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의 산행 - 4월에 내리는 눈

2025-04-24T01:36:38Z

2025-04-13 삼각산 봄이었다가 난데없이 여름이 오는 듯 덥더니 다시 눈이 내린다. 그것도 산 중에 5cm나 쌓인다. 개었다 흐려졌다를 무려 네 차례나 반복하며 날리는 눈. 전날 비와 강풍 특보 소식에 국립공원 야영이 취소되어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 저마다 투덜거리며 한마디 했는데 산에는 비가 아닌 눈이 왔나 보다. 우이동 진달래능선 초입에 활짝 핀

무엇을 나누며 살겠습니까? - 자연농교실 4기 3회차-여러가지 밭작물 심기

2025-04-22T17:18:54Z

사단법인 텃밭보급소에서 진행하고 도시에 사는 이들이 함께 모여 논과 밭농사를 짓는 자연농교실 그 세 번째 날. 토요일만 되면 비가 오는 신기한 날씨. 남새를 심기로 했는데 비가 온다. 살짝 내리겠지 싶어 등산점퍼만 입고 왔는데 아뿔싸. 제법 쏟아진다. 송띵이 본인은 우산을 쓰겠다며 가지고 있던 비옷을 건네준다. 이렇게 또 신세를 지는구나. 잘 썼습니다.

어떤 경계와 한계를 넘는 순간 - 삶의 선등을 배운다

2025-04-21T18:25:28Z

2025-04-06 범굴암 올해 칠십 둘이 되신 형님이 오랜만에 등반을 나오셨다. 한동안 바위와 거리 두기를 하셨던 형님인지라 그 모습이 참 반갑고 고마웠다. 오래 등반을 하지는 않았어도 여전히 바위 생각이 난다는 형님. 그 바위 사랑을 모르지 않기에 오늘 이렇게 앞잡이가 되어 줄을 거는 장면은 괜히 벅차다. 장비 테스트를 한다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나에게 어떤 삶이 중요한가? - 자연농교실 4기 2회차-감자, 당근, 완두콩심기

2025-04-24T08:53:35Z

날씨가 이상하다. 눈발이 날리더니 급기야 쌓인다. 순식간에 눈 세상이 되어 그곳에 머물고 싶은걸 간신히 참고 산을 내려왔다. 3월 말에 이런 눈을 보게 되다니 기상이변이 분명한데 해맑게 좋아하는 나의 이 모순. 수업은 무슨, 땡땡이치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누르고 출발한다. 여유롭게 나왔는데 차를 또 잘못 탔다. 내 정신줄 무엇? 이것저것 해보려던 시도가 욕

모두를 위한 지구농사 배움터 - 자연농교실 4기 1회차

2025-04-16T05:32:59Z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다. 하고 싶은 건 지금 당장 해야지 늘 말은 하면서 정작 이 나이가 되도록 그렇게 살지 않았다. 다음으로 미루기를 몇 년째. 어느새 자연농교실이 4기를 맞도록 눈으로만 기웃거리기만 했다. 이렇게 정신없을 때 신청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내내 망설였다. 잘은 못하겠지만 어떤 건지 알아라도 보자. 딱 그

꽃보다 등반 - 꽃을 보세요.

2025-03-28T14:00:44Z

2025-03-22~23 천보산 치마루암장 다 잘하는건 언감생심 사람들이 눈에 밟혀 오래 망설였으나 더 나이들기전에 오랜 시간 나를 붙드는 호기심을 채워 보기로 한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너무 정신 없다. 아침엔 한국등산학교 총동문회 시산제 참석. 오후엔 일산. 저녁엔 천보산 치마루암장 야영. 어느것 하나 제대로 못할것이 분명하다. 그간 산악회에서

봄의 숨바꼭질 - 미안하다.

2025-03-28T22:51:32Z

2025-03-08 검단산 당최 종잡을 수 있는 요즘 날씨다. 기상청 기록을 갈아치우는 일들이 빈번해진다.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을 적은 주관식 문제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시대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뿌연 풍경이 익숙해진 3월. 검단산으로 향한다. 네팔에서 가이드로 만난 가우텀이

쫑빙 - 말. 말. 말

2025-03-21T14:01:33Z

2025-03-01 바름폭 날이 따뜻해 과연 빙벽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출발한다. 얇지만 아직 얼음이 잘 붙어있다. 오늘도 장비차고 얼음 만나는구나. 올 1월 1일 처음과 3월 1일 마지막 빙벽 모두 이곳 바름폭에서 했다. 이렇게 겨울이 지나가고 또 봄을 맞을 것이다. 오후가 되니 얼음이 녹아 물이 질질 흐른다. 그 틈 사이로 올해 마지막 빙벽

눈을 찾아서 - 마지막 동계 훈련…행복은 여기에 내렸다.

2025-03-18T22:05:20Z

2025-02-22~23 선자령 3차 동계 훈련 올 겨울 마지막 캠프다. 마지막 캠프는 빙벽을 마무리하는 시기니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덕분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을 안고 이른 아침 태릉입구에서 만나 출발했다. 겨울마다 매번 진석 형님이 운전해 주신 카니발 차량 의전(?)에 황송했는데 올해도 이렇게 마무리 짓나 보다. 단 한 번도

으으으으으으의리 - 그 겨울은 따뜻했네.

