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1주년을 맞는 MBC예능프로그램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를 돌아보았다.
나는 무한도전 세대였다. 토요일 밤 6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무한도전은 결국 막을 내렸다. 과장이 아니라 해리포터 마지막 편보다 후유증이 심했다.
무한도전 종영 후 유재석과 함께 돌아온 김태호 PD 연출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기대로 안고 시청했지만 작은 카메라로 돌림 노래하듯 시작된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를 보며 불안했다. ‘그래서… 이거 뭐 하는 건데? 계속 카메라만 돌릴 거야?’ 싶었다. 특히 소파 앞에서 다 같이 영상을 보며 반응하는 회차는 솔직하게 지루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유재석 덕후가 만드는 유재석 프로그램은 유쾌하게 흘러갔다. 무한도전과는 다른 매력이었다. 8비트 드러머 ‘유고 스타’, 트로트 샛별 ‘유산슬’, 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라섹’, 하프 신동 ‘유르 페우스’, 일일 디제이 ‘유 DJ뽕 디스 파뤼’, 치킨 맛을 만드는 ‘닥터유’, 이제는 혼성그룹 ‘싹쓰리’의 ‘유드래곤’까지. 국민 MC 유재석이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는 모습은 빠져들기 충분했다. 사실 상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포맷이 없다. 그냥 오로지 유재석에 의한, 유재석을 위한, 유재석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런데 정체성이 없이 변모하는 정체성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불안한 시작에서 이제는 부캐 세계관 열풍을 끌어낸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의 1년. 이제 믿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카지노 쿠폰카지노 쿠폰’의프로젝트중가장큰화제성은사실상이번[여름x 댄스x 혼성그룹]이다. 트렌드정말잘읽는다. 인터넷상화제가되는‘깡’ 밈을놓치지않고비를섭외해새롭게조명한다. 유튜브댓글인‘사무20조’와‘1일*깡’과같은다소쌈마이적인포인트도놓치지않았다. 방송이후조롱의성격이강했던‘깡’이변하지않는비의 열정적인모습을상징하게되었다. 트렌드를읽은프로그램은화제성도거머쥐며시너지효과가났다.놀라운건단순히‘요즘인터넷상화제가된비의깡’이라는일회성콘텐츠로끝나지않고, 케미여신이효리와함께여름혼성그룹을만드는도전까지이어진다는것이다.트렌드를읽는것에서그치지않고더큰트렌드를만들어낸다. 방송사뿐만아니라디지털콘텐츠까지거대해진미디어시장. 요즘은트렌드를읽지못하면도태된다고말한다. 근데중요한건단순히트렌드만읽는게아니라, ‘카지노 쿠폰카지노 쿠폰’처럼트렌드를활용하고만들어야하지않을까.이시대대한민국예능이가져야할자세를보여주는좋은본보기이다.
*쌈마이:주로 무대와 방송 같은 극 형태에서 3류 스타일을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은어이자 수식어.
나는 요즘도 종종 무한도전을 다시 보는데,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당시 무한도전은 방송이란 단어보다 하나의 트루먼 쇼에 가까웠다.’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출연진과 스태프는 때론 벅찼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주가 되는 방송인데, 사소한 논란에 지적을 받고, 방송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출연자가 웃음을 줄 때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재미는 반감이 되니 또 지적하는 악순환의 굴레가 이어진 것이다. 오죽하면 ‘무한도전에는 시어머니가 참 많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시청자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가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시청자의 의견을 구분하고 걸러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최근 EBS 요리비결에 특별 출연해서 서툰 유재석을 답답해하는 제작진의 반응에 몇몇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유재석의 부캐 퍼레이드의 경우 유재석이 잘 모르는 장르를 체험하며 낯설고 당황하는 모습이 주요 웃음 포인트이다. 예능은 웃으라고 만들었다. 잘못된 부분은 피드백을 통해 바로잡되, 흔들리지 않는 주관과 주체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시청자들은 내가 보는 프로그램이 건강한 프로그램이길 바란다. 보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과 출연하는 사람도 모두 재미있고 건강해야 한다. 카지노 쿠폰 뭐하나 싶어서 만든 가벼운 시작만큼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가 앞으로도 유쾌하고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남아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