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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쾌주 Mar 10. 2025

카지노 쿠폰 새기면 무조건 후회합니다

경험담입니다

유튜브에서 카지노 쿠폰제거 레이저 시술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썸네일만 봐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이 레이저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프다. 내가 간 병원에서는 어느 분이 레이저를 받다가 엄청난 비명을 질러대서 대합실에서 듣던 환자가 달아난 적이 있다고 했다. 쇠로 된 자를 360도 뒤로 젖혔다가 관성으로 카지노 쿠폰 부위를 찰싹찰싹 때리는 느낌이랄까.


어차피 지울거라면 왜 카지노 쿠폰을 새겼냐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딱히 답변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의 카지노 쿠폰 역사를 조금 늘어놓고자 한다. 답변도 안 되는 이야기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바로 에세이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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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카지노 쿠폰을 한 사람은 무조건 후회한다. 호랑이로 해야 했는데, 용으로 해야 했는데. 더 크고 아름다운 걸로 해야 했는데. 이 후회는 피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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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에도 트렌드가 있다. 내가 처음으로 카지노 쿠폰을 했던 시기에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별자리, 꽃 등의 카지노 쿠폰이 유행이었다. 몸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있다는 게 유니크하고도 아름답다고 생각한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카지노 쿠폰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도 돈도 없었다. 정확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30대가 한창이니 카지노 쿠폰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sns를 한참이나 들여다본 끝에 가장 섬세하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가장 팔로워가 많은 타투이스트에게 메일을 보내 도안을 의뢰했다.

나의 별자리와 탄생화를 조합해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카지노 쿠폰이 나의 왼쪽 어깨에 새겨졌다. 생각보다 비쌌고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몇 달 후 나는 다른 타투이스트에게 메일을 보내 도안을 의뢰했다. 새로운 카지노 쿠폰을 하고 싶었다. 더 크고 아름다운 걸로. 핑계는 악몽이었다. 성인이 된 후 깊은 잠을 잘 못 자게 된 나는 그 시기에 걸핏하면 악몽을 꾸었다. 삶이 한창 꼬이던 시절이라 잠을 잘 때만이라도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맥을 그려달라고 했다. 맥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전설의 생물로 인간의 꿈을 먹고 산다. 몸은 곰, 코는 코끼리, 눈은 코뿔소, 꼬리는 소, 다리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알려진 이 동물의 그림을 찾아본 결과, 대부분 이레즈미풍이었기에 내 취향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분을 힘겹게 찾은 참이었다.완성된 문양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아름다움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법이니 태클은 사양하겠다. 그렇게 맥은 나의 오른팔에서 살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




또 몇 달 후, 나는 새로운 카지노 쿠폰을 새겼다. 양쪽 팔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역시 처음에 할 때 더 크고 아름다운 걸로 했어야 했어! 우연히 고향에 있는 유명한 타투이스트가 지인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기존의 카지노 쿠폰과 잘 어울리는 크고 아름다운 잉어를 그려달라고 했다. 나의 태몽이 잉어였다. 그렇게 양쪽 팔의균형이 맞게 되었다.


그리고 또 몇 달 후, 나는 새로운 타투이스트를 찾았다. 아름다운 꽃을 온몸 가득 피워내는 타투이스트의 문하생이 연습 삼아 저렴한 가격에 해준다는 타투를 받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굳이 핑계를 댄다면 양팔에 카지노 쿠폰을 새겼으니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그냥 하고 싶었다.

내가 흰색 타투를 받고 싶다고 하자 문하생의 옆에 있던 분이 흰색은 난이도가 좀 있기 때문에 시술은 자신이 할 것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이 분은 올드 스쿨 타투로 유명한 분이었지만 문양은 제자분의 것이었기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력자가 해 준다면 나야 더 좋지.


카지노 쿠폰old school tattoo



그리고 나는 30분가량 걸린 엄청난 고통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흰색은 지워지기 쉽기 때문에 조금 깊게 새긴다더니, 생살을 조각칼로 파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목 뒤에는 만다라가 새겨졌다. 우주법계의 온갖 덕을 나타내는 이 문양이 내게 균형을 안겨주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이 타투는 주변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다들 감탄하며 너무 아름답다고 해서 으쓱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몇 달 후 나는 또다시(!) 타투이스트를 찾았다. 내게 맥을 새겨준 타투이스트에게였다. 맥이 영 맥을 못 추는 듯해서 문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어디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의 꿈 속으로 좀 더 자유롭게 올 수 있도록.

