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도서관은 창밖으로 인조 잔디를 깔아 둔 축구장이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그 잔디 위에서 행사가 있었습니다.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에 자유롭게 소리 지르는 모습 등 그 모습을 보면서 최근 놀이터를 협오시설로 본다고 하거나 노키즈 존이 늘어나는 뉴스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점심 즈음 해서 행사는 끝이 나고 스태프들은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하나 둘 차에 오릅니다.
오전에 활기 넘치던 창밖 풍경은 지금은 조용한 축구장 풍경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것은 축구장 너머에 있는 도로에 눈이 갔습니다. 5월 날이 좋은 토요 일라 그런지 왕복 4차선 도로에는 차들이 끓임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던 중에 오가는 차로 총 4대씩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풍경에 차 한 대가 다른 차들과 느린 속도로 이동을 합니다. 비슷한 속도로 가는 중심 도로와 다르게 그 도로에 합류하기 위한 주변 차선의 차는 혼자만 다른 속도이기에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어디서 신호가 변했는지 차들이 멈추고 주변 차로에 있던 차는 자신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빠르게 가던 4개의 차선보다 더 앞서 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안전거리 때문인지 지그재그로 일정한 간격과 속도로 달리는 도로와 달리 차가 계속 추월해 가도 자신만의 속도로 가던 주변 차로... 왜 그런지 우리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과 함께 좌우 앞뒤를 살피며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 정해진 속도로 달립니다. 어느 순간 멈추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모두 함께 멈추는 것이기에 마음이 쓰이지 않습니다. 이와 비교해 주변 차로에서는 좌우앞뒤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이 가고 싶은 속도로 갑니다. 가로수 넘어 중심 차로에서 많은 차들이 먼저 가더라도 상관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계속 갑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가더라도 다른 차들보다 느리더라도 때에 따라서는 빠르게 가던 차들보다 빨리 갈 때가 있습니다. 이 모습은 마치 사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 혼란할 시기에도 자신만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창문 밖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중심차로로 갈지 주변차로로 갈지 그저 한 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