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에듀테크 열풍과 맞물려 학교 현장에서도 AI 활용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에 AI를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학교의 일부 교사들에게선“AI로 돌리면 금방 끝나는데 아직도 일일이 직접 쓰느냐”며, AI를 쓰지 않는 교사를 마치 뒤처진 사람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심지어 “효율성”을 이유로 세특 작성 전체를 AI에게 맡기는 모습을 당연시하거나, 교사의 정성 기록을 비효율적인 구식 방식으로 보는 시선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교육의 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시험 문제를 AI로만 작성해서 출제한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허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특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세특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세특은 ‘글로 쓴 성적표’에 해당하는 공식 평가 기록이며, 교사의 전문성과 책임 의식이 집약된 문서이다. 단순한 편의나 속도 때문에 이 소중한 기록을 기계에 맡긴다면, 학생 개개인의 성장 과정은 기록되지 못하고, 교육 신뢰 역시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최근 일부 교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hankyung.com. 하지만 세특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글로 쓴 성적’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공식 평가 기록입니다. 숫자로 된 시험 점수는 아니지만, 교육부 지침상 세특에는 교사가 수업 중 관찰한 학업 성취도와 태도 등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star.moe.go.kr. 이는 세특이 각 과목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여 남기는 공식 문서이며, 상급 학교 입시에서도 학생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busan.com. 결국 세특 작성은 교사의 고유한 평가 권한이자 의무로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busan.com.
AI의 발달로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있으나, 세특 작성을 AI에 통째로 맡기는 것은 교사의 평가권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교사가 아니라 AI가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옵니다news.nate.com. 세특은 본래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판단한 내용을 남기는 글인데, AI가 생성한 문구를 그대로 붙여 넣는 것은 실제 하지 않은 일을 기록하는 허술하고 부정직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blog.naver.com. 이렇게 사실과 다르거나 두루뭉술한 내용이 기록되면 학생의 진짜 성장 모습이 왜곡되고, 나아가 학생부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busan.com. 대학들은 학생부를 중요한 전형 자료로 삼고 있어, 진정성이 결여된 세특 기록은 대입 평가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학생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되고 있습니다hankyung.com. 세특은 성적과 마찬가지로 엄정한 평가 행위인 만큼, AI에게 이를 대필시키는 것은 교육 평가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물론 일선 교사들이 세특을 정성껏 작성하는 일이 매우 큰 부담이라는 현실은 외면할 수 없습니다. 카지노 쿠폰을 비롯한 학생부 항목들은 보통 항목별 500~700자 내외 분량으로 써야 하고, 과목별로 가르치는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busan.com. 담임교사는 교과 세특 외에도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까지 작성해야 하니 그 양은 방대합니다.일부 학교에서는 “가능한 제한 글자 수를 꽉 채워 쓰라”,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교사들은 매년 표현을 바꾸고 새로운 문장을 고민하느라 녹초가 됩니다busan.com.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 “학생부를 쓰는 것은 생을 기부(生을 記簿)하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는 말은 그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busan.com. 이처럼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최신 AI 기술에 기대어 세특 작성을 손쉽게 끝내고픈 유혹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교육 당국과 학교 차원에서도 교원의 기록 업무를 줄이거나 지원 인력을 늘리는 등 제도적 지원과 현실적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평가 기록을 AI에 맡기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세특이 고교 교육과 대입의 신뢰와 공정을 지탱하는 한 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경희대와 동국대 등에서 열린 교사 연수에서도 AI를 이용한 학생부 기재가 이슈가 되었으며,최근 우리 도시의 대입지도 역량강화 연수에서도 “AI가 쓴 세특은 내용이 두루뭉술해 학생 개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평가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적들은 결국 한 가지를 향합니다. 평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교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는 교사의 업무를 거들 수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에 불과합니다hankyung.com. 세특 작성에 있어서도 AI 활용은 자료 정리나 초안 마련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 활동 계획을 짜거나, 학생들의 설문지·소감문에서 특징적인 사례를 추려내는 데 AI를 활용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의미 부여, 그리고 미묘한 뉘앙스까지 담아내는 최종 기록 작성은 교사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교육자는 평가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순간 자신의 전문성과 양심도 놓는 셈이 됩니다.
결국,세특은 교사의 눈으로 보고직접 쓴 ‘글로 된 성적표’ 여야 그 가치와 신뢰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첨단 AI 시대일수록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마지막 책임은 인간 교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그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교육계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도구들을 현명하게 활용하되, 우리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남기는 일만큼은 교사의 성찰과 책임감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교육 신뢰를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