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여전히 꽃을 심는다 - 식목일 생명과 자연을 돌보는 마음

2025-04-27T00:24:22Z

그 아이는 여전히 꽃을 심는다. 어릴 적 식목일이 되면, 학교에서는 나무를 심으라고 권장했다. 지방의 학교들은 아예 산에 올라가 나무 심기를 했다. 식목일날 학교에서 모종삽을 들고 흙을 파며 친구들과 나무를 심었다. 아이들은 수업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니 들뜬 모습이었다. 하지만 장난을 좋아하던 남자아이들은 까불며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그중 한 아이는 심하게

손톱 끝에 피어나는 행복 - 며느리 마음

2025-04-27T00:24:30Z

손톱 끝에 피어나는 행복 해외에서 사는 며느리가 한국에 올 때마다 내게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은 큰 감동이다. 손주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다며 용돈을 준다. 얼굴 마사지와 손톱 관리를 하라고 뷰티숍에 예약금을 지불하고 기분 전환하라고 한다. 손톱 관리를 하면, 힘들었지만 보람 있고 축복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많은 시간 시

몰랐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 직관으로 시작한 글쓰기, 그 후 이야기

2025-04-08T14:02:04Z

몰랐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일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시작하는 편이다. 글쓰기도 그랬다. 처음에는 나의 스승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고 허기진 내면을 채우려는 본능적인 갈망으로 펜을 들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지적 외로움을 메우기 위한 시도였다. 글쓰기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었다. 생각을 풀어내면

불 앞에 선 사람들 - 소방관

2025-04-23T14:28:48Z

요즘 전국 곳곳이 불길에 휩싸였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순식간에 울주, 영덕, 포항까지 번졌다. 강풍이 불씨를 이고 날아가듯, 불길은 산을 넘어 마을을 삼켰다. 배를 타고 방파제를 넘어 피신한 마을이 있었고, 나무가 엉켜 쓰러져 구조조차 어려운 마을도 있다. 가축은 쓰러졌고, 집은 그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사상자도 생겼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

마음을 울리는 소리

2025-04-03T14:15:41Z

마음을 울리는 소리 오늘도 나는 칼림바를 손에 들고 아이들 앞에 선다. 이 작은 악기의 맑은소리처럼,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나는 칼림바 강사로 여러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에게 이 악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한 학기의 마지막 날이자 이 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학생은 아쉬운 표정으로 “더 배우고

Now here - 지금 여기

2025-04-11T22:49:40Z

충청도 충주에 위치한 고적지 탄금대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나무는 밑동은 튼튼한데 올라오면서 나무의 허리가 직각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조경을 해 놨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의 꼬부라진 허리가 생각났다. 어떤 근심 걱정이 남아 있어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운명을 달리할 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

그녀를 위한 묵주기도 - 치유글쓰기

2025-04-07T21:36:23Z

나와는 오래된 인연이다.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를 아끼며 살아왔다.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내 앞에 있어 주었고, 아파서 먹지 못할 땐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결이 비슷해 도자기나 그림 같은 취미도 함께했고, 삶의 많은 부분을 나누었다. 그녀와의 인연은 성당 교우의 소개로 시작되었다. 언니는 신앙 안에서도 늘 봉사하는 사람이었다. 성당

차 안, 나만의 봄 - 봄정원

2025-04-07T21:45:52Z

차 안, 나만의 봄 정원 나는 이상하게도 봄을 가장 먼저 차 안에서 느낀다. 밖보다 오히려 이 작은 차 안에서 봄이 먼저 내 마음에 스며든다.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를 조용히 감싸고 등받이에 기대기만 해도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햇살과 포근함이 합쳐지면 그건 거의 졸음에 빠질 듯한 평화로 다가온다. 창밖은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게 일렁이고, 따

바다 건너 피어난 사랑 - 가족 여행

2025-04-02T06:21:17Z

바다 건너 피어난 사랑 남편의 칠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날을 위해 아들네는 상하이에서 날아오고, 사위는 몇 달 전부터 꼼꼼히 여행 일정을 짜며 우리 모두의 추억을 준비했다.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사위는 그 모든 걸 기꺼이 해냈다. 흰 티셔츠를 맞춰 입고, 푸른 산과 구름이 펼쳐진 전망대 앞에 섰다. 아이들 손을 꼭 잡고, 현

시간의 맛 - 기다림의 맛

2025-04-24T03:55:53Z

시간의 맛 박현주 얼마 전, 지인이 정성껏 만들어준 무말랭이를 건네주었다. 반찬으로 내놓아 밥과 함께 한입 먹었을 때, 그 쫄깃하고 짭조름한 맛에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겨울이 오기 전에 커다란 무를 사다가 정성스레 썰어 말리셨다. 얇게 채 썬 무는 대나무 채반 위에 가지런히 놓이고, 마당 한 켠에 놓여 햇볕을 받으며 바삭하게 말라갔다.

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