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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Mar 11. 2025

정남이 카지노 쿠폰 빚을 떠안겼다.


의도 따위는 없었다. 지지난 주말 카지노 쿠폰과 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결에 이야기했다.

"쌤 수업 이번에 열렸더라? 이제는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게 아니고, 쌤이 직접 강의 여셨는지 인서타에 광고도 뜨더라." (우리 사이에서 쌤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은정 소설가 선생님이다. 나의 쌤은 오로지 그녀뿐이므로, 정남이 대번에 알아듣는다.)

나는 소설가 이은정 선생님의 팬이다. 주변에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은정 선생님 책을 선물하곤 한다. 물론 상대가 독서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하에. 에세이 한 권 출간한 것도 작가라고, 작가 취급을 해주시는 분들은 내게 좋아하는 책을 묻거나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데, 당연히 그때도 이은정 선생님 책을 0순위로 추천한다.


이은정 선생님 소설을 읽으면 어린 시절, 처음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내가 정말 좋아했던 소설가 선생님들의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지닌, 멋진 소설가. 아마 순수 문학의 향기가 나는 탓일 게다.

소설가가 너무도 되고 싶었지만, 나는 도무지 아무리 생각해도 소설가는 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소설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설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가. 나는 원래도 인생의 경험치가 낮은 사람. 투병을 하며 시야와 경험의 폭이 더욱 좁아져 버린 나는 결코 소설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 카지노 쿠폰 소설을 써 보라고 권해준 분이 계시다.

"혹시 소설에 뜻이 있으신가요?"

나는 감히 그렇다고 답했다. 소설가 유 선생님은 내게 내 문장의 강점을 콕 집어 이야기해 주셨다. 아주 오래전 나의 브런치 글을 읽고서, '이런 문장은 신춘문예 심사위원들도 좋아할 만한 문장인데요?'하고 답글을 남겨주신 적도 있다. 자꾸만 나에게 잘 쓴다, 당신은 써야만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

본인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내게 선물로 꼭 사인본을 보내주시는 분. 웅크려 들어 있는 내게, 언제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을 건네주시는 분. 유 선생님은 2012년 00 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시다.

정말 엄청난 이력을 가진 분이 자꾸 나를 인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진짜 스스로 뭐가 된 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나로서는 금방 뭐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야 말지만. 적어도 카지노 쿠폰 어떤 가능성, 티끌만 한 재능은 있다는 마음을 품게 되기에는 충분했던 유 선생님의 칭찬이었다.


내가 쓰는 일로부터 물러나 있거나, 물러날 기미가 있으면 그때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유 선생님은 연락을 주신다. 왜 안 쓰냐고 종용하시면 그때마다 좋아하는 소설가 선생님의 소설입문 강의를 들으려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를 댔었다. 결국 지난여름에 강의 등록을 하였다가 취소가 되었다. 당시에는 인원수 문제로 폐강이 되어 강의비를 되돌려 받고, 당연히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가을, 아버지의 이른 죽음을 겪고, 그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일들을 겪은 후 결국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형편이 허락지 않았다. 우리의 형편이란 대개 금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이번에도 형편이 되지 않아 그냥 넘기려 하다, 정말 생각 없이 정남에게 이야기를 던진 것인데 정남이 대뜸 말한다.

"등록해라. 돈은 얼마든지 내가 줄게. 언제까지 등록해야 되는데? 늦은 거 아니제?"

"내가 갚을 수는 있다, 갚을 수는 있지만은 돈 빌려서 강의 듣는 거는 좀 아니지 않나?"

"그런 식으로는 언제까지고 할 수 없다! 소설 안 쓸 거가! 소설 쓴다며!"

강의비가 얼마든 괜찮으니, 빨리 등록하라고 하는 정남 앞에서 나는 못 이기는 척 강의 신청을 했다.

나는 돈이 없으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굶고 말지, 빌려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세상에 빚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그런데 정남이 강제로 내게 빚을 떠 안겼다. 나중은 없다고, 소설을 쓰는 일을 망설이지 말라고 내게 소리를 치고, 입금을 해 주었다.

빚을 내고 이렇게 웃음이 나긴 처음이었다.


그렇게 지난주, 처음으로 소설 입문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 전날, 너무 두근거려서 밤잠을 다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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