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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재오 Feb 07. 2025

프롤로그

[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0-0


2035년 2월 4일, 미국-멕시코 국경


산 이시드로(San Ysidro) 검문소는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국경 중 하나다. 그곳에 203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엘리엇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로서는 직접 차를 몰아 국경을 넘는 것이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긴 했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그의 얼굴이 측은하리만큼 헬쑥해진 것은 아니었다.카지노 게임 추천 조바심을 내며 연신 뒷좌석을 힐끔거렸다. 그가 모는 차의 뒷좌석에는 손잡이가 헤어진 낡은 보스턴백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가방 안에서는 규칙적인 간격으로 윙윙거리는 진동음이 새어 나왔고, 가느다란 전원선이 12V 시가잭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필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옆 차선에 있던 도요타 캠리가 '임의 수색'에 걸렸다. 황토색 유니폼을 입은 국경 대원이 승객들을 내리게 한 뒤 차량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윤기 나는 갈색 털의 셰퍼드가 날카로운 콧등을 차량 밑으로 들이밀며 바퀴를 하나하나 돌았다. 도로로 쫓겨난 승객들은 차로 만들어진바다에 표류하게 된 사람들처럼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곁눈질로 그들을 살펴보던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도 긴장이 되는지 핸들을 손가락으로 연속해서 두드렸다.


그때, 차량 내부 모니터로 국경 심사 대원이 영상통화로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는 알림 문구가 떴다. 비대면 심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카지노 게임 추천 그제야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잠시 숨을 고르고,흔들리는 손으로 승인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안경을 쓴 40대 중반의 심사관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님. 멕시코는 어쩐 일이십니까?"

"티후아나 종합병원의 에스타반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를 만나러 갑니다. 학회에서 공동으로 발표할 연구 때문이에요."


심사관은 화면 밖 어딘가를 보며 서류를 확인하는 듯했다.

"네, 카지노 게임 추천님. 확인되셨습니다. 며칠 정도 체류하실 예정인가요?"

"일정은 따로 상의하지 않고 떠났습니다만, 이르면 오늘 돌아올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님.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워낙 요즘 검문이 강화되어서요."

“이해합니다.”


심사관은 곁눈질로 주변을 확인하더니 화면으로 얼굴을 바짝 대고 박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박사님. 노벨상 수상축하드립니다. 이제 곧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심사관의 말을 듣고잘못을 들킨 아이처럼 깜짝 놀랐지만,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사람의 영혼을 보존하는 기술이 개발되다니….전 정말 감격했습니다. 어이쿠, 제가 너무 시간을 뺏었네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모니터가 꺼지고 차단기가 올라가자, 카지노 게임 추천 느릿느릿 검문소를 통과했다. 멕시코 검문소는 인터뷰도 없이 자동 신원확인 시스템만으로 순식간에 입국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검문소를 벗어나자, 도로는 한적해졌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가 티후아나 종합병원으로 제대로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율주행 모드로 바꾼 뒤 등을 시트에 깊숙이 파묻었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치고 안경도 닦았다. 선바이저를 내려 거울로 머리를 정돈하고 주위를 한 번 더 살폈다. 그리고 뒷좌석의 가방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마가렛,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왔어. 금방 새 몸에 넣어줄게."




