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 한번 먹자"의 진심

2025-04-24T07:22:27Z

“언니, 잘 지내고 있어?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오랜만에 아는 동생에게서 온 메시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로 대화가 마무리됐다. 한국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 말, “밥 한번 먹자.” 참 친근하게 들리면서도 어쩐지 허전하다. 빈말처럼 툭 던져놓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그래도 이렇게라도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

감정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

2025-04-22T07:44:48Z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하우스 형태이다 보니, 각 집 앞에 쓰레기통을 놓고 정해진 요일마다 수거해 가는 방식이다.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 공동 쓰레기장을 두는 시스템과는 다르다. 내가 사는 동네는 매주 목요일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한주는 일반 쓰레기와 종이나 박스 그리고 음식쓰레기 다른 한주는 병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과 음식 쓰레기를

할까 말까, 살까 말까 병

2025-04-21T20:27:18Z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가장 유명한 대사다. 햄릿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 문장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게 되는 문구이다. 손바닥만 한 핸드폰에서 온갖 정보가 쏟아 나오는 시대, 큰일은 물론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쉽게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라는

영국 햇살 아래, 기미가 피어났다

2025-04-15T20:56:52Z

영국은 공기가 좋은 편이다. 황사도 없고 미세먼지도 드물다. 공원과 나무가 많은 덕분에 자연이 공기를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영국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울트라 로우 배출 존(Ultra Low Emission Zone, ULEZ)’을 운영하며, 친환경 차량이 아니면 도심 진입 시 높은 통행료를 부과

어쩌다 보니 영국에서 살게 되었다.

2025-04-11T05:39:52Z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점을 보러 갔다.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날 데려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 손을 잡고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엄마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종이에 적힌 집 주소를 찾아가 들어갈 때도 있었고 산길을 올라가 작은 천막 안으로 갔던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그날 엄마 손을 잡고 부산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

영국 교실 밖에서 배우는 인생 수업 (DofE)

2025-04-09T05:41:59Z

영국 교실 밖에서 배우는 인생 수업 (DofE) 오래전, 아이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Duke of Edinburgh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필립공의 이름을 딴 청소년 자선 프로그램으로, 영국에선 줄여서 흔히 DofE라고 부른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캠프 활동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도전이지만, 그 안에서 얻는 배움과 성장의 깊이는 꽤나 진지하

해외에서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의 의미

2025-04-08T06:13:32Z

딸은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라서 바쁘지만 짬짬이 집에 들르곤 한다. 저번 주말에도 딸아이는 집에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친구를 데려와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친구는 스코틀랜드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다. 주말을 맞아 런던에 오는 김에 며칠 우리 집에서 머물고 싶어 한다는 말에 나

감정의 바닥에서 말씀까지 - 누가복음 4:1-13

2025-04-03T09:56:34Z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 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성령에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누가복음 4:1-2) 성령이 충만한 예수님이 성령에 이끌려 간 곳은 다름 아닌 광야였다. 먹을 것도, 도움을 받을 것도, 사람도 없는 곳이다. 황무지 같은 곳에서 악마와 함께하며 시험을 받으셨다. 사탄은 배 고픈 예수님께 돌더라

영국의 졸업 시즌은 왜 꼭 시험 전에 열릴까?

2025-04-03T03:54:42Z

한국은 2월이 되면 졸업시즌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졸업식 날이면 학교 앞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꽃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서 있고, 평소보다 훨씬 비싼 꽃다발을 사면서도 다들 한아름 안고는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곤 했다.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아쉬워 눈물도 흘리고, 서로 부둥켜안던 그 시간. 그렇게 울다 웃다 하며, 가족들과는 또

영국 학교 성적표,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2025-04-03T13:34:04Z

아이들을 학교를 보내면서 참 적응이 안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또 있다. 바로 아이들 성적표 아이를 영국 학교에 보내고 처음 받아본 성적표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다. 한국에서 봐왔던 수·우·미·양·가 혹은 등수와 석차가 익숙했던 내게, 영국의 성적표는 숫자와 문장이 잔뜩 쓰여 있고, 해석은커녕 '이게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조차 감이 안 잡혔으

1파운드로 배우는 영국 학교의 기부 교육 - 머프티 데이 (Mufti Day)

2025-04-01T20:10:43Z

영국에 처음 와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며 영국 교육과 문화를 접할 때 낯설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머프티 데이(Mufti Day)'라는 행사였다. 학교에서 보내온 레터에 머프티 데이에는 교복 대신 자유 복장을 입고 아이 편으로 1파운드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아이들 손에 전달된 1파운드를 모아 다른 기관을 돕는다

새벽 6시 30분의 악몽, 영국 경찰이 들이닥치다 #3 - 세 번째 이야기

2025-03-28T22:39:01Z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을 청해 보았다. 새벽부터 일어난 일들이 머릿속을 계속 스쳐 지나가며 걱정과 근심이 마음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했다. 저녁에 눈을 감아봐도 계속 뒤척이며 아래층 아들의 방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잠깐 잠이 들었나 싶은 새벽, 몇 시인지 모르는 시간에 아들이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내 곁에 누워 울기 시작했다. 소리

눈부신 새벽시간이 좋습니다.

