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의 사운드트랙
여성에, 여성에의한, 여성을위한슈퍼히어로영화. 2월5일개봉한영화<버즈오브프레이: 할리퀸의황홀한해방은여성의시선으로보고, 여성의시선으로노래부르며, 여성의힘으로싸운다. 배트맨, 슈퍼맨, 조커, 원더우먼을보유하고도마블코믹스에밀려연전연패하던DC 코믹스는2016년<수어사이드스쿼드로스크린에데뷔한‘광인’ 할리퀸을앞세워그들의새로운여성서사를선보였다.
<버즈오브프레이는DC 코믹스의여성슈퍼히어로자경단‘버즈오브프레이’를실사화한작품이다. 악당조커의여자친구할리퀸은원래이팀의멤버가아니지만, 영화를제작하는DC 필름스는양갈래머리와독특한패션, 종잡을수없는말괄량이캐릭터로대중에각인된할리퀸에게극을이끄는역할을맡겼다. 고담시최악의악당조커와결별한할리퀸은이별의아픔에맞서, 무방비의그를노리는악당들에맞서의도치않게여성들과힘을합쳐위기를극복해나간다.
<수어사이드스쿼드에이어할리퀸을연기한마고로비는<버즈오브프레이를촬영하며“여배우들로만이뤄진캐스팅이독특한연대감을형성했다”는소감을밝혔다. 주연마고로비를비롯해<버즈오브프레이는메리엘리자베스윈스티드, 로지페레즈, 엘라제이바스코등다양한인종의여배우들이열연을펼쳤고, 중국출신신예감독캐시얀이메가폰을잡았다. 캐시얀은1월28일CGV 용산아이파크점에서열린라이브콘퍼런스에서“여성들이연약하고불완전한동시에강인하며, 마지막에무언가를이뤄내는모습을보여주고싶었다”라말하며<버즈오브프레이의여성해방서사를언급했다.
캐스팅, 시놉시스와 더불어 <버즈 오브 프레이의 여성 서사를 완성하는 것은 적재적소에 활용된 음악이다. 작년 개봉한 <캡틴 마블이 1990년대 여성 로커들의 노래를 적극 활용하여 걸-파워(Girl-Power)를 강조한 것처럼, 해맑은 미소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적의 관절을 꺾는 할리퀸과 친구들 역시 음악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확장한다.
<버즈 오브 프레이의 음악 활용 폭은 <캡틴 마블보다 넓다. DC 시네마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발표한 < Birds of Prey : The Album 사운드트랙 앨범에 음악 신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나갈 신예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들의 신곡은 패기 넘치는 액션 씬부터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면까지, 영화 곳곳에 적재적소 활용되며 할리퀸과 여성 히어로들에게로의 몰입을 돕는다.
남아공 혈통의 래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도자 캣(Doja Cat), ‘타임(Time)’지가 선정한 차세대 100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 세 장의 정규 앨범을 히트시키며 현재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는 할시(Halsey)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걸그룹 피프스 하모니 출신으로 인상적인 솔로 활동을 펼치는 노르마니(Normani)와 로렌 하우레기(Lauren Jauregui), 지난해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첫 주 13만 4천 장 판매고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티스트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서머 워커(Summer Walker)도 목소리를 보탰다.
작품 속 아티스트들은 적극적으로 남성의 질서를 허물고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마릴린 먼로가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핑크 드레스를 입고 정장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Diamonds are girl’s best friend’의 명장면을 재해석하는 ‘Diamonds’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영화 속 마고 로비가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 할 정도로 극의 핵심 장치다. 이에 대해 메간 디 스탈리온과 노르마니는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제일가는 친구지 / 남자는 필요 없어 / 난 흘러 넘 칠 만큼 많은 보석을 갖고 있거든”이라 노래한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富)와 재화를 여성에게로 가져와 목소리에 힘을 더하는 래퍼 카디 비(Cardi B)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서사를 계승한 재해석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고전을 가져온 부분도 인상적이다. <버즈 오브 프레이 멤버 블랙 카나리 역을 맡은 배우 저니 스몰렛벨이 악당 블랙 마스크(이완 맥그리거 분)의 클럽에서 노래하는 곡은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1966년 곡 ‘It’s a man’s man’s man’s world’다. “이 세상은 온통 남자들의 것이지만 / 여자가 없다면 / 아무 소용없어”라는, 시대를 앞선 노래를 효과적으로 가져왔다.
1970년대를 풍미한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노골적인 러브송으로 1973년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오른 ‘I’m gonna love you just a little more’를 원곡에 가깝게 로맨틱한 풍으로 다시 부른 것과 달리 1980년대 대표적인 여성 록 보컬로 인기를 누린 팻 베네타의 ‘Hit me with your best shot’은 오리지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다시 만들어 비장함을 더했다. 고전의 입체적인 해석을 통해 할리퀸과 그의 동료들에게 고유의 서사를 확립하고자 한 노력이다.
이외에도<버즈오브프레이에는<캡틴마블에서도들을수있었던여성로커들의곡이대거삽입되어극의흥을끌어올린다. 극초반할리퀸이헤어진남자친구조커를회상하는장면에선1988년조안제트(Joan Jett)의히트곡‘I hate myself for loving you’가절묘하게흘러나오고, 영화의대미를장식하는대규모전투씬에는하트(Heart)의1977년대표곡‘Barracuda’의긴박한기타연주가등장한다.
개봉 전 해외 시사회와 매체들로부터 준수한 평가를 받았던 <버즈 오브 프레이에 대한 논의는 개봉 후 불거진 페미니즘 논쟁으로 인해 영화 자체보다 진영 대결과 다툼으로 점철되는 모습이다. 개연성 없는 서사와 원작 캐릭터 파괴 등 높은 완성도의 작품은 아니지만, 화려한 미술로 이제껏 없었던 ‘여성 슈퍼히어로들의 연대’를 즐겁게 풀어냈다는 점은 호평할 요소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장치는 음악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음악이 살린 영화’다. <버즈 오브 프레이의 영리하고도 명확한 노선의 사운드트랙과 삽입곡은 영화 속 여성 히어로들의 서사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다. 할리퀸과 버즈 오브 프레이 멤버들의 ‘해방’은 음악이 없었다면 ‘황홀’ 하지 않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