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x 정성일 대담

2025-05-04T09:06:06Z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찝찝하면서도 시원하다. 내가 알지 못하고 넘어간 일상 속에 또 뭔가 슬프게 감춰져 있을지 불편하기도 하면서, 알아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까지 느끼게 된다. 무겁지만 이렇게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조금씩 감춰진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왠지 해방되는 것 같다. 대담집에서 느낀 건 참 많았는데, 그중에 영화를 만들며 힘든 순간

운동하다 발견하게 된 통제 욕구 - 기분은 상대가 주는 게 아님

2025-05-02T06:01:28Z

같은 시간 대에 자주 치는 분들이 있다. 그중에 두 분은 항상 티격태격이다. 2:2 경기라도 하게 되면 같은 팀이거나 상대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A는 체육인답게 승부욕이 있고, B는 그 승부욕을 소재로 묘하게 자존감을 건드린다. 제일 아이러니한 게 그러면서도 매번 서로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찾는다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 애증의 관계인지 남매인지 직장동료

돈 값 vs 싼 게 비지떡 - 결혼 시장의 아이러니

2025-04-26T03:44:48Z

친구가 청첩장을 돌렸다. 결혼을 한 달을 앞둔 새신랑이다. 잘 준비돼 가고 있냐고 물었을 때 여러 가지 못한 것들을 나열하며 한복집을 아직 못 골랐다고 했다. 난 그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했던 곳을 추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추천할 때 '10만 원'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러자 내 친구는 한복집에 대한 나의 뒷 리뷰를 듣기도 전데 '

중국의 공원이 부러운 이유 - 매일 저녁 작은 축제가 열린다

2025-04-24T05:05:05Z

중국에 출장 가 있는 남편은 이번엔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일을 하고 있다. 3개 도시를 다니는 데 이동만 한 번엔 500km라고 한다. 저번에는 청두였다가 지금은 위청에 머물고 있었다. 우리는 매일 밤 자기 전에 그날 일어난 일들을 소소하게 이야기한다. 오늘은 공원을 산책하다 중국인들과 제기차기한 이야기를 해줬다. 시차 1시간인데 너무 졸려서 다음날 아침

당근에서 나눴더니 - 더 좋은 물건을 받아버린 이야기

2025-04-23T02:22:14Z

심심하면 정리한다. 남편은 정리할 게 있냐고 물어보지만 자세히 보면 더 눈에 들어온다. 부엌 선반, 베란다, 옷장 등. 한꺼번에 대청소하진 않고 주말에 한 번씩 한 구역씩만 한다. 안 쓰는 물건은 매번 나온다. 그걸 주로 버리기만 하다가 아까워서 당근앱을 켰다. 꽤 크고 두툼한 게 양초를 버리기도 아까운데 팔기는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처음으로 나눔으

가족모임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 - 대가족 4월 합동제사

2025-04-24T14:58:38Z

어릴 적엔 모두가 명절에 20명쯤은 모이는 줄 알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로 시작된 삼대가 모이는 풍경은,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다시 아래로 삼대가 됐다. 오랫동안 친척들이 반드시 모이는 날은 1년에 세 번이었다. 두 번의 명절과 4월에 지내는 합동제사. 그러다 점점 내 항렬의 사촌들이 결혼하고부터는 얼굴을 보는 날이 적어졌다. 언니들 없는 명절은 재미

'엄마에게도 관대하면 좋겠다' - 할 말 안 할 말

2025-04-16T03:36:31Z

마음속에 가지고만 있으면 충분한 말이 있다. 그걸 입 밖으로 내뱉어버리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말들이 있다. 못할 말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옳다고 다 쏟아버리면 옳고 그른 판단이 남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박힌다. 대화가 잘 통한 직장동료와 수다나 떨려고 하는 잡담에서 동료가 '어떻게 그런 말을 어머니께 해버렸냐'길래 그제야

기획과 육체노동의 현장 '집밥' - 신혼부부 회의 안건: 저녁메뉴

2025-04-11T11:22:11Z

남편은 저녁때면 무엇을 먹을지 묻는다. 물어보고, 요리 또는 배달을 시키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일찍 오는 날은 먼저 차려줄 수 없나? 내가 좋아하는 알고 있는 메뉴를 얼추 알고 있잖아. 뭐 먹을지에 대한 대답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질문이라고. 지금 냉장고에 있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당장 요리할만한 것들을 생각해 내야 하는 거야. 그건 운동을 하고 심

미안하기만 한 시절 - 배드민턴 레슨 에세이

2025-04-08T00:09:56Z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해서 관중석이 있다. 레슨을 받고 있을 때면 관중석에 쉬어가는 강습생들이 나를 바라보게 된다. 유난히 지칠 때면 종종 응원의 목소리도 들리고, 헛스윙을 할 때면 살짝 부끄러워진다. 오늘은 잘하는 두 분과 어쩌다 수다를 떨면서 레슨 받는 모습을 구경하게 됐다. 어쩐지 왼발 스텝이 이상했다. 지지되지 않은 채 걸어