6개월 전,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의 부인 마가렛이 오랜 투병 끝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소박한 장례식이었지만, 생전 그녀의 따뜻한 성품 때문인지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와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들은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홀로 남은 노령의 과학자가 걱정되니 자주 찾아오겠다는 친절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하지만 그레이브스 박사에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사실 마가렛의죽음이 임박한 순간, 그는 아내의 영혼을 몰래 분리해 자신이 개발한 '영혼 보존 챔버'에 보관해 두었다.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동의도 없이 '유령처럼' 영혼을 보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가렛은 그레이브스 박사에게 실망과 분노, 저주를 쏟아냈다. 하지만 마가렛도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 고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영혼만으로 현실에 물리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파크 사티 박사가 개발한 영혼-기계 인터페이스(Soul-Machine Interface)를 통해 흘러 나오는 자신의 말을 듣고는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리고,그녀의 영혼이 담긴 챔버를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한참을 껴안고 놓아주질 못하는측은한 남편의 모습을 PC에 연결된 웹캠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허나 사실 그레이브스 박사가 마가렛의 영혼을 몰래 남겨둔 것은 지고지순한 순애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영혼 분리·유지 장치로 인해 머지않아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예상했다. 낯선 양자적 구조이긴 하나, 결국 영혼도 피부에 얇게 부착된 시간에 종속된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했다. 뛰어난 과학자들이곧 영혼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마련해내고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법도 개발해 낼 것이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이미 PC나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비물질적인' 사람들과 대화하고 안부를 묻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영혼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을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마가렛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산산이 흩어지게 두는 것은 아무래도 억울했다. 노벨상까지 안겨준 자신의 역작인 '영혼 유지장치'는 어쩌면 마가렛과의 이별을 막기 위해 신이 자신에게 준 선물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마가렛은 살아 있어야만 했다. 반드시.




알려진 대로 분리된 영혼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체의 생체 전위가 50~100mV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에,보조배터리를 단 손바닥만 한 양자 드라이브에 마가렛의 영혼을 보관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영혼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 데이터의 손실을 방지하려면 시간적 흐름(Temporal Flow)은 정기적으로 갱신시켜 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전원선만 연결된 냉장고처럼 방치해 두면영혼 데이터의 활성도가 금세 떨어졌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시간이 정지되고 사고도 멈추어 가는 듯한"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사고가 생긴 뒤엔 데이터 용량도 감소했고 일부 기억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는 영혼이 단순한 정보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의 신경망처럼 시간을 인식해야만 유지되는 동적 패턴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어쩔 수 없이 그레이브스 박사는 마가렛의 영혼이 저장된 드라이브를 정기적으로 컴퓨터에 연결해야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연구실의 네트워크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패킷 전송이 감지되었다. 물론 마가렛이 여전히 살아있는 증거임에 박사는 안도했으나,연구실에서 점점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데이터 전송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마가렛의 영혼을 보관할 곳을 찾는 문제가 시급했다.




