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픽션입니다.
몇 번째 회사였던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부품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망할 회사는 아니었기에 눈 딱 감고 3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부품처럼 취급한다는 말에는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기름도 치지 않고 그저 망가질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죽지 못해 살긴 하는데 굳이 죽지 못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에 빠져들 때쯤, 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sns에 올린 글을 보았다. 스타트업에 디렉터로 합류했으며 팀원을 구한다고 했다. 즉시 연락을 넣었고 디렉터의 추천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는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연봉협상으로 넘어갔다. 조금 센 액수를 불렀는데도바로 승인이 났다. 대기업에 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통과되어 서비스를 그쪽에서 진행예정이라 했다. 덕분에 투자금이 넉넉했고, 관심분야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과거에같이 일한 경험이 있고 퇴사 후에도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서로의 능력을 알고 있고 인성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직장 동료로서 최고의 조건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 다만 디렉터인 동생은 조금 바빠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많이 바빠졌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대기업과의 회의에 참석하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업무와 관련된 회의를 잡아놓아도 취소되어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고, 늘 웃는 표정으로 인사하던 동생의 얼굴이 어쩐지 지쳐 보였다.
겨우 시간이 나 차나 한잔 하자고 했더니 잠시 고민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왜 그렇게 바빠? 하루 종일 회의만 하네. "
"그러게요... 정작 제 일에는 손도 못 대고 있어요."
"무슨 일 있어?"
"음... 어차피 아시게 될 테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방향성을 바꿔달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설득해보고 있긴 한데 쉽지가 않네요. 다음 주에는 본사에 다 같이 한번 가야 할 것 같아요."
"본사에? 다 같이? 왜?"
"저랑은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실 작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대요."
통과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바탕으로 프로토 타입도 검증을 받았고, 한창 콘텐츠를 개발하던 시기였다. 이제 와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바꿔달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대표님이 나서야 되는 거 아니야? 뭐래?"
"그게요... 하, 저도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 뭘?"
"저희 계약이 단순 서비스 관련이 아니더라고요."
"그럼?"
"애초에 대기업 쪽에서 진행하다가 한 번 엎어진 프로젝트래요. 대표님이 지인을 통해서 본인이 해보겠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쓰셨던 거고요."
"그럼 단순히 투자만 받은 게 아니라.. "
"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권이 그쪽에 달려있어요. 작업물도 전부 그쪽에 소유권이 있고요."
사실상 외주나 다름없었다. 취업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투자자 측의 입김이 센 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되기가 힘들다. 입사 당시 보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미끼상품이었다.
본사에 다녀온 후 회사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대기업의 담당자들은 저마다의 자부심을 갖고 작업해 온 사람들을 마뜩잖게 여기는 눈치가 다분했고, 실무나 그간 만들어온 제안서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만 해댔다. 애초에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
결국 몇 주 후 경영 악화를 핑계로 몇몇에게 권고사직 처분이 내려졌다. 디렉터인 동생과 동생이 데리고 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얘기를 전달받는 사이에 인트라넷 계정이 삭제되었다. 퇴사 절차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그냥 다음 주부터 나오지 않아도 좋다 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 먹겠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별다른 항의 없이 그대로 회사를 나왔다. 권고사직은 처음이라 잘 몰랐다. 지금이었다면 퇴직금을 제외하고서라도 최소 3개월, 혹은 5개월 이상의 위로금을 요청해서 받아낼 자신이 있건만 그때만 해도 어렸다. 다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면 야무지게 처신하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모든 권고사직은 대체로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이기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