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매니저의 긴긴밤 - 90년대 말 PC방의 추억

2025-04-28T03:46:31Z

우리 세대의 게임인이라면 대개 비슷하겠지만, 가장 많이 일을 했던 곳은 PC방이었다. 야간에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드문 일자리였으니까. 여러 매장에서 일을 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는 구미의 나이트클럽 맞은편에 있는 가게였다. 구역을 관리(?)하는 조직 형님들이 매일 지정석에 앉아 있었다. 일이 생기면 언제든 갈 수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었어. - 서로에게 영향을 준 삼 남매의 삶의 궤적

2025-04-27T15:12:24Z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었다.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은 아니고 백곰, 불곰, 꽃곰. 서교동 집을 잃고 올림픽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까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기. 우리 가족은 둘째 외삼촌 집에 머물렀다. 어린 나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 주신 분이셨고, 게임을 꿈으로 가질 수 있는 강력한 계기를 마련해 주신 분이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 부자) 곰 세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 내가 들은 인생 최고의 조언

2025-04-21T12:23:10Z

권위나 명예에 그다지 특별함을 느끼지 않는다. 대기업의 회장이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나 감독, 정치인, 학계의 권위 있는 사람이나 작가님들을 만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모두 사람일 뿐이니까. 그래서 누구누구를 만났다는 무용담에 감탄하는 반응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특별했던 만남이 찾아왔고, 그 이후로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EP. 게임 is 뭔들 - 잃어버린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

2025-04-18T12:16:15Z

대한민국 게임 업계에는 3개의 대기업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첫 이니셜이 N으로 시작했기에 3N이라고 불리 웠다. 그중 2개의 N은 항상 그 자리를 공고히 지켰지만 나머지 1개의 N은 몇 번인가 다른 회사로 교체되었다. 현재까지 다닌 회사 수는 10개를 아득히 넘어 거의 20개가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지하는 나는 그중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

[16] 움직이는 게임 라이프 - 게임을 되찾기 위해 이곳을 나가고 싶다면

2025-04-16T10:11:21Z

회사에 혼자 고립되어 매일 죽음을 떠올렸다. 이대로는 마음이 계속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해소할 방법이 필요했다. 기숙사에 게임기를 들고 가긴 했지만, 다른 직원들이 신경 쓰여서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 공간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검도였다. 자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장에 등록했다. 게임 업계와 달리 제조업은 퇴근

[15] 멈춰버린 게임 라이프 - 동생을 지키기 위해 게임을 버려야 한다면

2025-04-15T14:06:08Z

N사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지하 회의실에 가보니 양복을 입은 키 큰 장년의 남자가 있었다. 가업 승계 문제로 찾아왔습니다. 아버님이 보내셨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남자를 돌려보내고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욕을 해댔다. 통화가 끝난 뒤, 아버지가 문자를 남겼다. X월 X일 X시. 화성 경찰서.

펌피 : 망가질 용기 -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2025-04-08T06:58:18Z

“그냥 긴치마 입으면 안 될까? 교복은 좀 그렇지 않나.” 여자 교복을 입은 채 투덜거렸다. 남자가 여자 교복을 왜 입냐고? 변태냐고? 그렇게 보여도 할 말은 없지만, 사정이 있었다. 펌프 공연팀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SES 곡과 핑클 곡을 연속으로 해야 하는 구성이 있었는데, 멤버 하나가 펑크를 낸 것이다. 여자 댄서 4명이 모두 같은 학교 학생이었고

퍼스트 픽셀 인 와레즈 - 불법 다운로드를 싫어하게 된 이유

2025-04-09T07:53:52Z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남은 시간. 담임 선생님은 이 시간을 자유롭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사용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학교에 나가봐야 의미 없이 영화만 몇 편 보고 돌아오는 게 전부였기에 차라리 일을 하자 싶어 매장에 나갔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 시간도 학생의 의무 시간이니 무언가를 배우라고 권해 주셨다. (으뜸) 고민 끝에 한국 유일의 게임

어머니라는 업 - 너는 왜 그렇게 무능하니?

2025-04-01T23:58:43Z

제주소년 우는 막내딸을 정략결혼시켰다. (어느 제주 소년의 일생) 상대는 당시 한국에서 잘 나가던 기업가의 장남이었다. 마왕은 구두닦이부터 시작해서 8개의 사업체를 일군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7남매에게 하나씩 다 물려주었다. 우는 딸의 행복을 의심치 않았으리라. 두 사람은 9살 차이였다. 우의 막내딸은 2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중 하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14] 노 웨이 드림 - 더 큰 꿈을 찾아 떠나가기

2025-03-28T19:58:13Z

그날 이후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3월11일, 그날) 게임 개발의 특성 상 서로의 모니터를 보며 대화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업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할만한 동료들이었지만 자꾸 그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급적 다른 사람과 엮이지 않고 내 작업에만 집중하려고 했지만, '책임'이라는 직급상 불가능했다. 그 결

