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도대체 왜 있을까
집을 떠나 산다는 것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첫 직장 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혼자서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았다.
서울 생활의 만족보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이 절정에 달할 때쯤 스트레스로 인한 위경련으로 몇 번을 응급실에 다녀오고는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겠다고 하셨고 나는 지금이 결단의 타이밍이라고 여겼다.
'그래! 나 이러다 서른도 되기 전에 죽을지도 몰라! 마침 적금도 만기니 그만두고 잠시 쉬며 다른 직장을 찾고 싶다.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서울은 정이 안 간다. 월급이나 환경 등이 지금보다 못하더라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익숙한 곳에서 살고 싶다 '
그렇게 난 만 3년의 직장과 서울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결심을 한 나와는 달리 엄마는 결혼할 사람도 없는 딸이 직장을 그만두면 소개도 못 받을까 노심초사하며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선자리를 포섭하셨다.
탐탁지 않아 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나가라는 선자리는 다 나갔다. 이런 태도라도 보이지 않으면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고 하실 게 뻔해서였다.
"이번엔 또 왜 싫은 거고?"
"나이 차이도 5살이 나고 생긴 것도 너무 아저씨 같았어. 내가 그렇게 아저씨 같은 사람이랑 만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야야~그 집이 얼마나 부잣집인데. 그리로 가면 니 사모님 된다. 돈 걱정 안 하고 산다. 남자 얼굴 뜯어 먹고살 것도 아닌데 한 번만 더 만나봐라. 그 집에서는 니 또 만나고 싶단다. 직장도 다니지 말란다"
"싫어. 나 그런 아저씨 같은 사람은 못 만나. 내가 노처녀도 아니고"
"니 곧 노처녀다. 니 낼모레 스물아홉이다. 아홉수에는 결혼도 못 한다. 니 그럼 서른이다. 서른이 노처녀지"
"니 이번은 왜 또 싫은 거고?"
"걷는 게 이상했어. 절뚝거리는 거 같던데"
"와~ 니 자꾸 이럴래. 살아가는데 외모는 하나도 필요 없다. 나중에 살아보면 키 작은 것도 못 생긴 것도 다 안 보인다. 능력만 있고 착실하기만 하면 된다. 법무부 공무원에다 시골에 땅도 많다는데 눈 딱 감고 가면 되지. 오늘 내가 숨어서 봤거든. 그 남자 다리 하나도 안 이상하더라. 니 눈에만 이상한 거다. 니 자꾸 남의 집 귀한 아들마다 트집 잡을래"
세상살이가 다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내가 마음에 드는 카지노 게임은 나에게 뜨뜻미지근하고, 날 마음에 들어 하는 카지노 게임은 내가 끌리지 않는다.
연속으로 나에게 6명의 남자들을 소개를 시켜줬지만 실패의 연속으로 불안해진 엄마는 친하신 분에게 하소연을 했고 그분은 웃으시며 "니 딸이 뭘 모르네. 눈도 높고" 당신의 조카 정도면 마음에 들어 할 거라며 소개해주셨다.
"니 이번은 귀찮게 부산 안 내려와도 된다. 그 남자 서울 산단다. 그 남자는 농협 전산실 다니고 집에 대학교 앞 큰 상가 건물 가지고 있단다.
이번엔 웬만하면 눈 딱 감고 그냥 만나봐라. 도대체 뭘 찾는 건데. 그런 거 없어도 잘만 산다.
다 그놈이 그놈이다. 싫은 내색하지 말고 밥 먹고 커피까지 다 마시고 들어 온나. 저번처럼 도망치지 말고"
서로의 직장도 가까웠고 같은 고향 사람에 직장을 서울로 온 것이 공통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마음이 끌리거나 같이 있는 시간이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싫지 않으면 한 번 더 만나 보려고 했다. 그런데결정적으로형제가 4명이란다. 위에 누나 둘에 아래에 여동생 하나...........딸 부잣집 외동아들이다.
