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친구들 얼굴은 활기차 보인다. 배낭을 짊어지고 소풍가는 학생들 마냥 관광버스 안으로 속속 집결했다. 반세기가 지난 친구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허물없고 정답다. 이번에는 서천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지역축제기간에 맞춰 주꾸미 정식으로 점심 먹고 동백군락지에서 추억 만들기라며 동창회에 많이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다. 인생도 사계 四季로 나누면 우리는 늦가을을 향하고 있다. 밖에는 봄비가 바람을 타고 내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스쳐가는 들판에는 겨울지난 황량한 잿빛 모습 속에 봄이 잉태되고 있다. 창밖에 비친 모습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려 준비 중이다. 나뭇가지에 푸른 싹을 틔우려 싹눈이 머물고 있다.
친구들의 얼굴들은 각자 살아온 연륜이 다르기 때문에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삶의 무게에 눌려 힘들게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난 친구들도 있다. 같이 살면서 배우자로부터 치유하지 못한 상처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친구들도 있다.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몇몇 친구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지친 생의날개를 접고 가족들을 남겨둔 채 삶의 여정을 뒤로하고 지름길을 택해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들도 있다. 꽃피던 봄날 같은 세월도 경제적 궁핍함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특별한 기억이 없다. 자녀들이 성장해서 부모의 곁을 떠나자 이제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우리들은 사회의 중심에서 비켜나서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산업화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살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삶의 언저리로 밀려나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스스로 활동 할 수 있을 때 모임에 참석하자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자기 삶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잘난 자도 못난 자도 없고 지배자도 피지배자도 없는 동일한 선상에서 하루를 마음 놓고 즐기는 동창회다. 열심히 사는 방법만 알았지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을 더듬으며 우리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서천 마량포구에 도착하자 음향기에서 흘러나온 음악소리가 요란하다. 축제를 위한 무대가 설치돼있고 주변에는 지역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무대 위에는 가수들이 나와서 부르는 노래에 맞춰 흥을 돋우는 관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친구들이 무대 앞에 뛰어 들어가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춘다. 어디서든지 스스럼없이 어울릴 줄 아는 친구들의 모습이 넉넉해 보인다. 빨간 무대의상을 하고 난타공연을 하는 중년여자들의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추위를 느끼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티셔츠에 얇은 빨간 치마를 입고 신들린 듯 공연하는 그녀들의 공연은 수준급이다.
무대 옆에는 고대 잉카문명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남미사람들이 전통악기로 연주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모자와 민속의상으로 치장하고 온몸을 흔들며 1970년대에 사이먼과 가펑클이 불러서 크게 히트한 ‘엘 콘도르파사’를 연주한다. 슬픔과 애환이 서린 연주는 그들 조상들의 억눌린 영혼을 빗질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던 잉카제국이스페인의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에게 허망하게도 하루아침에 정복당한 후 제국의 수많은 황금을 약탈당하고 만다. 잉카제국의 황제는 정복자에 의해 처형당한다. 고난의 역사를 살아야 했던 인디오들의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안데스 음악은 영혼을 뒤흔드는 슬픔과 한을 악기로 연주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탐욕스런 정복자에 희생된 황제의 영혼이 콘도르라는 새가 되어 잉카인들을 지킨다는 전설을 그들은 믿고 무료 카지노 게임. 그들은 이국땅의 지역축제에서 자기들 민속 문화를 알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 연주무대 옆에는 남미전통 액세서리와 수공예품을 펼쳐놓고 판매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마량리 동백길을 올랐다. 동백꽃은 마량포구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찬바람을 맞고 피어난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동백숲을 무리지어서 거닐었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 잔뜩 웅크렸던 동백나무도 아름다운 붉은 꽃을 매달고 무료 카지노 게임. 바닥에는 시들지 않은 꽃송이가 빨간 꽃 속에 노란 꽃술을 안은 채 땅위에 함초롬히 누워무료 카지노 게임. 땅위에 붉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 것처럼 애달파 보이는 시들지 않은 동백꽃이 처연해 보인다. 산위에 ‘동백정자’가 나무들의 지킴이 마냥 우뚝 서무료 카지노 게임. 쉬어가는 관광객들의 휴식처가 된다. 산 아래 마량포구에는 부둣가에 배들이 정박해 무료 카지노 게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마량포구다. 포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비릿한 갯내음이 마량포구의 정취를 안겨준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낚싯배가 세월을 유랑하듯 천천히 바다 쪽으로 향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방파제 쪽에는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낚싯줄을 물에 담그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무료 카지노 게임.
우리들은 저마다 한 아름씩 추억을 안고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에는 그쳤던 봄비가 다시내리기 시작한다. 비온 후 맑음이 있듯 우리들의 삶에도 비오는 날도 있었고 바람 부는 날도 겪었다. 이제는 인생의 석양 길을 향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비온 후 맑음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남은 삶은 땅위에 떨어져도 아름다움을 상실하지 않은 동백꽃처럼 살기를 약속하며 다음만남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우산위에 툭툭 떨어진 빗방울이 바닥에 누워있는 동백꽃처럼 구슬프게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