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가져다 준 어버이날블루 - 감동적으로 편지 쓰는 법을 배워야 할 아들들

2025-05-08T15:01:03Z

아들들이 십대가 된 후부터 어버이날블루가 있는 편이다. 작년 이맘때도 그랬지. 요번엔 아들들에게 ‘얘들아, 편지 아니 엽서 한 장이라도 써줘라‘ 했다.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랑 아들들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오늘도 학교에서는 감사 편지 쓰기 활동이 있었다. 담임으로서 우수작을 선정해야하므로 스물일곱 통의 편지를 읽었다. 감사의 대상을 정해두질

쓰는 사람의 무의식 활용법 - 당신에게도 영감이 찾아오나요?

2025-05-11T00:44:25Z

<소피의 세계>를 드디어 읽었다. 출간되었던 거의 이십 년 전부터 관심 있던 책인데 독서모임 도서로 이번에야 읽을 수 있었다. 철학의 역사를 짚어주고 철학과 과학, 예술, 사회와 엮어서 설명해 주는 훌륭한 책이면서, 소설로 쓰였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사실 진도가 잘 나가지는 않았고, 글자를 읽었다 해도 짧게 소개된 수많은 철학 사상을 다 이해하며

생존을 위한 플로우 - 운동에 대해 할 말 없는 사람이 돌아보는 운동의 역사

2025-05-11T23:42:44Z

"운동에 대해 써야 한다고? 조이야, 네가 뭘 쓸 수 있겠어?" 반려인의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그러게......." 운동에 대해 할 말이 없으니 그저께 본 영화에 대해 쓰련다. <플로우>를 보고 왔다. 고양이가 주인공이며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는데 일단 영화에서는 대홍수였다. 갑작스레 물이 차오르는

이과 남편의 아름다움 - 연재를 마치며

2025-04-15T10:31:36Z

읽지 않았는데도 제목을 잊을 수 없던 책이었다. <남편의 아름다움> 앤 카슨의 책(한겨레출판)이다. 인터넷 서점에는 다음과 같이 쓰였다. "화자인 아내가 어린 시절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배신을 겪고 이혼에 이르는 과정이 격렬한 탱고의 이미지 위로 흐른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탱고도 모르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다. 남편의

짝짝이 양말의 날 - 소설을 함께 읽는 즐거움, &카지노 게임 추천;음악소설집>

2025-04-11T03:57:55Z

올해 교내 독서모임 첫 책으로는 <음악소설집>을 골랐다. 그중에서도 윤성희의 <자장가>를 고른 건 학교가 나와서, 울림이 커서, 소설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생님들께 모임 전에 짝짝이 양말의 날을 주문했다. 들뜬 마음으로 짝짝이 양말을 골라 신고 등교해서는 조회 들어가는 복도에서부터 신경이 쓰였다. 일부러 신고 와 놓고 창피한 건 뭐람.

감성충만한 나의 소울 메이트는 - 새롭게 정의하는 소울메이트

2025-04-07T01:47:34Z

소울 메이트를 꿈꾸어 왔다. 나의 반려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음악을 듣다가도 눈물이 나고, 영화 속 장면 하나를 종일 떠올리며, 소설 속 사물이 전체 메시지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이야기하며 전율하는 사람이니까. 저어멀리 첫사랑을 떠올려 본다. 수어를 잘했고, 프랑스어를 전공했으며, 헤어스타일이 꽤 멋졌다. 우리는 달마다 <좋은 생각>에

국어교사의 세 가지 소원 - 행복을 위한, 국어 교사의 소원이란

2025-03-31T13:15:07Z

수행평가 기간이다. 공강 시간의 교무실, 열 반을 언제 다 채점하나 싶어서 오늘 수행한 두 반치 원고지를 꺼내놓고 색연필을 쥐었다. 채점을 한 번에 끝낼 수는 없기에 여러 번 검토할 요량으로 스윽 넘겨 보았다. 녀석들, 열심히 썼군.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가채점을 해보는데, 아, 내 눈. '이 글씨 안 본 눈 사고 싶네' 외치고 싶을 정도로 글씨들이 엉망

그의 주기가 돌아온다 - 치명적 알코올 주기

2025-03-30T16:41:47Z

못 볼 꼴을 처음으로 목격한 건 커플데이트 때였다. 친하다는 친구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넷이 만났다. 그전에도 그 J 오빠를 만났던가 아니던가. 홀에 앉아서 재미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남자친구가 그 사람들 다 보는 데에서 술에 못 이겼다. 셋 다 당황했으나 이 사람을 수습해야 하는 건 나. 남친 핸드폰에 저장된 동생에게 전화해 술집으로 불러냈다. (그때

나부터 안녕하기로 - 새 학기 시작의 마음

2025-03-17T04:57:52Z

지난주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 얼굴이 너무 안돼 보인다며. 아이고~ 화장을 더 하고 다녀야겠네 하며 넘겼는데, 금요일 퇴근할 때 일 년을 같은 교무실에서 뵙던 부장님이 "주희샘, 요새 무슨 일 있어?" 물으셔서 놀랐다. "아뇨~,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여요?" "힘들어 보여서 뭔 일 있는 줄 알았어." "허, 제가 너무 근심에 휩싸여

파리를 꿈꾸게 하는 남자 - 파리에서 글 쓰는 삶이라면

2025-04-12T09:27:16Z

2007년 신혼 여행지는 파리였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축가로 듣고 떠나는 가을의 파리라니 생각만 해도 설렜다. 당연하게도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갔다. 사실 파리는 온통 내가 걷고 싶고 닿고 싶은 곳 천지였다. 남편은 별다른 취향이랄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 무난함 덕분에 연애 내내 어딜 가자, 뭘 하자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기

