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속도는 나보다 6배나 빨라서 - 매 순간 더욱더 소중하게

2025-04-25T02:55:57Z

이번 주말 오랜만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넷이기에 둘둘 두 번에 나눠 이동했다. 우리 가족에게 일 년에 큰 숙제 중 하나는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일이다. 광견병 주사. 이름이 무시무시하지만 개를 위해서도, 사람을 위해서도 일 년에 한 번 접종이 필요하다. 확률은 낮지만 광견병에 걸린 야생동물이 개를 물었을 때,

개를 키우면 오지랖이 넓어진다 - 해치는 오지랖이 아닌 살리는 오지랖

2025-04-22T05:58:37Z

챗GPT에게 올해 사주를 물어보았다. 변동성이 특히 많은 해라고 하는데, 그 말처럼 당연하던 일이 되지 않고, 작은 일이 큰 일로 바뀌는 여러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된다. 사주와는 상관없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군가의 일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정답이 아니니 작은 조언을 할 때도 여러 번

네가 너인 게 약점이 될 순 없어 - 〈대도시의 사랑법〉

2025-03-04T14:57:00Z

몇 주 전 주말, 넷플릭스에서 영화 목록을 보다가 발견한 영화다. 상영 당시 동료들이 적극 추천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반가운 마음에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스무 살 무렵의 대학 생활이 시간적 배경이어서 산뜻한 마음으로 보다가 김고은 배우가 노상현 배우에게 훅 내뱉은 이 한마디에 찌르르 전율이 일었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 영화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 서로의 세계를 내어주고 함께 성장하는 사이

2025-02-24T13:08:10Z

지난 토요일 새벽 6시 10분 배낭 하나를 메고 집 밖에 나섰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해 30개 역을 지나 오랜만에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리무진 고속버스에 올라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1시간 40여 분을 달려 지방의 한 터미널에 도착했다. 약속대로 픽업 나오신 분이 계셨고 그분의 차를 타고 30분 정도 도란도란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10시 1

“부지런히 걸어댕겨라” - 할머니의 조언

2025-02-23T12:57:14Z

금요일 아침 조금 늦게 출근 준비를 마쳤다. 방문을 나서는데 깜짝 놀랐다. 눈앞에 검은 형상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외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소리 없이 방문 앞에 앉아계셨다. 할머니도 당황하신 것 같았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아예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없을 때면, 방에서 거실까지 운동 삼아 나왔다가 들어가시는

‘서브스턴스’는 내 안에서 생성된다 - 지금의 나는 유일한 나

2025-02-18T16:12:41Z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보고 싶었지만 잔인한 장면이 나올 것만 같아서 망설이던 영화였는데, 독서 모임에서 어느 한 분이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고민이 이 영화 한 편에 응축되어 있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곧장 영화를 보러 갔다. <서브스턴스>는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평처럼, 끝의 끝을 달리는 영화였다. 기괴하면서도 마음

P형 인간의 지각 극복기 - ‘10분 늦어요’가 아닌 ‘10분 더하기’

2025-02-04T23:57:07Z

나로 말할 것 같으면 MBTI에서 P의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사람이다. 편집자라는 일을 하면서는 P가 J로 바뀐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동료들은 거의 J 성향을 지녔는데 내 기질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10분 늦어요”라는 지겨운 말 대신 얼마 전,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극명히 느낀 일이 있었다. 마감을 앞두고 디자이너분께 교정지 파일을 넘겨

겨울 산책은 도깨비 씨앗을 타고

2025-02-08T22:01:12Z

아이들 산책을 끝내고 요즘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도깨비 씨앗을 찾아내는 거다. 다리, 귀, 목, 배… 아이들 몸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럼에도 몸 안쪽 깊숙이 숨어서 놓치게 되는 씨앗도 분명히 있다. 태초에 도깨비 씨앗이 있었다 이 도깨비 씨앗은 길거리 곳곳에 널려 있다. 마른 꽃처럼 보이는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도깨비 모양을 하고 있는

지금 내게 일어나는 좋은 일 살피기 -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를 살지 않는 방법

2025-03-04T13:09:02Z

그 어느 때보다 길다고 하는 설 연휴가 끝났다. 조금은 다른 이유로 나 역시 올해 명절이 살짝 다르게 흘러갔다. 늘 연휴 셋째 날은 외할머니댁에 가는 게 공식이었는데, 이번엔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계시니 외가 식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엄마를 도와 떡국 한 상을 차려드렸고, 혹시 더 필요한 건 없는지 틈틈이 살폈다. 내게 익숙한 공간을 누군가에게 안내

취미의 세계에 닿는다는 것 - 한 꺼풀 다른 차원의 세상에 도착했다

2025-01-29T09:35:41Z

작년에 들었던 사진 수업의 다음 기수 수업이 개강했다. 드디어 내게도 후배들이 생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열 달 전 첫 수업 날, 긴장한 채 강의실에 들어가니 여러 선배들이 커피를 건네며 작은 시작을 응원해주셨다. 그때 ‘나도 후배가 생긴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사람들과 관계가 이어질지가 궁금했다. 그렇게 시간이