카지노 쿠폰baku tattoo




요 몇 년째 나는 석 달에 한 번 피부과를 찾는다. 맥과 이별을 하는 중이다. 맥과 나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악몽은 여전했고 색이 번져 바래지기 시작했다. 나는 멍청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고 카지노 쿠폰 제거 레이저로 유명한 피부과를 찾았다. 카지노 쿠폰 비용의 열 배를 내고 지워질 때까지 무한으로 레이저를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6개월 단위로, 이후에는 3개월 단위로 레이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거는 오래 걸린다. 이제 16번 정도 받았나? 밝은 곳에서 보면 희미해 보이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일은 요원할 것 같다.

너무 지워지지 않아서 그냥 새로운 카지노 쿠폰으로 덮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대만의 유명한 타투이스트가 한국에 방문한다고 해서 메일로 의뢰했다가일정이 맞지 않다며 거절당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레이저보다 훨씬비용이 들었을 것 같아 거절당한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럴 거면 그냥 둘걸, 하는 후회도 했다. 지우다 만 카지노 쿠폰이라는 건 전혀 예쁘지 않으니까.

이 카지노 쿠폰이 다 지워질 때까지는 새로운 카지노 쿠폰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


왜 계속해서 카지노 쿠폰을 하고, 지우고, 또 새로운 카지노 쿠폰을 새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관심받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기복신앙적인 의미, 세 번째는 카지노 쿠폰이 일종의 자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의 카지노 쿠폰들은 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애초에 처음부터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새겼다면 계속해서 카지노 쿠폰을 추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임이나 소설 속 캐릭터들은 마법의 힘이 담긴 문자가 새겨진 돌을 갖고 강해진다. 나 역시 내 몸에 뭔가를 새겨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맥에게 배반을 당하고도 여전히 어리석은 나는 다음에 새길 카지노 쿠폰을 싹얀으로 정해두었다. 이 카지노 쿠폰은 인도의 수도승들이 새기는 것으로 액운을 막고 성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며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새겨 유명해졌다.


sakyant tattoo



자해 충동은 일반적으로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해 신체적 고통으로 이를 가리고 싶을 때, 혹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 관심을 받고 싶을 때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고 한다. 대체로 들어맞는 것 같다. 한 달에 한번 미용실에서 두피를 괴롭히며 몇 년간 노란 머리를 유지했던 것도,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귀를 뚫어 양쪽 귀에 피어스를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것도, 모두 자해 충동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카지노 쿠폰을 새긴 곳이, 귀를 뚫은 곳이 지끈지끈 아파오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냥 꼬집어보면 되는거 아니냐는 사람은 정신과에 한번도 방문해본 적이 없는 속편한 이로 간주하겠다.


*


나이가 제법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관종이고, 기복 신앙을 빌고, 정신적으로 취약하다. 다만 처음 카지노 쿠폰을 새길 때에 비하면 아주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역시 처음부터 크고 아름다운 걸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새겨야 했었는데!


50대가 넘으면 양팔 가득 카지노 쿠폰을 새기고 싶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새기고 싶다. 그때까지 오른팔의 맥과 완전한 이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를 위해 가끔 팔운동을 한다. 살이 축 처지면 덜 예쁠 것 같다.


그렇다. 결국에는 예쁜 게 중요하다. 무조건 예뻐야 해. 덤으로 친절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도 받고 살아있다는 느낌도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고 복을 빌 수도 있다. 무려 일석 육조. 가히 명사수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덧. 대림동 한복판에서 산 적이 있다. 엄마가 오셔서 대림 시장을 구경시켜드렸는데 중국어만이 오가는 거리에서 엄마가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야, 여기는 양 팔에 카지노 쿠폰있는 사람들이 억수로 많다."

"엄마, 엄마 딸도 양 팔에 카지노 쿠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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