2025-03-13T13:12:19Z

2025-02-16 고대산. 어느새 이십여 년이 흘렀네. 오래전 나 홀로 와보고 이후에 친구랑 남동생과 마지막으로 다녀갔던 산.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매서운 바람이 꽤 추웠던 기억이 남는 그곳. 서울시산악연맹에서 설제를 이곳에서 한다고 해서 갸웃했다. 짧은 산행 코스가 없을 텐데, 설제를 할만한 넓은 장소가 있나 하면서 모처럼 가벼운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

술꾼들의 모국어 - "술을 좀 줄이자. 죽을 때까지 먹게"

2025-02-27T11:10:44Z

권여선 작가. 처음인데 낯설지 않다. 술과 안주를 이야기하는 책. 마음에 든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는 시간이 중요하다. 무슨 책이 재미있을까 쓰윽 찾아보다 얻어걸렸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문을 닫기까지 남은 시간은 딱 5분.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니 마음이 바쁘다. 동네 동사무소에 있는 작은 도서관. 서둘러서 고른 책. '술꾼들의 모국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당신이 선택했음을

2025-02-20T20:54:32Z

절대로 심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정신이 생각해 낼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 심장은 느끼고 또 명령하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시련을 헤쳐나갈 기나긴 길을 당신이 선택했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델리아 오언스 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일부- 다음 카페 '지구학교'에서 개구리로 활동 중인 자연농 농부작가 최성현 님

친구야. 한 잔 묵자. - 버릇없어도

2025-02-19T14:23:05Z

2025-02-09 양구 용소폭 유독 사람 복이 많은 나. 주위에 좋은 분들이 꽤 있어 운이 좋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산악회 사람들과는 끈끈함을 넘어서는 어떤 정이 있다. 칠십대부터 삼십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저마다 개성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라 탈이 많을 법도 한데 큰 부침없이 이렇게 40여년이 넘도록 산악회

그래서 악우가는 안 불러 - 노래처럼

2025-03-18T13:38:29Z

2025년 2월 1일~2일 인수봉 동계 2차 캠프 눈 내린 인수봉. 혼합등반은 처음인데 고독길로 들어서는 길조차 눈이 덮여 있어 낯설다. 배낭도 무겁고 신발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가고 있으니 너도 참 신기한 인간이다. 등반대장이 선등을 서네. 누가 선등을 하네. 주거니 받거니 하는 후배들의 대화에 '아니 왜? 니들이 나를 놔두고' 릿지화에 체인

무지치폭포 빙장 맛집 - 성여사의 어묵포차

2025-02-11T22:25:05Z

2025년 1월 25일 무지치폭포 어묵꼬치가 다. 했. 다. 겨울 빙벽 등반 맛의 절정은 어묵탕이 아닐까. 총무님이 무에 육수까지 정성스럽게 준비한 어묵꼬치. 들통 가득 연기가 모락모락. 뜨거운 국물 한 모금에 잘 익은 야들야들 어묵. 얼음 위에서 오랜만에 먹으니 딱 좋다. 내 몫의 양을 후딱 먹어치우고 빙벽 한 판하고는 잘 익은 무를 먹으려고 후다닥

바지런하라. - 바르게 부지런하게!

2025-03-05T02:27:32Z

2025년 1월 18일 설악산을 어떻게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겨울 빙벽 등반은 짐도 많은데 거기에 모처럼 자일을 넣었더니 몸이 자꾸 휘청거린다. 잦골이 이렇게 낭떠러지 투성이었나? 전에도 무서웠는데 눈 한점 없는 겨울 설악산 잦은바위골은 더 무섭고 험난한 길이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배낭은 바위를 오를 때마다 돌덩이처럼 어깨를 짓누른다. 온몸을 바위에

가위바위보 - 게으름뱅이 등반자

2025-02-11T12:17:39Z

2025년 1월 11일 명성산 바름폭 올 겨울 몹시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가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요즘. 열흘 만에 다시 찾은 명성산 바름폭은 먼저 온 사람들이 있어 복잡하다. 오늘은 등반자도 많은데 쉬엄쉬엄해볼까?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지만 얼음 위에 계속 있으면 추워서 꼼짝하기가 싫어진다. 이런 내

산꾼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 이런 게 산 정인가?

2025-02-09T13:46:55Z

2025-01-04 운악산 무지치폭 빙벽으로 가는 길은 대략 30여분. 걸음이 느린 내가 오르면 약 한 시간여. 오늘도 땀 꽤나 쏟으며 오르막길을 지나 폭포로 향한다. 먼저 도착한 길잡이는 벌써 오르고 있다. 등반 장비가 내 배낭에 있어 장비를 착용하지도 못한 태옥씨가 무슨 일 있었냐고 내게 묻는다. 더디게 도착한 내 죄요. 미안한 마음에 장비를 바로 건넨

새해 첫 빙벽 - 바름폭 빙장에서

2025-02-09T13:42:49Z

2025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집을 비운다. 엄니 말대로 안 가면 산이 울 테니 이번 주도 출발.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빙벽채비 무게를 어깨에 메고 졸린 눈을 비벼본다. 빙벽 할 때는 뜨근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먹고 해야 한다는 회장님의 지론을 따른 지 어언 몇 년. 노원역 콩나물국밥집에서 국밥을 나눠 먹으며 한기를 달랜다. 속속 도착하는 사람들과 함

엄니의 작디작은 눈사람 - 여든 살의 동심

2025-02-03T14:00:00Z

올해 나이 80세. 딱 여든 살이 되었다.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거동이 여전히 불편해 집안에만 있어 엄니는 몹시도 답답할 게다. 길은 미끄럽고 넘어지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의사의 말이 무색하게 엄니는 우리들 몰래 외출을 감행하고 있는 눈치다. 적당히 모른 척 지나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쉬 사라지지 않는 요즘이다. 퇴근길 오래간만에 내린

날아라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