감각에 대한 오해 - 《일의 감각》

2025-01-13T14:00:49Z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계속 해오면서 ‘감각’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 감각이 탁월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애써왔는지보다는 감각을 ‘타고났네. 부럽다’라는 생각을 더 먼저 하게 된다. 그런데 감각은 단순히 ‘타고났다’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는 걸 이 책에서 배웠다. 카카오의 공동대표를 맡았었고 〈매거진 B〉를 발행하고

매일 일기 쓰기가 가르쳐준 것 - 365일 나의 역사를 만드는 기록

2025-02-15T11:38:48Z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꾸준히 한 건 ‘일기 쓰기’였다. 정말로 작년의 모든 날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기록했다. 물론 매일 쓰지는 못했다. 당일에 이런저런 이유로 기록하지 못하면 2, 3일 뒤에 복기해서 쓰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날마다 채웠다. 어차피 보는 사람은 나뿐인 일기, 왜 써야 할까? 일기를 쓰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일기로 인해 어떤

손톱을 깎는 일 - 나이듦에 대하여

2024-12-28T04:38:20Z

아침에 뉴스를 보다가 93세 할아버지가 네일샵에 찾아오신 사연이 나왔다. 네일샵 사장님께 할아버지는 손톱을 깎아줄 수 있냐고 조심스레 여쭤보셨다고 한다.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손이 떨려서 손톱을 자르실 수 없었던 거였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 달 전 내가 똑같이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한 달 전에 외할머니를 외삼촌 집에서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왔다. 삼

취약함을 드러낸다는 것 - 시작을 만드는 용기

2024-12-18T14:19:06Z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진전이라는 걸 해봤다. 단체전이었기에 전시 오프닝 때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소회를 이야기했다. 나는 “올해 3월 카메라를 처음 손에 쥐였는데 이렇게 전시회를 하게 되다니 기적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황금색 가위로 다 함께 테이프 커팅을 했다. 한창 일하고 있어야 할 수요일, 회사가 아닌 인사동에서 오전엔 도슨트로, 저녁엔 사진작가로 하

동물에 대한 예의 - 보호자 경력 6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

2024-12-17T23:15:03Z

이번 주 12월 12일은 아이들이 태어난 지 꼬박 4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엔 여유가 없을 거 같아서, 미리 당겨서 생일을 축하해줬다. 고구마, 호박,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어서 평소보다 조금은 특별한 간식을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찹찹 소리를 내면서 잘도 먹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소라를 반려한 기간까지 합치면 보호자 경력은 6년이 되어

올해의 선물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2024-12-08T22:08:58Z

12월이 되자, 이메일 하단에는 연말을 잘 보내시라는 인사로 끝맺음하고 있다. 연말은 늘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올해 무엇을 하고 살았나, 한 해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회사에서도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올해의 상황과 내년의 목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도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공동의 목표를 함께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 - 변화가 이뤄지기까지

2024-12-07T04:12:58Z

변화(變化)를 사전에서 찾으면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을 뜻한다.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신하는 것처럼 사람은 외양이 크게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변화가 일어났다고 알 수 있는 걸까? 스스로가 인지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늘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모든 자연계의 생물은 시간을 거치

계절은 속이는 법이 없지 - 겨울의 시간

2024-12-05T14:45:33Z

올해 겨울은 유달리 가을의 연장선 같았다. 11월 중순만 해도 봄나들이를 떠난 것 같은 날씨였고, 11월 말에도 얇은 코트를 입었다. 여름이 너무 길어서 가을이 짧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살짝 겨울까지 침범한 가을 덕분에 거리의 단풍과 낙엽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거짓말처럼 올해 첫눈이 내렸다. 첫 번째 눈이니까 진눈깨비처럼

완벽한 사람보다는 넉넉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 달항아리가 가르쳐준 것

2024-12-03T00:13:52Z

얼마 전 팀 워크숍을 했다. 점심 무렵 용산 근처에서 만나 베이글을 먹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사유의 방에 들러 반가사유상 두 작품을 보았다. 반가사유상은 앞에서는 분명 장난스레 미소 짓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니 진지하게 생각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사유(思惟)’하다의 뜻을 찾아보니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냥 생각만

응원하는 책 - 《배우라는 세계》

2024-12-02T14:04:34Z

출근길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이 책을 만났다. 듣다가 너무 좋았다. 한지민, 원빈, 강동원 배우의 연기 스승으로 알려진 신용욱 님의 책이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소개 글을 찾아보니 “이 책은 잘 정리된 연기 교재가 아니라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배우를 꿈꾸지 않는 나에게도 책 속 문장들이 깊이 와닿았다.

진심과 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