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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애 Mar 25. 2025

카지노 게임 멋져

갑자기 TV가 고장 났다. 18년이나 썼으니 당연한 상황이긴 하다. AS센터에 연락해 보니 우리 TV는 부품이 없단다. 새로 사야 한다.

인터넷에서 TV를 검색해 보는데 모르는 용어 투성이다. 쉽게 고를 수 없어 딸아이와 매장에 나가서 살펴보기로 했다. 본래 우리가 구매하기로 했던 TV 카지노 게임이 있었지만 다른 카지노 게임 매장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먼저 방문한 매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카지노 게임은 아니었지만 특별 가격으로 싸게 나온 것이 있어서 끌렸다. 거기에 직원이 밝은 인상으로 친절하게 대해주니 더 관심이 갔다. 이제 막 카지노 게임을 살펴보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소개한 카지노 게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기꺼이 허락해 주며 구매 의사가 있다면 전화하라고 명함까지 건넨다.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는데도. 흐뭇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오면서 이 카지노 게임도 적극 고려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매장에 가보니 우리가 마음에 두고 있었던 카지노 게임이라 그런지 눈에 쏙 들어왔다. 안내하는 자리에 앉자 직원이 자료를 가져와서 카지노 게임 설명을 한다. 우선 TV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하니 화질과 관련된 용어부터 설명을 해 준다. 설명을 듣다가 같은 카지노 게임인데 화질만 다른 것인지, 화질이 다르면 전혀 다른 카지노 게임인지 궁금해 물어보니 전혀 다른 카지노 게임이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말을 건넨다. 몰랐음을 인정하고 설명을 듣는데 직원이 건네는 안내문에 ‘구독’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TV도 렌털이 있는가 보다 싶어 구독과 구매 중 어느 것이 좋을까 물어보니 비교해서 설명을 해 준다. 구독이 가격이 싸긴 하지만 카드를 7년간 써야 하는 조건이 있다. 기존에 주로 쓰는 카드가 있기에 따로 만들기도 그렇고, 긴 시간 써야 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난색을 표하자 한 달에 30만 원은 쉽게 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동네 사람들 보면 기본 몇백만 원씩 쓰는 거 같더라며.

아무래도 구독보다는 구매가 나을 듯해 구매 쪽으로 정보를 듣고 나오는데 직원의 태도가 뭔가 떨떠름한 느낌이다. 사실 대화하는 중간부터 직원의 태도가 변한 것은 느끼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설명을 듣던 중 내가 카지노 게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어본 시점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겠다고 인사를 하고 매장을 나오는데 뚝뚝하게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넨다. 흠....

매장을 나오자마자 같이 간 딸아이가 직원의 태도에 컴플레인 걸어야 한다며 흥분한다. 손님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나를 무시했다고? 언제?”

“화질이 다른 것은 전혀 다른 카지노 게임이라고 말할 때,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카드를 수백만 원씩 쓴다고 말할 때, 나 그때부터 말 안 했잖아. 여기서는 절대 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엄마 속상하지 않았어?”

“난 무시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내가 카지노 게임에 대해 몰라서 알아보려 나온 거니 부끄러울 것 없고, 카드에 대한 이야기는 수백만 원씩 쓴다는 그들보다 내 삶이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 크게 걸리지 않았는데? 내가 무시당할 만한 상황이 아니니 속상할 일이 없지. 다만 직원의 태도가 껄끄러운 것은 느꼈는데, 카지노 게임을 찍는 것을 보면서 정보조사만 하러 온 것이란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긴 했지.”

“와, 카지노 게임 멋지다! 자존감 대단해.”

“그런가? 그러니 너도 마음 풀어, 다시 볼 사람 아닌데 마음에 담을 필요 없어. 만약에 그 사람이 진짜로 나를 무시했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깜냥이 그만큼이라 생각하면 되는 거고. 그래도 영업직인 그 사람의 태도가 아쉽기는 하다. 그치?”

“그러니까, 그 사람은 컴플레인감이라니까, 사람 잘 만난 줄 알아야 해.”

딸아이는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집에 돌아와서 제 언니에게도 일러바치는데(?) 큰아이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건네는 말,

“우리는 카지노 게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나 봐.”

오늘 내가 좀 멋졌나? 큰아이의 칭찬까지 들으니 조금 우쭐해진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족한 점이 늘어가는 시점이라 나의 자존감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오늘 보니 열등감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지금 나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보다.

TV는 온라인으로 구매하였다. 그 직원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카지노 게임을 고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냥 감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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