지루함을 대비하지 말기 - 지루함, 무료함, 따분함에 관하여

2025-04-07T04:24:07Z

지루한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것저것 해도 결국 익숙해진다. 그걸 하면서 얻는 잠깐의 성취를 계속 발전시켜야만 하는 걸까? 그건 또 다른 노동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지 않은 날에 찝찝한 상태로 낮잠을 자던 고등학생처럼, 회사일 말고 또 다른 취미에 생산성을 가져다 붙이기 시작했다. 근무시간이 끝나서도 절대로 쉴 수 없다. 학창 시절을 벗

복지국가에 살면 행복할까? -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2025-04-01T12:58:10Z

나는 유난히 어쩌면 행복이라는 허상에 집착한다. 오늘도 도서관에 이런 책을 골랐다. 5권 중에 하나는 꼭 행복 책이다. 지금 보다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노르웨이의 교수인 저자는 복지국가로 행복도가 높은 국가에서도 여전히 불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금 의아했다. 난 한때 거기로 이민 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경쟁

연애할 때 잘됐던 대화가 결혼하니 달라진 이유 - 신혼부부 대화

2025-04-25T13:57:13Z

대화를 더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남편과 대화를 잘하다가도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남편이 고쳤으면 하는 부분을 이미 다 말했다. 내 문제를 생각해 보니 남편보다 심각하다. 1. 말을 끊는다 생각이 나면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든다. 그제야 내가 끼어든 걸 알아차리고 조금 멈추면 상대는 내가 말하라고 한다. 그때

회사 동료가 유난히 밝은 이유 -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의 비밀

2025-03-25T06:58:40Z

Y가 우리 부서로 발령이 난 날, 같은 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며 여러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겪어보기도 전에 궁금했었다. Y는 잘 웃는다. 이제는 그가 단순히 웃음이 많다기보다 삶을 행복하게 사는 능력자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맛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낮다. 뭘 먹어도 격하게 맛있어 한다. 사소한 일에

택배 눈치 안보는 아내의 삶 - 신혼부부 경제공동체

2025-03-21T07:16:17Z

B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고민이 더 늘어가는 건 오히려 B다. 무엇을 선물로 받으면 좋을지 라는 고민을 며칠이나 한다. 평소 장바구니를 쌓아두고 있는 나와는 참 다르다. 뭔가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물어보면 필요한 건 다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요한 건 필요할 때 다 샀기 때문에 생일이라서 받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정말 갖고 싶은 걸 찾아냈

부품 인생 탈출기 - 맞벌이 부부의 회사생활

2025-03-13T23:23:53Z

B는 자신에게 대단한 열정과 야망은 없다고 말해왔다. 오늘은 회사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신규 입사자들이 있었고 팀에는 요청한 인원만큼 충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 실망했지만 그 이상 감정적으로 격해진 동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반응에 B는 공감하지 못했다. '주어진 인원 안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 귀찮을 때 현실적인 묘수 5 - 30대 회사원의 운동 수기

2025-03-19T08:56:10Z

한동안 왜 이렇게 체육관에 가는 게 귀찮은지. 가면서도 귀찮아 죽겠다. 이 생각이 얼마나 지독한지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갈지 말지 생각하고 있다. 누가 가야만 한다고 압박하는 것도 아니다. 근 두 달간 이러고 있는 게 상당히 피로했다. 뇌는 계획한 것을 포기했을 때에도 도파민이 나온다고 하던데, 운동을 하지 않고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법을 찾아버린 것일

서울 삶에 로망 없는 이유 - 부부가 소도시에 삽니다

2025-03-17T05:53:33Z

남편의 회사는 군 단위의 작은 도시에 있다. 많은 동료들이 본사로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는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순환근무에 대한 문의가 늘었고 이 때문에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공고문에서부터 순환근무 가능 연차가 공지되어 있다. 친해진 신규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환근무 할 연차가 될 때까지는 이곳을 다니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

꽃게 어떻게 잡히게요? - 북리뷰 퀴닝, 한승태 작가

2025-03-07T01:59:38Z

뭐라고 감히 감상평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글을 읽었다. 르포작가 한승태가 직접 경험한 일이었다. 꽃게잡이 배를 탔다고?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어떻게 잡히는 거지? 흥미진진했다. 가끔 비슷한 영화가 떠오르고, 험한 욕을 지껄이는 배우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읽었는다. 그러다가 점

아이 낳아야 합니까 - 결혼 다음 출산 미션

2025-03-06T02:17:01Z

순순히 아이가 생기지 않은 시간을 세고 있다. 다달이 내 몸으로 확인한다. 화장실을 갈 때면 아쉬움을 넘어 한숨이 나오기까지 한다. 맞다. 조급해졌다. 친한 친구들이 연이어 결혼을 할 때에도 조급함은 하나도 없었는데 희한한 일이다. 나는 결혼만큼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할 사람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 감사하게도 사랑하난 사람을 만나

유독 명랑한 강습반 - 잘되는 배드민턴반의 비밀

2025-03-12T01:17:44Z

겉모습에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그녀의 탄탄한 근육과 구릿빛 피부. 강습반 코트 앞에서 멀뚱히 서있길래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아준다. 이거 세게 나오는 걸? 해보지 않고서도 감히 상대도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습반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몇 분 뒤 강습을 하고 있었다. 오우 힘이 장난 아니다. 웬만한 남자들과 맞먹을 것 같았다. 타점도 꽤

김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