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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Mar 26. 2020

제가 사랑카지노 쿠폰 건 어쩔 수 없이


<소년소녀, 고양이를 부탁해!

박사, 안난초, 윤정미, 이랑, 이원영, 황효진 지음 / 우리학교



나는 “털 있는 짐승과 인간은 같이 살면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카지노 쿠폰 사람을 알고 있다. 정확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같이 사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인간도 털이 있잖아,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맥락을 섞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참아왔다. 참아왔는데 이 멍청한 대꾸를 문장으로 남기고 마는 실수를 지금 저지르고 있지만.


종종 그 말을 내게 하는 사람, 황효진이 <소년소녀, 고양이를 부탁해!에 쓴 글 ‘그러니까 가족입니다’는 털 있는 짐승과 인간은 같이 살면 안 되는 것 같지만 같이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한 길고 따뜻한 대답이다. 이 글에는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들이 삶에 어떤 위안과 행복을 주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고양이 화장실의 위치를 두고 남편과 말싸움을 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예상되듯이 어딜 봐도 고양이에 대한 찬양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한 찬양도 아니다. 그보다는 고양이와(실은 인간과도)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황효진이 며칠 동안 쉬지 않고 회사의 일, 마감, 다른 프로젝트까지 해나가다가 거의 잠도 자지 않고 남쪽 먼 도시까지 갔던 날을 기억한다. 그날 그가 해야 했던 일은 고양이 두 마리를 서울까지 데리고 올라오는 일이었다. 짐은 포장이사를 통해 올려 보낼 수 있지만, 고양이를 그렇게 보낼 수는 없으므로 그는 거의 핏기가 없는 채로 집을 떠났고, 타고난 체력(매우 부러운 부분이다)으로 극한의 스케줄을 버티고 보통이와 보리를 데리고 올라와 새 집으로 짐을 옮겼다. 하지만 황효진은 책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한 문장도 묘사하지 않고, 그다음 날에 대해 이렇게 쓴다.


처음 고양이들과 이사를 했을 때, 낯선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일주일 정도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방을 뱅뱅 돌며 울던 보통이와 보리의 모습을 저는 절대 잊지 못합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은 저에게도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어떠한 예고도 없이 삶의 공간을 바꾸게 된 고양이들은 당시 얼마나 당황하고 무서웠을까요. 각자 다른 존재 넷이 살아가는 데 끊임없는 조율과 노동과 에너지 소모와 갈등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기 어려운 고양이가 아니라 온전히 인간의 몫일 것입니다.


나는고양이에대해서도, 털달린짐승과함께살아가는삶에대해서도거의모른다. 내가아는것은막연하지만확실하게, 나는그런공존을감당하지못할것이라는사실뿐이다. 나는종종이러한태도가어느정도는사람(털이있다니까)과가족에대해서도적용된다고생각하곤한다. 이것은<결혼이야기를본뒤로아담드라이버버전의‘Being Alive’를백번정도들으면서내가줄곧생각하고있는주제이다. 고양이든사람이든누군가내잠자리를어지럽히는상황에처하고싶지않다는것. 그러니까인용한문장속에서‘끊임없는조율과노동과에너지소모와갈등’이생겨날상황을애초에만들고싶지않다는것. 하지만아담드라이버가노래한다. 그건그냥혼자인거야. 살아있는게아니야. 살아있는건, 다른사람이내의자에앉고잠자리를어지럽히고깊이상처주고그런데도나를알아주고지옥에도보냈다가삶을견디게해주었다가언제나거기있어주는그런거야.


이글에따르면, 산다는것은보리가언제벽지를긁을지노심초사하는것. 샤워를하고나오면보통이가화장실문앞에서기다리고있는것. 그랬던보통이가자기화장실모래를마구튀겨바닥을엉망으로만들고, 보리는냉장고위에올라가는것. 하지만, “제가사랑하는건어쩔수없이, 이런고양이이고이런보통이와보리예요.” 그게살아있다는거고, 그게함께산다는거다. ’그러니까(이게바로내가선택한) 가족입니다.’ 사람과, 고양이와, 사랑하는존재와함께살아간다는것에대해서좋은점을거의나열하지않고도그럴수밖에없는이유를알게하는일은얼마나어려운가. 그리고그어려움을발견하게하는일은. 발견하고서, 조금주저하면서도어쩌면나역시도그어쩔수없음을견딜수있을지도모른다고, 그건어렵지만어쩌면해볼만한일일수있다고생각하게하는일은. 나는계속‘Being Alive’에대해서생각하면서, 이글의‘어쩔수없음’에대해서도생각할것이다. 이어쩔수없음뒤에는이런문장이이어진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그리고 두 고양이도 저와 남편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과제들의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지겠지만,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라면 어려움을 피하지 않을 준비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나는‘사랑하는존재들과함께살기위해서라면어려움을피하지않을준비’를책임을가지고해내는사람을, 그리고인간의어려움을말하기에앞서고양이의어려움을생각하고기록하는사람을알고있다. 그사람은아주피곤하고지친어느밤, 이런말을한적도있다. “고양이를안고배를만지면서가만히누워있고싶어요.” 나는그게‘제가사랑하는건어쩔수없이’라는뜻인것도이제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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