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맞아 - 20250512

2025-05-12T10:53:23Z

“괜찮아, 거기 네 자리 맞아. 뭔가 놓치는 거 아니야.” 스스로 말해주었다. 반짝이는 것에 매료되어 더 소중란 걸 놓치고 있는 걸까봐 두려워하던 나는 비로소 덜 그러데 되었다. 그게 뭐든 내가 한 선택을 믿고, 몰입을 신뢰해주기로 했다. 자신에게 그리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많이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선택하고 책임지고 현재를 살고 나아가기를. 또 그 지난한

두 번 - 20250511

2025-05-12T09:42:45Z

새로운 러닝코스였다. 전혀 모르던 풍경이었다. 경정공원에 갔던 날 받았던 느낌과 비슷했다. 반가웠고, 정이 들 것 같았다. 수많은 아쉬움들이 데려다준 곳이기도 했다. 네 명은 처음 말했던 속도를 지키며 나아갔고, 동화같은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정겨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어느새 대화속의 나는 조금 묵직해져 있었지만, 늘 유쾌함이 그걸 이겨낸다. 그 장

정체되지 않고 - 20250510

2025-05-12T09:41:05Z

비 오는 날의 막걸리, 집 앞 괜찮은 곳에는 여전히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장난이 오갔고 천천히 가까워진 사람의 마음씀이 느껴졌다. 속도를 맞춰보고자 따로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풀어졌다. 낮의 당황스러움은 또 흘러갔다. 이상한 일이 생겨도 정체되지 않고 금세 나아가게 하는, 그런 곳이었고 또 역할이었다. 그러니 조금 덜 겁내도 되겠다는

느낌표 - 20250509

2025-05-12T09:39:08Z

비가 왔다. 그래도 뛰었다. 빗줄기가 보이는데 그걸 보며 뛰는 게 좋았다. 이번에도 함께 뛸 사람이 있어서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낭만적이었던 만큼 헛헛해졌다. 얻는 만큼 잃고, 더하기 만큼 빼기가 있는 법. 물음표가 뜰 때면 느낌표만 던지라던 드라마의 대사를 떠올린다. 단골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래를 듣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도 잔잔히 위안

조각케이크 - 20250508

2025-05-09T06:40:02Z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또 어렵고 복잡한 긴장감으로 시작한 대화는 그런대로, 조금씩 풀어져갔다. 와인에 기대어 많이 웃고 있었다. 조각케이크를 이렇게 이쁘게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못 먹을 뻔 했던 치즈케이크도 먹었다. 나는 내게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어두운 표정에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 고민이 있다고 했더니, 집으로 돌아가 기분은 좀

마데카솔 - 20250507

2025-05-09T04:25:56Z

입술이 텄고, 딱지가 졌다. 그걸 보고 언니가 연고를 발랐느냐고 물었다. 이제 아시클로버 말고 마데카솔을 발라야 한다고. 그게 생각이 나 퇴근길 약국에 들렸다. 그리고 혼나지 않으려고 샀다고 했다. 혼 안 나려고 샀다고 이야기도 하니 많이 웃었다. 그리고 메리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안전한 감각을 주는 이들을 난 또 좋아하는 걸 하다가

두 송이 - 20250506

2025-05-08T10:54:37Z

반성했다. 혼자 마음을 닫았던 걸. 너무 예쁜 마음을 간직한 친구가 장미꽃 두 송이를 챙겨왔다. 나와 생일이 같은 오빠를 만난다고 그런 것이었다. 마음이 이상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 그것도 언젠가 섭섭했을 수도 있는 그런 날이 있었는데 말이다. 매일 감동인 날들이었다. 또 그간의 시간을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스물하나에 함께 해외봉사를 갔

하나언니 - 20250505

2025-05-08T09:56:12Z

하나언니를 만났다. 아주, 아주 많이 웃었다. 언니는 내 생일을 챙겨주려고 이런저런 것을 구상해보았다. 날이 좋지 않아 피크닉을 떠올렸던 건 하지 못한다고 했다. 평소 나의 빨간색 립스틱을 보며 다음 번에는 다르겠지, 다르겠지 했는데 바뀌지 않았다며 청초한 색을 내밀었다. 내가 화장품은 잘 몰라서 그걸 챙겨줄 수 있어 좋다고. 핸드폰의 스티커도 다음에는 바

전환점 - 20250504

2025-05-08T11:01:45Z

아롬 - 20250503

2025-05-06T23:57:32Z

어떨지 잘 모르고 갔던 자리였다. 그런데 아늑한 공간에 들어서자, 마음을 어지럽히던 것들이 한 번에 환기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과 에너지를 받았는지 소진되었는지 나누는 작업을 했다. 행복했던 순간이 내가 책임이 있는 곳보다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았음을 인지했지만, 이게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들이었다. 또한 현

너가 제일 중요한데 - 20250502

2025-05-02T16:19:34Z

“또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 끙끙 앓지 말고. 끙끙거릴 것 같으면 입밖으로 꺼내고. 너가 제일 중요한데, 그거까지 양보하면서 배려하지 마.“ 스스로 ”잘했어.“라는 말을 못해주는 사이 참 선배같이 푸근하게, 또 여전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한결같이 든든하고 고마웠다.