그레이브스 박사는 고민 끝에 다른 사람의 몸에 마가렛의 영혼을 이식하기로 결심했다. '영혼 분리-유지장치'를 개발하며 얻은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영혼이 비어 있는 상태'라면 타인의 몸과 결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터였다. 생각해 보면 그리 유별난 기술도 아니었다. 빙의나 환생같이 영혼이 뒤바뀌는 초자연적인 현상은 오래 전부터익숙한 이야기였으니까. 이미 모처에서는 독재자의 영생을 위해 실제로 실험을 시도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친분 있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적절한 피실험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본인의 가설에 따르면 감금증후군 환자가 가장 적합했다. 물론 피험자의 영혼을 강제로 분리해 삭제한 뒤마가렛의 영혼을 이식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가렛이 동의할 리 없었고, 동료 과학자들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또는 마음 편히 뇌사자의 몸을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뇌사자의 경우, 마가렛의 영혼 데이터가 온전히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시간을 인식해야만 유지되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볼 때, 뇌사자의 신체는 영혼이 거주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감금증후군 환자는 전신이 마비되어 있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신체활동이 중단되어 그야말로 몸 안에 '갇힌' 상태로 지내야 하지만, 온전히 의식이 유지되므로 사고가 가능했으며 감각도 살아있었다.그러니까, 영혼이 '시간'을 인지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물론 마가렛과 함께 현실 세계에서 여행을 다니거나 식사를 함께 할 수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영혼이 살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질 때까지만 그녀의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박사는 생각했다. 게다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마가렛이 이식된 '신체'를 피험자 자격으로입원시켜 돌본다면, 연구실의 최신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마가렛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잔인하지만 감금증후군으로 지내는 환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참한 생을 중단시키는 실험이 있다고 하면 기꺼이 참여할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 노벨상 수상자의 새로운 실험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과학자들은열성적으로'자발적인 피험자'를 구해주었다."더 이상 의학적으로 호전되지 않을 상황에서 본인은 더 이상 몸 안에 갖힌 채 지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동의서도 그럴듯하게 첨부된 채로 말이다.다만 그럼에도 그레이브스 박사는 아무에게나 마가렛의 영혼을 이식하고 싶지는 않았다. 되도록 건강한 몸이 필요했다. 자신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시도를 할 것이 분명했고, 그러면 마가렛에게 새 몸을 찾아주기는 더욱 어려워질 터였다. 앞으로 수년 간은 침상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비만하거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지병이 있으면 곤란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찾아준 47세의 중국 여성 '왕 씨 부인'은 거의 완벽했다. 키는 148cm로 작았으나 평소에 앓던 병이 하나도 없었으며, 술 담배 같은 중독적인 것들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했다.HDL이 139mg/dl 나 확인될 정도로 심혈관 상태도 뛰어났다. 다만 치아 상태는 좀 불량해서 발치가 되었거나 발치를 해야 할 것들이 좀 있었고, 반복된 육체 활동 탓에 관절 상태는 썩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몸으로 등산을 할 것은 아니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는4년 전 멕시코로 밀입국하여 식당 설거지와 야간 빌딩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며 티후아나에서 살아가다 3개월 전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뒤통수를 세게 부딪쳤지만, 처음엔 가벼운 두통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걸어서 집으로 돌아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틀 뒤부터 갑자기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고,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의사소통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호흡도 스스로 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로 입원했다. 최종적으로, 그녀는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 LIS) 진단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멕시코에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었고 당연히 보험도 들어둔 게 없었다. 중국에 있다는연고자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아마 병원 입장에선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병원비가 골치가 아팠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그녀는 답답한 몸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으리라. 혹은, 병원에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안타까운 사정의 왕 씨 부인으로 결정한 뒤, 그레이스브박사는 이식할 영혼이다름 아닌 '마가렛'이라는 점을로하스 박사에게고백했다. 로하스 박사는멕시코 억양이 짙은 영어로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사모님'의 실험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말을 전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 저명한 노벨상 수상자와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에 들뜬것처럼 보였다.그의 연구실은 작고 허름했다. 책으로 빼곡히 점령당한그의 책상에서는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그레이브스 박사는 이 일을 마치고나면 로하스 박사를 샌디에이고로 불러 자신의 연구팀에 넣어주리라 다짐했다.


"닥터 로하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님, 별말씀을요. 최초로 타인의 몸에 영혼을 넣는 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무래도 마가렛을 이식하는것이라 학계에 발표는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이구,제가 그런 욕심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님께 연락드린 게 아닙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든 낡은 가방을 흥미로운 눈빛으로쳐다봤다.


"저 작은 가방 안에 마가렛 여사님의 영혼이 들어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양자 메모리(Quantum Memory)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용량이 얼마나 되나요?"

"40페타바이트(PB) 정도 됩니다."

"역시 디파크 사티 카지노 게임 추천님의 주장대로네요. 어라,그러면 뇌 저장된 기억 용량과 거의 비슷하네요?"

"그렇습니다. 아마 내용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쑥스러운 듯 콧잔등을 만지작거리며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살짝 궁금했던 게 있었는데….왕씨 부인의 몸에 사모님의 영혼이 들어가면, 원래 뇌에 있던 기록들은 덮어쓰기(overwrite)가 되는 걸까요?"

"중요한 질문이에요. 저도 그게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하지만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기억을 편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영혼이 아마 우선하게 될 걸로 짐작합니다."


"어, 그러니까 마치 '아바타'에서 제이크가 나비족의 몸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의식과 기억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처럼요?"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싱긋 웃으며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어깨 위에 부드럽게 손을 올렸다.