아버지 부자 - 나를 지탱해 준 감사한 아버지들

2025-03-27T08:31:58Z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잘 들어오지 않으셨고 집에는 빨간딱지들이 붙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셨기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를 보는 날은 점점 줄어들었고 어려움 없이 부유하게 자라온 어머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너지셨다. 사업 실패와 빚. 두 분은 만날 때마다 싸웠다. 그럴 때면 동생을 데리고 놀이터

네 이토록 - 기억이 허락된 어둠 속 옛 연인

2025-04-21T00:41:46Z

20살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연애를 이어왔다. 매번 이별을 겪으면 오래지 않아 새로운 사람이 다가왔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연애 이야기라는 말도 있지만,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 혹은 책임감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건들과 달리 연애는 두 사람이 함께 경험한 이야기이고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

못생겨도 괜찮아! - 외모 콤플렉스 극복하기

2025-03-19T12:26:22Z

고등학교 시절,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폭력 서클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드불능 반격기) 그곳의 형들이 말했다. 야! 넌 웃지 마라! 안 그래도 못 생겼는데, 웃으면 더 끔찍해 보이거든! 그냥 차라리 뒤에서 무게 잡고 인상이나 구기고 있어! 그 편이 훨씬 있어 보여! 형들의 말을 듣게 되면서 나의 외모가 못 생겼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3] 3월 11일, 그날 - 평생 가장 끔찍했던 하루

2025-03-16T07:35:09Z

2023년 3월 11일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러 영화관에 갔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을 그냥 거를 수는 없었다. 영화는 평이했다. 생각했던 퀄리티에 예상과는 조금 달랐던 시나리오. 매 작품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작화. 하지만 이야기의 절정에 달했을 때, 마음속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올

내 게임 속의 지우개 - 리얼 타임 연애 시뮬레이션, 러브 플러스

2025-03-16T23:57:32Z

대기업에서 진행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그곳에서 오타쿠를 주제로 발표하게 되었다. (내가 오타쿠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준비한 수많은 개그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야심 차게 시도했지만 반응은 매번 썰렁했다. 그렇게 딱딱한 발표가 이어지던 중, 화면 가득 참치캔을 내밀고 있는 미소녀의 이미지가 떴다. “저의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그 순간 폭소가

가드불능 반격기 - 오락실에서 린치 당했던 추억

2025-03-15T21:50:43Z

고등학교 시절. 나를 좋아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내가 그린 서툰 그림을 좋아해주었고 격투 게임을 하는 모습도 멋지다고 했다. 집이 가까웠기에 종종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헀다. 녀석은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는데, 선천적이기 보다는 긴장을 과하게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와 있을 때는 말을 더듬지 않았으니까. 이 친구 이름은 ‘영식’이라고 하자. 그

최고의 파트너 - 역시 네가 나보다 낫다.

2025-03-25T07:38:53Z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네다 공항. 아마 녀석도 몇 개월 전에는 나와 같은 심정이었겠지? 짐을 찾고 게이트를 나가니 익숙한 얼굴이 반겼다. 동생이었다. 기차 탈래? 버스 탈래? 아무거나 타자고 대답하니 동생이 안내소에 무언가를 물었다. 일본어이기는 한데, 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드물었다.

[12] 내가 오타쿠다! - 전국에 오타쿠 인증하게 된 어느 해의 컨퍼런스

2025-03-19T12:16:05Z

현재 나의 정체성 중 하나는 오타쿠이다.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서브 컬처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게임 기획자, 혹은 디렉터로 통한다. 혹자는 전문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정도는 아니다. 20년간 운영 중인 블로그에 매년 수십 개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리뷰를 업로드한다. 꾸준히 감상하는 이런 모습을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닐

패배의 이유 - 승리보다 패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2025-02-24T12:35:53Z

신도림 테크노마트. X층에는 남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던 행사는 스트리트 파이터 4 대회. 거의 십여 년 만에 참가하는 격투 게임 대회였다.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한 남자는 심연 군. 후에 애니메이션풍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디렉터가 되는 친한 게임 기획자 동생이었다. 우리 둘에게는 격투 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함께 연습을 했고 같

연애의 바이블 - 첫 키스는 브라운관 맛

2025-02-21T05:04:39Z

저녁 식사 데이트 중 수리짱이 질문을 던졌다. “오빠, 가난할 때도 연애했었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돈 없을 때? 그냥 같이 공원 걷고 자판기 커피 뽑아서 나눠 마시고...” “대단하다. 조건이 안 좋은데 어떻게 연애가 끊이지 않지?” “그건 말이지...” 중학생 시절부터 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고,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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