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무 기록 없이 지나치긴 아쉬워,약간의겉핥기식(?)단상을 우즈베키스탄부터 남겨보기로 했다.
1. 실크로드와 목화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지도
중앙아시아 주요국 중 우즈베키스탄은 이른바 '-스탄'국가들과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내륙국가다.
사막이있고 비교적 따뜻한 기후이며,실크로드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과서로 길쭉하게 펼쳐진 영토는 소련 붕괴이후 형성된 국경으로,
독립국우즈베키스탄에는 민족 대다수를 차지한 우즈베크인 외에도 아랍계, 타지크, 고려인 등의민족도 거주한다.
이색적인 이슬람 문화
타슈켄트를 벗어나 서부로 갈수록토착민이 형성한이슬람문화색깔이 짙어지는 느낌이 이색적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아미르 티무르의 황금도시 사마르칸트, 실크로드의 중심 부하라, 히바 칸국의 수도였던히바등황금기를 지냈던 곳들도
이제는 모스크와 미나레트(탑), 메드레세(이슬람 신학교) 등 당시의찬란한 유산으로남아있을 뿐.
14세기 유라시아 지역을 평정한티무르 제국(1370-1507)의 영광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 그래도 여전히 감탄이 터져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메드레세(신학교) 내 아름다운 천장 무늬
메드레세 밖과 안 모습
아미르 티무르 왕족 무덤이 있는 구르 에미르 영묘
또 우즈베키스탄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구름같이 몽실몽실한 '목화'!
소련 시절부터 우즈베키스탄은목화 농장을 운영해오면서정착 생활을 했다.지금도 목화는효자 원료로 국부의 기반이 되고 있다.
목화 재배(출처: uz.sputniknews.ru)
해마다 목화 재배 시즌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목화 수확에 강제 동원되던 때도 있었다. 예전에 듣기로는 단순히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겐 '목화 방학이 있다'고만 이해했는데, 어린이 강제노역은 물론 심한 노동력 착취로 인한 희생자들도 있었다니 인권 문제가 심각했구나 싶다. 다행히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 차이호나 흘로폭 로고. 목화 그림이었다.
생각해보면, 러시아에 갔을 때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방문한 적 있는데 식당 이름이'차이호나 흘로폭(Чайхона хлопок)'이었다.해석하면 '목화 카페'! 알고 보니 레스토랑 명칭에우즈베키스탄의상징성이 드러난 것이었다.
2. 우즈베키스탄 다양한 언어 생활
언어 문화가 우리와좀 다르다.
지금은 모국어로 우즈베크어를 공식적으로 쓰는데,
공용어로는 러시아어, 민족에 따라추가로 타지크어,페르시아어등도구사할 줄 안다.
이렇게 모두가 기본적으로2가지이상의 언어는 할줄 알아서그런지, 현지인을 만나면좀혼란스럽기도 하다.
무슨 언어로 물어야 할지, 알아듣기나 할지, 이들끼리는 대화가 잘 통할지...
2007년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방문했을 때만해도타슈켄트에서는대부분 러시아어가 통했지만,지금은 좀 상황이 달라졌다.
고려인을 제외하고젊은 사람 중에서는 러시아어 할 줄 아는 이를 찾아야 할 정도라, 러시아어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 도시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러시아어 구사자를 찾기 어렵다.
열차에 적힌 우즈베크어 표기(타슈켄트-부하라)
문자도시대마다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은 1900년도 초까지아랍 문자를 차용해 쓰다가
소련 시절 러시아어와 함께 끼릴 문자를썼고,
지금은 라틴 알파벳으로우즈베크어를 표기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O'zbekiston, 타슈켄트는 Toshkent로 표기하는 식이다.
국가적으로도 모국어 장려를 오랜 시간 이어왔고,
특히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으니 당연한 변화인 것 같다.
출장중 방문한 기관의 간판. 우즈베크어로 적혀있어 알아볼 수가 없다.
우즈베크어는 우리와 같은 알타이어족에 속해언어의 유사성덕분에 서로 쉽게 배울 수 있다고들 한다.
실제로 한국어 배운 우즈베키스탄사람들이 유창하게 우리말을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고, 그제서야그 말이 이해가 갔다.(물론 이들의 한국 체류 경험도 많다.)
K-pop 을 비롯한한국 문화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명해진 요즘 시대에,
길거리에서 우리를보고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반기는 현지인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만나는 순간 '나중에는공용어로한국어를 쓰면 어떨까?' 하는기분 좋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
3. 우즈베키스탄의음식
이슬람국가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이 금지된다.
우즈베키스탄도 마찬가지.그래도 아주 엄격한 이슬람은 아니라서,알코올음료를판매하는 레스토랑은 종종 있다.
숯불에 구운 고기
해외에나가도현지식을늘 잘 먹는 편인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초반에적응하기 어려워 식사를 양껏 하지는 못했다.
이곳주식은다름 아닌 고기였고,특유의 향은 덤이다.러시아에서 샤슬릭(숯불에 구운 꼬치 고기요리)을 먹을 때면 주로 돼지고기로 먹곤 했는데,
돼지를 금하는 이곳에선양고기를 자주 먹게 된다.
양고기는 숯불에 구워도 조금은 냄새가 남아있고여기에 향신료까지 더해지니,육질은맛있게씹히지만 향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에 스민 이 향에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소위 '기름밥'이라부르는 '플롭' 또한 향신료 내음이 가득 맴도는 우즈베키스탄 볶음밥이다.
항상 큰 솥에 다량으로 볶아내는것이 특징인플롭. 적절한 기름기에 간도 잘 맞아 맛은 있는데, 한 입만 먹어도 바로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