"제이크 설리가 될지, 아니면 '겟 아웃'의 크리스처럼 될지확인해 보러 함께 가시죠."

"네, 카지노 게임 추천님, 카지노 게임 추천님이 말씀하신 대로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영혼을 분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패러데이 케이지 구조로 만들어진 중환자실은 창문 하나 없이 작은 환기구로만 밖과 연결되어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모를 오염을 대비해 영혼이 비워진 몸은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된 채 관리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왕 씨 부인을 빙 둘러싸고투명한 텐트처럼 생긴 전자기 필터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었다.병실 내부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영혼 데이터가 그녀의 몸에 작용해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서였다.


주인을 잃은 중국인의 몸은 기관절개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연결되어 숨을 쉬고 있었다. 뇌압을 줄이기 위해 두개골 일부가 제거된 상태라서 정수리 한쪽이 움푹 파여 있었고, 손가락 두께만 한 흉터 위로 겨울철 마당의 잔디 같은 짧은 머리카락이 파르라니 자라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주름살이 타향만리에서 고생한 그녀의 세월을 보여줬다.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인의 몸에 마가렛의 영혼을 이식한다고 생각하니 그레이브스 박사는 불현듯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설과 검증이 너무나도 취약하게 느껴져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가렛의 영혼을 가지고….' 그레이브스 박사는 눈을 질끈 감고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려 했다. 어쨌든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왕 부인의 영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흠흠, 그러니까,동의서를 작성하고 원하시는 날짜에 그냥 그러니까, 흩어졌지요. 장례는 잘 치뤄드렸어요."

침울해진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머리를 긁적이며덧붙였다.


"왕 씨 부인은 차라리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사실….그렇기도 했고요. 강압적으로 그녀의 영혼을 제거한 것은 아니었으니 안심하세요. BCI로 대화할 수 있었거든요. 어렵게 스님을 모셔서 함께 기도도 했어요."


한참을 왕 씨 부인의 '텅 빈' 얼굴을 바라보던 그레이브스 박사는 마침내 결심이 선듯 보스턴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져온 노트북을켜고 마가렛의 드라이브를 연결했다. 잠시 후 모니터에 마가렛이 'hello'라고 인사했다. 그레이브스 박사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 마가렛, 이제 당신을 그때 말한 동양인의몸으로 옮길 거야.

- 휴….알겠어. 이렇게 해야 당신 직성이 풀리겠지?

- 응,아참, 티후아나 대학병원의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많이 도와줬어.

- 감사합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님


그레이브스 박사 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로하스 박사가 마가렛의 인사에 눈을 찡긋하며 미소지었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중환자실 한쪽에 놓인 검은색 장치로 다가갔다.연구실에서 미리 보내놓은 영혼 방출장치가 놓여져 있었다. 드라이브에 저장된 양자 정보를 디코딩(decoding)하고, 현실세계에서 전자기장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빛으로 변환하게 설계된 것으로 기본적인 방식은 다름 아닌 '빔 프로젝터'의 원리와 비슷했다.작은 냉장고처럼 생긴 검은색 장치가 작동을 시작하자, 광 방출 모듈(Photon Emission Array)에서 초록색 불빛이 가느다랗게 뻗어 나와 중환자실 벽을 비췄다.박사는 긴장된 표정으로 병실 내의 전자기장 상태와 전력 상태를 확인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훔치고 마가렛의 영혼이 들어 있던 드라이브를 영혼 방출장치의 슬롯에 삽입했다. 잠시 후 모니터에 '방출 준비 완료'라는 메시지가 떴다.


"양자 데이터를 빛으로 변환시키는 거군요."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경이로운 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방출된 영혼은 신기하게도 알아서 형태도 갖춥디다."

"신체와의 결합에도 특별한 조치는 필요 없다고 하셨지요?"