2025-03-27T22:41:56Z

1년 전 이맘때쯤 전자책을 써보겠다 결단하고 마침내 발행까지 해냈다. 처음엔 '감히 내가 어떻게 전자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앞섰지만, 함께 시작하고 끝까지 해보자는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다. 얼마나 많이 읽고 고치고 다시 썼던지, 한동안은 내가 쓴 글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우연히 1년이 지난 지금, 그 전자책을 다시 차분히 읽어 내려가

새벽 6시 30분의 악몽, 영국 경찰이 들이닥치다 #2 - 두번째 이야기

2025-03-27T19:12:26Z

아들을 데리고 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나도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함께 가는 건 문제가 없으나, 아들이 이미 18세가 넘은 성인이기에 조사받는 동안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나를 진정시키려는 건지,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쳐 아들을 데려가면서 걱정하지 말라니..' 경찰차가 떠난

새벽 6시 30분의 악몽, 영국 경찰이 들이닥치다 #1 - 첫번째 이야기

2025-03-27T19:12:56Z

작년 12월 17일 새벽 6시 30분. 쾅쾅쾅쾅쾅! 잠잠했던 집 안의 정적을 깨고 누군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린다.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시간에 도대체 누굴까? 온 집안이 잠든 이른 새벽, 나는 이상한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실수로

영국 교육의 비밀;공부 잘하는 아이는 운동장에서 자란다

2025-03-24T11:27:17Z

핸드폰에 학교 전화번호가 뜨면 긴장이 된다. 주로 축구를 하다가 다쳤다는 전화가 흔해서 또 어딜 다쳤나 싶어 전화가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머리를 다쳐 학교 간호실에 누워 있다는 전화가 오면 급히 학교로 달려가고, 축구하다가 넘어져 어깨가 탈구되었다고 하면 응급실로 뛰어간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은 오른쪽 허리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서 오는

시간 부자가 진짜 부자다.

2025-03-22T23:15:48Z

둘째는 벌써 6년째 치아교정을 하고 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정기를 착용하며 아이는 불편함과 지겨움을 참아야 했고 매번 정기 검진이나 응급상황에서 병원을 가야 하는 일정이 잡히면 학교 수업을 빼고 예약시간에 맞추어서 가는 게 참 번거룸까지 겪어야 했다. 얼마 전 정긴 검진 때 치아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영국에 살다 보니 불편한 점 #5 - 영국이 열쇠를 포기 못하는 이유

2025-03-21T10:00:22Z

며칠째 열쇠를 찾고 있다. 어디다 뒀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국은 한국처럼 비밀번호나 지문 잠금장치가 흔하지 않아서, 외출할 때마다 열쇠를 꼭 챙겨 다녀야 한다. 여전히 길거리 곳곳에 열쇠 복사 가게가 있고, 제법 장사도 잘 되는 편이다. 그만큼 영국에서는 열쇠로 문을 여닫는 문화가 여전히 일상이다. 영국에 와서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열쇠

나는 아들과 싸울 때 영어부터 해석한다.

2025-03-19T14:07:24Z

오늘은 우리 집 둘째, 아들 녀석에 대한 이야기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영국에서 태어났다. 둘 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참 다른 성향을 가졌다. 첫째는 한국적인 성향이 많고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한국말에 전혀 어색함이 없고 나와의 대화에도 막힘이 없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와는 달리 영국식 마인드가 강하다.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한 아이이고, 김치찌개나 된

영국에서 담배꽁초 버리면 벌어지는 일

2025-03-27T07:34:42Z

토요일 아침, 커피를 마시러 일찍 집을 나섰다. 3월이라 봄을 기대했것만 토요일 아침은 마치 겨울처럼 차가워져 옷 안으로 찬기가 스며들었다. 멀리서 나뭇가지 끝에 새싹이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이런 추운 날씨에 다시 움츠러들 것만 같다. 차를 몰고 15분 거리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차 안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지만 차 시트의 따뜻함이 느껴질 때쯤, 자주

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