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Jan 21. 2025

카지노 쿠폰 만나요

카지노 쿠폰에게.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오늘 타는 비행기는 얼마 전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사고 비행기와 같은 기종입니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여행상품 취소자가 급증했다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확신 카지노 쿠폰이 아닙니다. 우리의 애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래야 하기 카지노 쿠폰입니다.


한 방송인은 참사 추모글에 '운'과 '감사'를 언급해 여론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타인의 불행에서 나의 다행을 찾고, 끔찍한 사고를 운과 불운의 영역으로 끌어내렸기 카지노 쿠폰이겠죠. 하지만 운이 좋아 살아남았기 카지노 쿠폰에 감사하다고 했던 게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가족과 인사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연했던 출근과 퇴근, 만남과 헤어짐, 기상과 취침 중 하나만 남아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제 브런치 첫 글이 100일 후 죽게 되는 나를 가정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그즈음 부정맥이 심했던 까닭입니다. 그때는 서툰 글만큼이나 죽음과 이별을 대하는 마음도 어설펐습니다. 저의 부재가 카지노 쿠폰의 삶에 엄청 큰 구멍을 만들어놓을 거라는 생각에 분주했습니다. 평소 쓸고 닦고 버리고 정리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에 마음 쓰지 않습니다. 구멍이 생기거나 마는 것, 그것을 메우거나 그대로 두는 것 모두가 카지노 쿠폰의 몫이니까요.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사용법, 밥 하는 법, 빨래하는 법, 개는 법 등을 적어 놓으려다 말았어요. 카지노 쿠폰이 저보다 무식하거나 관심이 없어서 집안일을 안 했던 게 아니라, 제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필요로 하고 원했다면 얼마든 동참했을 이들이라는 걸 알기에 저도 그냥 저의 몫으로 남겨두고 묵묵히 했던 일입니다. 때문에 한 번도 제가 하는 그림자 노동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거나 그것 때문에 서럽고 한탄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지친 적은 있지만, 그럼에도 소명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음과는 달리 꼼꼼하고 알뜰하지 못했던 것은 알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빈틈이었고 대충, 적당히 하던 저였죠. 사람이 다니기에 걸리적거리지 않을 정도만 정리하고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청결했으며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요리를 했습니다. 그러니 저의 부재로 카지노 쿠폰이 크게 불편할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집에는 이제 저만큼이나 오래된 존재가 안방 장롱, 안방 화장실 쓰레기통뿐입니다.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쓰레기통을 말끔히 닦아 놓았습니다. 플라스틱이니까 잘만 쓴다면 누구보다 더 오래 살 테죠. 저를 두고두고 기억하기에 그만한 물건이 없겠습니다.

화분들은 그냥 두세요. 누구에게 주지도 말고 애써 물 주며 가꾸지도 말고요. 부담이 되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생전에 주셨던 마지막 김치를 먹는 순간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는··· 카지노 쿠폰은 나의 무엇을 그리워할까요? 내가 담근 김치의 마지막 포기를 먹을 때? 보리차가 떨어졌을 때? 내가 만든 육포가 바닥났을 때? 걱정 마요. 올해 김장김치는 다행히도 외할머니가 담가준 거랍니다. 보리차는 동서식품에서 나오는 국산 보리차 티백을 끓인 물에 담그기만 하면 됩니다. 육포는... 잊으세요. 하나쯤은 그리운 이의 맛으로 남겨두렵니다.


각종 비밀번호는 핸드폰 메모란에 다 적어두었습니다. 들어가서 해지 또는 폭파시켜 주세요. 브런치도요. 이미 컴퓨터와 외장하드에 백업해 두었으니 혹시라도 필요하면 꺼내 쓰세요. 먼 훗날 저작권료를 받으며 부자가 될 수 있는 작품들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허황된 욕심이지만 꿈꿔봅니다.


그대들을 떠올리면 좋은 것만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게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에요. 잠에서 깰락 말락 할 때 꼼지락거리는 큰아들의 발가락,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 때 코를 찡그리고 입을 삐쭉이다가 입과 코를 한쪽 방향으로 끌어올리며 이상한 표정을 짓는 작은 아들의 얼굴, 나이 오십 먹고도 괴물 포즈를 하면서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오던 아빠의 짓궂음. 그런 장면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으로 그대들을 기억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나와 살과 피를 섞어준 사람들이 카지노 쿠폰이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카지노 쿠폰 만날 테지만 그러지 못할까 염려되어 한 줄 남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