"자신의 몸과는 그랬습니다. 주인이 달라져도 그런지는…."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꿀꺽 침을 삼켰다.

"이제 확인해 봐야겠지요."


그레이브스 박사는 잠깐 주저하다가 방출 버튼을 눌렀다.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드라이브에 들어있던 마가렛의 영혼과 실시간으로 동기화된 정보를 광입자로 변환시켰다. 정지된 시간 속에 갇혀있던 마가렛의 데이터는 곧 티후아나 병원 7층 구석진 중환자실의 시공간에 맞춰 변동하기 시작했고, 드라이브 안의 데이터를 나타내던 숫자는 곧 0이 되었다.


방출된 마가렛의 영혼은차폐된 중환자실 안을 떠돌다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그레이브스 박사와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가 나지도 않았지만, 자신들의 곁에서 마가렛의 영혼이 떠돌고 있음을느낄 수 있었다. 느낌은 난데없이 서늘한 기분이 들고 소름이 돋고 한기가 도는, 사람들이 일컫는 초자연적 현상과 비슷한 당혹스러운 감각이었다.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방출장치에서 모든 데이터가 현실로 배출되었음을 확인한 그레이브스 박사는 조심스럽게 왕 씨 부인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전자기장 텐트를 걷어냈다. 마가렛의 영혼은 자석에 달라붙는 철가루처럼 왕 씨 부인의 피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텐트를 모두 벗겨낸 뒤, 두 사람은 왕 씨 부인 옆에 서서 초조하게 상태를 지켜보았다. 드라이브에서 마가렛의 영혼이 빠져나간 이상 되돌릴 수는 없었다. 고스트버스터즈의 Ghost Trap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왕 씨 부인의 몸과 결합하지 않으면 마가렛의 데이터를 수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몸에서 반응이 없자, 그레이브스 박사는 초조해졌다. 2분… 5분…10여 분이 지나자 마침내 무표정하던 왕 씨 부인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레이브스 박사는 흥분된 상태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힘겹게 눈을 떴고,검은색 눈동자 속 마가렛의 존재를 그레이브스 박사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옆에서 로하스 박사가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왕 씨 부인은 고전적 잠금 증후군이라 눈은 깜빡일 수 있었어요. 한번 물어보세요."

"마가렛 내 이야기 들려?"


왕 씨 부인, 아니 마가렛의 눈이 깜빡였다. 그레이브스 박사는 환호성을 질렀다. 한참을 왕 씨 부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그레이브스 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로하스 박사에게 부탁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님, 왕 씨 부인과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하셨죠?"

"네, 가능했습니다. 대뇌피질과 같은 기능성 영역은 손상이 되지 않았거든요. 한번 연결해 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 병실 인터폰을 들고 간호사에게 BCI 기계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작은 플라스틱 이동차에 실은 기계를 병실 안으로 들여왔다. 헬멧처럼 생긴 송신기와 노트북이손가락 굵기의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로하스 박사는 기계를 켜고 헬멧을 마가렛의 머리에 씌우며 민망한 듯 말했다.


"저희 병원은 아직도 이런 구닥다리를 써서요.카지노 게임 추천님 연구실에서는 무선으로 다 되지요?"

"네 저희는 무선 신경 인터페이스 (Wireless Neural Interface, WNI) 를 쓰고 있긴 합니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로하스 박사의 부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위로하듯 말을 보탰다.


"카지노 게임 추천님, 이제 카지노 게임 추천님도 번거롭게 유선으로 연결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는 저희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게 되실 테니까요."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 그레이브스 박사의 말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송신기와 연결된 기계 화면에 '신경 인터페이스 연결됨'이라는 메시지가 깜빡였다. 로하스 박사가 병실 구석에 있던 앉은뱅이 의자를 가져와 그레이브스 박사에게 내어주었다. 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하고 키보드를 통해 마가렛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 마가렛, 메시지 볼 수 있어? 몸이 감각은 그대로라고 하던데 불편한 건 없어?

