솥 끓여놓을 수 있지 흠흠.


오늘은 반찬을 또 뭐 하냐!!!! 하며 공격 태세로 냉장고를 열어도 결국 꺼내는 건 김치통, 조금의 삼겹살, 파와 양파쯤이다. 아빠는오리지널을 선호하기 때문에 참치캔이나 파김치 등으로 베리에이션을 주는 순간 탈락되어 내가 다 먹어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가기에..탈선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 멸치 육수에 김치와 삼겹살을 넣고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한 후 파, 양파 등을 탈탈 털어 넣는다. 지금은 좀 밍밍해도 두 번쯤 더 끓이면 내가 기대하는, 아빠가 기대하는 그 맛이 날 거다. 그때쯤 베란다와 창문을 열고 공기청정기를 켠다. 오늘의 카지노 게임는 아빠의 어떤 하루를 기름기로 쭉 내려줄까. 부디 그 기름으로 용해되는 정도의 무거움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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