수에 강한 살림꾼 안사람 - 우리 집 재고 관리의 일인자

2025-03-09T14:58:35Z

실물을 보고 물건을 사는 편이다.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즐겨하지 않는다. 다 나를 못 믿는 탓이다. 아침으로 먹으려고 맛있어 보이는 식빵을 주문해 놓았는데 배송된 빵을 보고 놀랐다. 너무 작아서. 나 혼자만 먹으려고 산 두유 요거트는 생각보다 커서 혼자 먹느라 힘들었다. 대체로는 너무 작은 걸 사놓고 민망해한다. 남편은 이때를 놓칠세라 나

웃기는 사람이 내 이상형 - 걱정과 불안을 날리는 웃음

2025-03-09T23:34:14Z

독서모임 선생님들 여섯이서 3박 5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 투어였는데 우리와 함께한 팀은 4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 부부들로 우리보다 인원이 두 배 많았다. 그 팀과 같이 다니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는 아저씨들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우리들은 버스의 앞에 앉았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듣고 빵 터지는 일이 잦았다. 여행 마지막

일기인의 고백 - 일기 쓴 지 사십 년, 일기 안 쓰면 불편한 이 마음

2025-02-28T13:41:10Z

일기를 쓴 지 얼마나 되었나, 헤아렸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을 것이다. 나는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갔으니까- 하며 그 해의 숫자를 생각해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가 2025년이라고요? 그러니까 거의 사십 년이 되는 일기 쓰기. 나는 일기인이다. 엄마 덕분에 국민학교 때 쓰던 일기장도 그대로

나는 쭉 시간을 배신하면서 살고 싶어, 남편 -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2025-03-23T00:30:18Z

주수희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KTX를 타러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2호선 아현역을 지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수가 "그런데 저희 기차가 몇 시랬죠?" 시간을 확인하고 놀랐다. 서울역 내려서 열차 타는 곳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하니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다. 이런, 내가 종종 하는 일을 주, 수를 데리고 하고 있었다! 나 혼자 당황하는 건 괜찮지

우린 닮아서 같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듯 - 우리들은 이어져 있어, 취향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가는 기쁨

2025-03-03T20:53:48Z

어디서 만날까? 뭐 할까? 이런 걸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좋아하는 마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서 '취향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그 자랑을 해보려고 한다. 방학을 맞아 대학 때 친구 H와 J를 만났다. 어디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비건 레스토랑, 편지지 가게, 엽서 가게, 독립서점엘 가기로 했다. 비건인

이공계인에게 문학의 향기 입히기 - 우리 함께 박씨전을 완성하자

2025-04-07T11:02:40Z

남편의 독서에 대해 쓰려고 한다니, 남편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독서 취향이랄 게 딱히 없는데, 괜히 미안하네." 나는 감정을 실어 말했다. "그니까!" 그의 독서라고 한다면 현재는 논문, 과거에는 교과서. 딱 이렇게였다고 한다. 내가 없었다면 평생 이렇게 살았을 테지. 하지만 나 때문에 점점 많아지는 집안의 책, 아이들과 가족 단위로 가게 되는 서점

노동요는 자동 재생 - 입출력에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2025-02-14T01:03:21Z

여기 살림과 동시에 음악이 재생되는 남자가 있다. 살림을 할 때마다 노래 재생이 기본 사양이라니 무척 곤란하다. 첫째, 재생되는 멜로디가 구리다. 놀랍게도, 선곡은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짐보리(고등학생 아들이 다섯 살 무렵 다니던)에서 듣던 동요가 나오기도 하고, '화개장터'가 나오기도 한다. '사랑의 찬가'가 아니라 '서울의 찬가(아시나요?

우리는 서로의 구원자일까? - 나랑 영화 보러 가자. &카지노 게임 추천;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2025-02-16T12:19:59Z

명절에 서울 친정엘 가면 뭐라도 문화생활을 하고 싶다. 대전 오기 전에 미술관엘 들르곤 했는데 늘 같은 일이 벌어진다. 나랑 큰아들이 작품들을 보며 슬렁슬렁 걷고 있으면, 남편이랑 작은애는 슝 하니 출구를 향해 탈출하곤 하는 것. 어렸을 땐 뮤지엄샵을 기웃거리더니 이젠 그저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어딘가에 앉아있는 두 남자. 이번 설엔 뭘 할까 계획하지 않았다

두 세계의 연결,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의 &카지노 게임 추천;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2025-02-12T02:59:14Z

독서모임을 계기로 다시 읽은 소설은 여전히 차갑고 하얀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첫 번째 읽었을 때보다 좀 더 아름다웠고 따스했다. 작가의 말에 이 책이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 했던 것이 이제야 선명해졌다고나 할까. 제목의 현재형은 '작별하지 않겠다'보다도 더 낯선 의지로 느껴진다. 개인적인 다짐이 아니라 우리를 주어로 하고 있구나 번역 제목을 찾아보고 알았다

작가의 조건을 갖추다, 단 상호보완적으로다가 - ‘여자 셋이 글 쓰고 있습니다’ 주수희 워크숍 완전체 편

2025-01-26T11:05:21Z

주수희 우리 셋은 공통점이 많다. MBTI 유형으로 모두 내향성 I이며 중학교 교사, 국어와 영어로 언어를 다루고 두 아들을 두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작가 북토크 다니기를 즐기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글쓰기를 향한 열망이 셋을 모이게 했고, 글쓰기 모임 결성 후 첫 1박 2일 워크숍 중이다. 글쓰기 툴을 들고 밤새 글 쓰자 해놓고 와인 잔을 앞에 두고

조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