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나 왔어..., 이모!!'
베트남 출신의 워킹맘, 수진이 날 부르는 소리다.
그녀는, 늘 씩씩하다.
베트남 출신답지 않게 한 덩치 하는 그녀의 씩씩함이 때론 무지해 보일 때도 있다.
그에게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중학교 2학년의 아들과, 인형같이 예쁜 5살 딸아이가 있다.
그리고 베트남이 국적인 남편...
공단옆, 원룸이 200여 가구 몰려있는 원룸촌에서 월세를 얻어 4 식구가 살고 있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지는 작은아이가 돌이 채 되지 않은 몇 년 전이다.
자전거를 타고 공단으로 일을 다니면서 늘 밝게 웃고 인사하는 그녀가 보기 좋았다.
늘 내 가게에 들어와서 얼음 가득 아메리카노에 시럽 듬뿍 넣어가는 우수 고객이었다.
한 겨울에도 시중에서 용량이 제일 큰 것으로 보이는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넣어 간다.
그야말로 얼죽아 애용자이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와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사실 없었다.
그저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아기가 이쁘네, 덥네, 춥네.. 이런 일상적인 대화들뿐이다.
코로나 때문이다.
그녀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가 심각해지고, 몇 개월쯤 되었을 때 길을 걸으며 울고 있는 그녀를 봤다.
큰 덩치에 어린아이처럼 눈물콧물 범벅에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수진아! 왜 그래? 왜 울어?'
느닷없다고 말할 만큼 순식간에 소리만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린다.
나라를 잃었나? 부모를 잃었나? 하염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이 무섭기까지 했다.
'일단 들어와, 일단 들어와 봐'
눈물을 쓱쓱 닦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첫마디에 웃음이 날 뻔한 걸 참았다.
'이모, 나 휴대폰 없어. 휴대폰 없어서 큐알 못 찍어'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꺼이꺼이 울다가 한다는 말이 코로나 때문에 생긴 새로운 문화가
걱정인가 보다.큐알 같은 거 안 찍으면 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드는 방송이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녀는 자기가 큰 죄라도 지은 듯 몇 번이고 확인을 한다.
서툰 듯 익숙한 카지노 게임말로...
그녀의 국적은 카지노 게임이다.
어린 나이에 카지노 게임남자와 결혼을 했다. 꿈의 나라 카지노 게임에 오려고...
그녀의 부모는 카지노 게임으로 시집간 딸을 대견해했다고 한다.
잘 생기기까지 한 카지노 게임남성은 시집온 다음 해에 자신을 닮아 너무나 잘 생긴 아들을 보고도,
행복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멀리서 온 어린 아내를 품어줄 넓고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냉정하기만 했어도, 잘 생긴 아들을 보고 참고 살려고 했었다는,
그녀의 서툰 말의 의미를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기적이고 냉정한 그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어린 신부에게 화풀이를 시작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카지노 게임말로 때리고, 돌덩이보다 더 단단한 주먹으로 또 패고, 땀내 나는
양말로 감춘 두 발로 걷어찼다고 한다.
그는 애초에 가정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들을 품에 안고, 남편으로부터의 모든 학대를 막아낸 어린 신부는 살고 싶어서,
소중한 아들과 살고 싶어서 남편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단 한 푼의 양육비도 요구하지 않고, 위자료도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리하여 그녀는 한부모 가정이 되었다.
완벽할 수 없는 카지노 게임말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엄마가 카지노 게임말이 서투니 아이는 말이 늦었다. 라니아예 하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이가 말을 시작한 것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라고 한다.
사실 그녀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한부모 가정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면, 국가에서 제공해 주는
각종혜택과 그녀의 부지런함으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꿈을 찾아오고 싶어 하는 베트남인들에게 홀로 된 그녀는 대단한 기회의 동아줄이었다.
그녀가 혼자가 된 걸 아는 베트남인들은 서로의 연줄을 이어 이어 베트남 남자를 그녀와 역었다.
상처받은 그녀의 삶에 온갖 미사여구로 다가온 같은 나라의 남성은 그녀가 의지하고 싶은 기둥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리고 순진한 그녀는, 오로지 한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만 가능하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악마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감쪽같은 악마의 모습을 감추고 전남편의 아들까지 살뜰히 보살피는 남성의 모습에 그녀는 재혼이라는 것을 했다.
누군가,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 만난다고 했던가?
그녀가 만난 놈은 똥차보다 못한 듯하다. 물리적인 가정폭력만 없지, 말로 하는 언어폭력과 일체의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녀와의 사이에서 딸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딸아이를 낳은 후 그는 자신의 월급은 일체 내놓지 않고 자신의 베트남 가족에게 보내고, 남은 돈은 본인이 관리하며 아내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많지 않은 월급으로 두 아이의 양육과 4 식구의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 것이다.
이전에 쓰다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수진이의 이야기를 쓰다가 저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 가게를 이전하고 그녀를 본 지 오래되었다.
그녀의 신세 한탄을 들으며 딱히 내가 도와줄 변변한 일들이 존재하지 않아 늘 마음이 아팠다.
언어라는 게...
살기 바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야 하는 수진에게, 아이들은 한국말도 베트남 말도 제대로 배우고 익히기 쉽지 않았으리라...
책임을 다하지 않는 같은 나라 출신의 남성과, 학대를 해도 죄책감이 없는 낯선 나라의 전남편의 모진 인생받이가 된 가엾은 엄마인 수진의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오늘은, 거의 1년 만에 헬멧을 쓰고 새로 장만한듯한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그녀의 뛰 꽁무니를 본 날이다.
그녀에게 축복이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언젠가, 그녀의 앞날에 행복한 날들이 가득하길....
카지노 게임이면서 낯선 외국인이 아니고, 베트남 사람이면서 한국사람이 아니고, 엄마 수진이...
여자 수진이... 그냥 행복한 한 사람의 수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