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01.
내 돈과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30대가 되어 열심히 덕질에 매진하는 올해는 완전체 콘서트를 넘어 개인 팬 미팅에도 열심히 출석하고 있다. 생일쯤 열리는 그대들의 팬미팅을 기다리며, ‘올해는 어떤 컨셉일까, 언제일까, 어디서 할까’를 연신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그대의 팬미팅 포스터를 보며,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DanSchool이라는 팬 미팅 타이틀 뒤에 카지노 게임을 입은 그대의 모습을 업무 중에 슬쩍 본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아랫입술을 꽉 물고선 속으로 연신 “미쳤다”와 함께 감탄을 내질렀다.
학교와 카지노 게임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그대를 ‘아이돌’로 바라보며 날리는 주접이나, 아이돌들이 한다는 릴스와 쇼츠를 요청하면 우리에게 그대의 나이를 다시 인지시키려는 그대였다. 그런 그대가 시간을 거스르는 미모와 함께 카지노 게임을 입고 팬 미팅을 알려왔다. 신난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고, 회사에서 붕붕 방방 들뜬 마음으로 실실 웃으며 업무를 했다. 얼른 퇴근길에 올라, 이 들뜬 마음을 덕친과 함께 나누며, 포스터를 요리조리 확대해서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곧 욕심과 기대가 밀려왔다. 카지노 게임을 입은 그대의 모습을 화면 밖의 실물로 보고 싶어졌다. 제발, 이왕 포스터 찍을 때 용기 내서 입은 카지노 게임을 한 번 더 입고 함께 해주길 바라고 바랐다. 들뜬 마음은 어디까지 붕붕 날아가려는 것인지, 그대의 카지노 게임과 함께 우리에게도 카지노 게임이 드레스코드이길 바라게 했다. 다 같이 카지노 게임 같은 스쿨룩을 입고 Dan School에 입학한 학생이 되면 재밌겠다 싶었다. 아직 예매하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내 마음은 공연장에 가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대와 함께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날, 나는 스쿨룩으로 집을 나섰다. 카지노 게임 바지 같은 짙은 회색의 슬랙스를 입고, 위에는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스웨터를 입고선 마법 학교에서 나온 전학생이 됐다. 학생 같은 옷을 입으니, 영락없이 아이돌을 쫓는 10대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컨셉으로 꾸미고 나와서, 내가 사랑하는 그대를 보러 가는 것을 더하니 다시 또 붕붕 날아다닐 것처럼 신이 났다. 이번 팬 미팅을 기념하며 포토이즘에 나온 그대와 함께 나의 들뜬 모습을 담아냈다. 카지노 게임을 입은 그대 옆에 그리핀도르 전학생이 된 모습으로 찰칵찰칵 함께 사진을 찍고 나니, 정말 그대와 함께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도 들렀다 나온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의 판타지를 시작했다.
공연 시작 시각이 조금 지나, 지각생 컨셉으로 카지노 게임에 가방까지 야무지게 멘 그대가 뒤에서부터 후다닥 뛰어나왔다. ‘선생님 아직 안 오셨지?’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그대를 바라보며, 다시 감탄했다. 컨셉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렇게 완벽하게 컨셉을 소화하는 모습은 치명적이었다. 오늘 우리는 그대의 후배이자, 세계 최강 베스트 프렌드인 ‘세최베’가 됐다. 우리는 같은 학교 학생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자면서도 친구는 안되고 ‘선배’라고 하라는 그대였다. 그런 우리의 덴 선배는 후배 사랑을 참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줬다. 책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코너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우리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허밍으로 그대에게 노래 문제의 힌트를 주는 우리를 보며 빵 터져서 크게 웃는 그대의 모습. 게임에 성공했지만, 후배들을 위해 부끄러워하면서도 최신의 릴스를 재연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남겨줬다. 그리고 댄스 동아리 컨셉이 되어 청량함을 한가득 터뜨리던 나의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우리한테 들려주고 싶은 가사가 있다며, 조심스레 떨리는 목소리로 후배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 세상에 다시 없을 완벽한 선배가 되어, 그대는 오늘 하루 나를 완벽한 판타지 속에 살게 했다.
오늘 하루 선배가 돼 준 나의 아이돌 그대여, 카지노 게임 나이가 마흔을 넘어가고 있다고 해도 내 마음속에서 그대는 이 십 대나 다름없는 아이돌이다. 시간이 아무리 빠르게 지나가도, 카지노 게임 모습이 아무리 변해도 나에게 각인된 카지노 게임 존재는 변함이 없다. 그러니 그대에게 나이가 어떠한 한계가 되지 않길 바란다. 빼곡한 회색빛 현실 속에서 그대란 존재는 나에게 언제나 카지노 게임 그 자체이니, 형형색색으로 빛나주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