누나 둘이 부모님 댁 옆에 붙어서 거의 같이 살고 있단다. 그럼 그렇지....고구마 하나가 목에 걸린 느낌이다.
나는 예전 몇 번의 연애로 마마보이와 딸 많은 집 귀한 아들은 절대 사절이었다.
엄마에겐 아주 무던하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시누이 한 명만 있지 별난 시누이는 없다. 그래서 시누이가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신다.
소개해 주신 분은 아주 화가 단단히 나셨다. 도대체 네가 뭔데 우리 잘난 조카에게 퇴자를 놓냐고.
그분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집에도 맞선을 주선하셨는데 거기서는 남자가 퇴자를 놓았단다.
평소 주선 성공률이 높아 자신만만해하신 선 주선자는 투덜거리시며 퇴자 놓은 너희 둘이 만나보라고 하셨다. 그분의 의도는 아마도 퇴자 놓은 너희들끼리 만나서 서로 퇴자 맞아보라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맞선이라고 이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서로 약속 장소를 정하는데 집이 같은 동네니 1시까지 슈퍼 앞에 서있으라고 했다.
1시 10분이 되어도 차도 연락도 오지 않았다. 멍하니 지나가는 버스와 카지노 게임들을 보고 있을 때 어디서 똥차 한대가 내 앞에 섰다. 분명 흰 차인데 세차를 안 해 회색빛이 도는 더러운 폐차 직전의 차였다.
보조석 창문이 내려가며 타라고 손짓을 한다. 나에게 누구인지 확인을 하지도 않고 자기가 누구라는 말도 없이 뒤에 차가 밀리니 그냥 타란다.
늦어서 미안하는 말 한마디도 없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묻지도 않는다. 인사 한마디도 없다.
차로 이동 중 간단하게 소개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쌍꺼풀 수술 해쓰요? 아직 표가 많이 나네. 언제 해쓰요? 어색하네. 그 눈화장도 이상한데"
오 마이갓! 카지노 게임 마지막 맞선을 이렇게 정 떨어지고 화려하게 장식을 해주다니.
나에게 점심은 어떻게 했는지 전혀 묻지 않는다. 자기는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아 점심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계속 자기 얘기만 한다. 나에게 질문을 하고도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자기만 말한다.
마주 앉아도 그 남자는 혼자서 말을 잘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이야기들은 아닌 거 같다. 그냥 쓸데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거 같다.
"지금 일은 그만두신 건가요? "
"네, 엊그제 그만두고 내려왔어요"
"근데 일은 왜 그만 두신 거예요?"
나는 더 이상 듣고 싶지가 않아서 퇴자의 쐐기를 박았다.
"전 결혼하고 일하고 싶지 않아요. 두 가지 다 잘할 자신이 없어요. 당연히 맞벌이 원하시겠죠? 저랑은 안 맞으시겠죠? 더 일찍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그렇게 말이 많던 남자가 말이 없다. 그래 싫겠지. 당연히 맞벌이 원하겠지.
그런데 "전 상관없어요"
창 밖의 해는 저물어가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난 배가 고픈데 자기는 아직도 소화가 안 되어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으란다.
어이가 없고 나긋나긋한 서울 남자 말투를 들어오다가 투박한 목청 큰 사투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기가 빨리고 있었다.
점심도 먹지 않은 속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당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 카지노 게임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죠"
"왜요? 저는 오늘 쉬는 날이라 시간 많으니 괜찮아요"
'내가 괜찮지 않은데 자기만 괜찮으면 되는 건가?'
"아니요. 저 피곤해서 이제 집에 가야겠어요"
"도대체 뭐가 피곤하다 겁니까? 백수면서"
'당신 같은 특이하고 무례한 카지노 게임과 같이 있으려니 몹시 힘들어요'
차마 당신 때문에 기가 빨려서 어지럽다고 말을 하지는 못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는 어디다 두고 왔는지 알 길이 없는 이 카지노 게임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같은 동네 거주 중이니 마주치려나? 혹시 마주치더라도 모르는 척 지나가길 바란다. 인사는 절대 사절이다.
