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출근길
밖이 흐리다. 배우자가 창밖을 보더니 말했다.
"비가 오나…? 잘 모르겠네."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어 본다.
"안 오네…"
집을 나섰는데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산을 썼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바닥은 축축이 젖어 있고 공기는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우산을 가져갈까?'
그냥 집을 나섰다. 돌곶이역까지만 가면 문제없을 터였다.
사거리가 한산했다. 사거리 넘어 버스 정거장도 마찬가지로 한두 명 정도만 서있을 뿐이었다.
'버스가 지나갔나 보네.'
오른쪽 길 건너 전봇대 꼭대기를 쳐다봤다. 카지노 게임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는 시끄러우면서도 정겨운 아침이었다.
전봇대 꼭대기 철물에 카지노 게임 한 마리가 앉더니 울음이 요란했다.
"까아아악 꺄아아악, 꺄아아악!"
입에는 분명 나뭇가지를 물었는데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그것도 어찌나 시끄럽게 울어대는지 신기해 보였다. 카지노 게임는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머리를 갸웃갸웃 거리며 울어 댔다.
"까아아악 꺄아아악!"
그러더니 나뭇가지를 투드드득 떨어뜨렸다.
'고생해서 가져온 걸 텐데 왜 떨어뜨릴까?'
카지노 게임는 이제 입을 벌리고 날개를 반쯤 펼쳐 올렸다 내렸다 하며 울어 댔다. 이 모양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함이 일었다.
사거리를 건너 버스 정류장에 섰을 때 ○○○번 버스는 3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전봇대 위 카지노 게임가 날아올랐다. 전봇대 옆 십여 미터 떨어진 곳은 녹지가 두텁게 조성된 곳인데 소나무가 무리 지어 심어져 있었다. 카지노 게임가 날아오른 직후에 소나무 한쪽에서 카지노 게임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
'아!'
전봇대 위 카지노 게임가 그렇게 울어 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카지노 게임는 아마도 수컷. 세찬 울음과 나뭇가지로 자기 자랑을 했고 일차 성공을 한 것이다.
"까아아악 꺄아아악!"
카지노 게임가 힘차게 울어 대고,
"까악 까악 까악."
소나무에서 나온 카지노 게임가 뒤따르며 소리를 냈다.
길 건너에는 이층에서 오 층 정도의 상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중 제일 높은 오 층 건물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들은 그 태양광 패널 끝단에 내려앉았다. 한 마리는 한쪽 모서리에, 다른 한 마리는 반대편 끝 단에.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어색해하는 건가?'
둘이 떨어져 있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까아악 까아악."
"까악 까악."
이제는 서로 동시에 울어 대더니 잠시 쉬고는 다시 울었다.
푸드득. 수컷이 날아올랐다. 암컷도 뒤따라 날아올랐다. 따라가는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는 좀 더 멀리 날아가 다음 정거장 뒤쪽에 있는 교회 첨탑에 앉았다. 교회 첨탑은 한참 높고 꼭대기는 둥근 모양으로 철물이 설치되었고 그 위로 십자가가 솟아 있었다. 카지노 게임들은 철물 위에 앉았다. 이제 그들의 거리는 한껏 가까워졌다. 서로 주고받는 카지노 게임의 울음소리는 작아졌지만 계속되었다.
'여기 어때?'
'음, 튼튼하고 좋아 보이는데 좀 딱딱하네.'
'그래? 내가 폭신하게 만들어 볼 게.'
'정말 그래 줄 거지?'
마치, 이런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수컷이 날아올라 힘차고 멋들어지게 날갯짓을 하며 멀리 카지노 게임져 갔었다.
사거리를 건너며 어제의 긴장 속에 벌어졌던 장면이 궁금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태양광 패널 위에도 저 멀리 보이는 교회 첨탑 위에도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쉽다. 어떻게 됐을까.'
버스정거장으로 걸어가는데 정류장 전광판이 이상했다.
●●●번 차고지. □□□번 차고지. '차고지' 글자는 붉게 번들거리며 진해졌다 약해졌다 불안스럽게 보였다.
'자주 오는 차들인데 웬 차고지…?'
○○○번 차고지!
'아! 버스 파업…'
서둘러 위쪽 사거리로 향했다.
'그냥 지하철역으로 걸어갈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버스가 오겠지'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위쪽 사거리에 다다랐는데 버스정거장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버스가 와도 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별 수 없다, 걸어가자.'
내 앞으로 띄엄띄엄 나와 같이 버스 타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었다. 길은 좁아 2미터 남짓 되었고 가로수가 차지하는 부분을 빼면 1미터 약간 넘는 정도였다. 좁은 길은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웠다.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나와 합류하고 다음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사람들은 늘어났다. 사거리를 일시에 건넌 후 완만한 경사를 오르며 걸어갔다.
오른쪽으로 공사장의 하얗고 높다란 울타리가 섰고 차도 쪽 길가에는 카지노 게임진 가로수의 그루터기가 부직포로 가려져 있었다. 그 길에서 뭉쳐지고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 시꺼먼 뒤통수가 겹겹으로 흔들흔들 물결쳤다.
휴대전화가 울어댔다.
'서울시 시내버스 파업으로 통근, 통학의 불편이 예상됩니다. 도시철도, 무료 셔틀버스,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대문구청]'
여기는 성북구 끝자락이고, 나는 '도보'를 이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