- 오, 엘리엇, 이렇게 당신과 대화할 수 있어 너무 다행이야. 다른 건 몰라도 눈만 움직일 수 있는 건 엄청 답답하긴 하네. 그래도 드라이브 안에서 떠돌던 때에 비할 건 아니지만 말이야. 고마워 엘리엇.


마가렛의 메시지가 화면에 떠오르자, 그레이브스 박사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울먹이는 그에게 로하스 박사가 손수건을 건네며 노벨상 수상자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어느새 로하스 박사의 눈에도 눈물이 어려 있었다.


- 그래 마가렛 걱정하지 말고 왕 씨 부인의 몸에서 당분간 지내. 연구실로 돌아가면당신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해 놨으니까 아마 답답하지 않을 거야. 멕시코에서 환자 반출에 대한 행정절차만 마무리되면 금방이야. 그때까진 우리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님이 당신을 잘 돌봐주기로 했어.

- 오, 감사해요.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님. 제가 엘리엇에게 꼭 보답하라고 하겠습니다.


모니터를 본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어깨를 으쓱하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침대에 누운 마가렛을 향해 말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님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불의 발견 이후로 인류의 최대 업적이에요. 이걸 제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그레이브스 박사 또한 마가렛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에 도취되었다. 언젠가는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는 저 몸에서 마가렛의 영혼을 꺼내 함께 여행하며 노년을 보내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이 기술로 인간은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 난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 과학자야'라는 자부심이 슬그머니 그의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때,마가렛의 메세지가 화면으로 송출된다.


-그런데 엘리엇 좀 이상한 게 있어.

- 어떤 거지?

- 자꾸 왕 씨 부인의 예전 기억이 나에게로 넘어오고 있어. 중국에서의 생활이나, 이곳 멕시코로 건너오게 된 사정, 여기서 고생한 일들….아, 그 기억이 꼭 내 것처럼 느껴져.


그레이브스 박사는 마가렛의 메세지를 읽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뇌에 저장된 기억까지 다 지워야 했던 걸까?' 박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 일시적인 현상일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看,Elliot,我现在也能说中文了。(봐, 엘리엇, 나 이제 중국말도 할 수 있어)


엘리엇은 당황한 얼굴로 로하스 카지노 게임 추천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이 인터페이스에 뇌파를 다른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 주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나요?"

"아뇨, 무선연결도 안되는 구닥다린데요. 뇌에서 보내는 대로 송출만 가능합니다."

"아….그런데, 마가렛이 어떻게 중국어를 쓰죠?"


두 사람은 놀란눈빛을 주고받았다.그레이브스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마음속으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곧이어 모니터에 다시 중국어로 된 말이 떠올랐다.


- 现在王女士的记忆正在浮现,我和你曾经的回忆全都涌上来了,太美了。(지금 왕씨부인의 기억으로 당신과 나눴던 추억들이 전부 소환되고 있어. 너무 아름다워.)




그리고, (투고용 원고로 퇴고하고 있는) 1화로 이어집니다.



갑자기 프롤로그로 되돌아가게 된 점양해 말씀드립니다.현재까지 써놓은 이야기를 좀 더 다듬고 그다음 스토리로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더불어서 바위에 계란 치기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졸작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한번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더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고, 좋은 작품 많이 읽고 많이 배우고, 많이 반성하고, 깊이 고민해서 잘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차후 쿠미코, 폴리나, 제임스, 아키라, S, 엘리자베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시 보여드릴 자신이 선다면 염치없지만 이곳에서 다시 작가님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냥 하는 말씀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 소설은 브런치 작가님들께서 함께 써주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방 돌아올 예정이므로 한분 한분 인사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수정도 브런치 스토리 내에서 할 것이므로 활동은 계속 할 것 같습니다. 한글이나 워드같은 프로그램은밑에 빨간줄이 그여있다 보니 신경이 쓰여서...저는 어색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내주신 관심과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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