내 인생에 이런 독특한 캐릭터는 처음이다. 집에 가면 카지노 게임에게 쐐기를 박아야겠다. 더 이상의 맞선은 없다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고 침대에 쓰러졌다. 갑자기 서러웠다. 내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도 아니고 단지 직장을 옮기는 중 잠시 쉬는 건데 그것도 용납이 안 되는 건가? 나오는 남자마다 다 왜 그런 건가? 내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겠지.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다.
엄마가 따라 들어와서는 카지노 게임 표정을 보고는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 새끼 어디 살아? 그 집으로 쫓아가야겠어.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애가 쓰러지니. 어떤 새끼인지 얼굴 한 번 보고 욕 좀 해주고 오련다"
카지노 게임는 맞선 주선자에게 전화하셔서 화를 내셨다.
"어떻게 그런 놈을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우리 딸 골탕 먹이려고 작정하신 거 같아요. 안 그래도 맞선 안 보겠다는 걸 억지로 내보냈는데 집에 와서 쓰러졌어요. 점심부터 쫄쫄 굶기고서 들여보내는 놈이 어디 있어요? 어떤 놈인지 내가 가만히 안 놔둘 거예요"
"그러게 저번에도 그쪽 여자한테 그랬다더니 이번에도 그랬나 보네. 그러니 우리 조카 만나지 그랬어.
지금이라도 우리 조카 만나볼래? 우리 조카는 만나고 싶어 하던데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나 봐"
"이제 우리 딸한테 누구 만나라는 소리 못해요. 질색팔색이에요. 한 번 더 맞선 보라고 하면 집도 나갈 판이에요. 역효과 났어요"
카지노 게임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좀 더 좋은 짝을 지어주고 싶었단다.
도대체 그 좋은 짝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세월이 지난 지금은 카지노 게임도 내가 첫째라 아무 경험이 없어서 서른이 코 앞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그 시기를 놓치면 괜찮은 남자들 다 보내고 딸이 영영 노처녀로 살 것 같았다고.
지금 생각하면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없는 시대가 왔는데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하신다.
카지노 게임 맞선은 거기서 끝이 났을까?
월요일 아침 학원을 가려고 대문을 여는 순간 놀랐다.
그 특이하고 이상한 남자가 우리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학원에 데려다주려고 왔어요"
"버스 타고 가면 바로 앞에 내려요"
"아침 버스 복잡해요. 카지노 게임 많아서 서서 가야 해요"
'여보세요. 저 지난주까지 서울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던 카지노 게임이에요'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또 그 남자가 자기 차에서 내린다. 기다렸단다.
내가 싫은 표정을 지어도 무뚝뚝하게 굴어도 전혀 굴하지 않는다.
"저기요. 전 그쪽과 맞는 상대가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찾아오는 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직장 안 다녀도 괜찮습니다. 제가 교대근무라서 혼자 있는 거 싫어합니다. 그럼 우리 딱 맞는 거죠?"
"아니요. 전 아니에요. 다른 맞는 분 찾아보세요. 저랑은 너무 안 맞는 거 같아요. 안녕히 가세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 집 대문 앞에 똥차는 매일 서있었고 교대근무로 낮시간이 여유로운 그는 학원에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
그 특이하고 이상한 남자의 결혼 조건 1순위는 젊은 부모님을 둔 애교 넘치는 여자 공무원이었고카지노 게임 결혼 조건 1순위는 대화가 잘 통하고매너 있고자상한 절대 성질 급하지 않은 남자였다.
우리는 7월에 처음 만나 슬리퍼 끌고 매일 만나고 다음 해 내 나이 스물아홉 2월 1일에 결혼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이상형과 정반대의 카지노 게임을 만나 결혼을 했고 21년 이상을 침실, 가족, 친구, 두 아이를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슬초브런치 3기, 등대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아무튼, 엄마와 <아무튼, 결혼 시리즈 공동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