휴일 - 20250501

2025-05-01T15:14:52Z

눈에 불편하던 옷가지들을 모두 정리했다. 매트를 펴고 스트레칭도 했다. 고요한 나만의 시간에 이 주파수가 무척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런 시간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정리되지 않은 공간이 에너지를 가져가는 것도 깨달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책에서 두 번째 화살을 쏘지 말라고 하였다. 상황이 일어난 것에 그치지 않고, 되새

성벽 - 20250430

2025-04-30T23:09:59Z

사월의 마지막날은 회사에서 조금 기운이 나갔다.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 지적은 아니었지만 꼭 변경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잘못이 없는데 혼나는 듯해서 억울함이 금세 부풀어 오르기도 했지만 잘 흘려보냈다.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상사는 감정적으로 나를 대하지 않고, 동료는 센스 있게 나의 부분을 얼른 마무리해주었다. 앞으로 해당 업무를 할 때의

코모레비의 계절 - 20250429

2025-04-30T10:02:38Z

코모레비의 계절이 왔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점심을 먹고 혼자 둘러보는 풍경은 순간순간 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빛이 닿는 지점들이 아름다워 카메라를 켜게 된다. '되찾은 일상'이라는 단어가 멤돌았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대단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빛으로 채워가는 그의 일상. 그 담담함과 어울리는 계절이다.

다독임 - 20250428

2025-04-28T14:41:40Z

정말 날씨 하나만으로 설레는 계절이다. 일년 중 찰나여서 참 소중하고 놓치기 싫은 날들. 제주도 여행도, 해외로 훌쩍 떠나는 일도 하고 싶지만 노을 지는 창가에서 생각했다. 올해는 착실히 보내고 싶다고. 그렇게 보냈던 어느 해가 나에게 안겨준 것들이 좋았기에, 또 일 년은 그래보고 싶다고 나를 다독였다. 그간 살아온 시간을 예쁘게 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몽글

어디론가 - 20250427

2025-04-28T08:54:26Z

심드렁함은 어느새 들뜸과 열의로 바뀌었다. 첫차를 탔고, 기지개를 켰고, 몸을 풀었고, 누군가의 달리는 이야기를 들었고, 반가운 얼굴을 만나 인사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첫 마라톤, 궂은 날씨에 제대로 달리기 어렵다고 지레짐작하고 큰 뜻 없이 갔던 두 번째 10km와 달랐다. 목표가 있었고, 또 준비하느라 무리하며 생긴 통증이 있었다. 달리는 내내 균형을

해드려도 될까요 - 20250426

2025-04-28T04:44:04Z

"혹시 할머니 기일에 꽃 제가 해드려도 될까요?" 물어보셨다. 작년에 올렸던 글을 기억하시고 마음에 남겨두셨다가 고민 끝에 질문을 건네는 단골꽃집 사장님.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 게 참 감사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기운 차리라던 기희씨, 이사 갔다는 소식에 조금 더 자주 만날 걸 후회했다는 꽃집 사장님, 그리고 쉽지 않은 첫 육아 중에도

에너지 - 20250525

2025-04-25T10:48:19Z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를 건넸다. 올 해 초 팀에 합류한 동료는 '0000팀 화이팅'이라고 했다. 밝고 맑고 웃음이 많아서 나도 그 기운을 받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어떤 것보다 훨씬 강한 건 정성적으로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오래 전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 분이 웃으면서 일하시는 걸 보고 미소의 힘을 깨달았었다. '팬'이라 말하고 싶은

하늘 - 20250424

2025-04-24T22:12:02Z

보고 싶은 할아버지가 떠난 날이다. 하늘을 보면 괜스레 말을 건네게 되었다. 오늘 할아버지가 떠났던 날처럼 날이 맑고 예쁘다고. 나 잘 살고 있는 것 맞느냐고. 다음에는 할아버지가 내 손자여도 좋겠다고. 응급실에 가던 길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를 선뜻 업어드릴 수 없어서, 사촌오빠였다면 바로 그렇게 했겠지 싶어, 내가 나인 게 참 미웠던 그 마음이 선명히 남아

양지 - 20250423

2025-04-24T01:31:43Z

지하철에서 내리면 공원에 노을이 드리우는 계절이 왔다. 늘 아름다운 붉은, 주황빛의, 분홍빛의 색감이다. 서로가 조금은 불편했을 동료가 그 이후로 괜찮았는지를 물었다. 내가 짐작하던 부분은 역시 사실과 달랐다.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 더 단단히 지내보기로 하였다. 블로그에 정리해둔 책 <사람을 안다는 것>을 오랜만에 열었다. 타인을

예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