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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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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젖을 줄 알면서도

뛰면 된다 믿었다


나는 너만큼 빠르니까

너를 피할 줄 알았다


준비 못 한 대가는 충분히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게 정정당당한 사내의 길이라 여겼다


한참을 뛰던 남자가 멈췄다


이 비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하늘이 울고 있다고

그 슬픔은 헤아릴 수 없다고


더 이상 젖을 곳도 없다며

덩달아 우는 아이에게 웃옷을 건넨다


맨몸으로 오롯이 너를 느끼며 가겠다

천천히 너를 마주하겠다


남자는 다시 걷는다


지독한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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