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을 날려버리는 달리기 - 불쾌한 감정의 찌꺼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2025-05-01T11:00:23Z

다시 생각해도 불쾌한 회식 자리였다. 이해 당사자가 앞에 있으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굳이 꺼내는 건 무슨 일일까. 내가 그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거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회식 때 들은 이야기를 곱씹기 시작했다. 불쾌한 상황을 끊임없이 곱씹는 것은 나의 가장 나쁜 점이다. 일종의 정신적 자해와 같은

늦게나마 사과드립니다, 어머니 - 그때의 나는 참 어리석었다

2025-04-08T14:54:33Z

최근 어느 학부모와 언쟁이 있었다. 작년 요맘때 내가 당신 자제분께 했던 훈육이 아이에게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꾹꾹 참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임계점에 도달해 결국 나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사정없이 튀기는 불똥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니 특수학교에서 처음 담임을 맡았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지난 학기에 얼굴 붉히지 않고 잘

투다리 사장님의 귀환 - 너무나 고대했던 독대

2025-04-12T10:31:58Z

코로나 시국 때, 집콕만 하고 있던 난 허구한 날 유튜브를 봤다. 당시에는 카페 브이로그, 식당 브이로그 이런 걸 봤었는데 유튜브의 귀신같은 알고리즘은 이런 나의 취향을 간파하고 어느 술집 브이로그를 종종 보여주곤 했다. 해당 술집은 투다리였다. 투다리라… 나이 제법 드신 어르신들이 꼬치와 함께 맥주를 마실 것 같은 술집이라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

나의 비빌언덕들을 만나다 - 두 번째 기간제교사 시절 만난 선배교사들

2025-04-14T15:14:16Z

이번 기간제 교사 생활도 엉망진창이면 어떡하지? 매일 밤마다 저런 걱정을 하며 잠 못 이루곤 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업무포털은 다시 봐도 여전히 낯설었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는 업무의 결이 많이 달랐다. 무엇이든 긴장의 연속이었고 말 한마디가 나의 평판을 망칠까 봐 말을 하기보단 삼키기만 했었다. 이런 와중에 과정부장님이 나에게 첫 번째 업무를 맡기

우당탕탕 두 번째 기간제 교사 생활의 시작 - 그날의 나는 참 아찔했다

2025-03-19T13:06:23Z

단 10주 간의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겠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어느 광역시의 특수학교로 향했다. 나는 초등특수교사 자격증만 있음에도 불구, 중등특수교과 중 직업교과를 맡게 되었다. 지금은 이런 경우가 드물지만 당시만 해도 자격증의 종별을 뛰어넘는 기간제 교사 생활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가는 길, 학교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20년 만에 참여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메뉴, 설렁탕 - 메뉴가 너무 중년스러운데

2025-03-13T16:36:03Z

두 번째로 학적을 두게 된 대학교에서 무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대문자 I인지라 이런 자리에 참여하는 게 참 괴롭긴 하지만 숙고 끝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고 참가비를 보냈다. 그나저나 오리엔테이션 장소가 무려 ‘설렁탕’ 집이다. 장소명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 중년들을 위한 메뉴라고나 할까. 오리엔테이션 장

66일간 매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 내가 이깃다!! 이깃어!!!

2025-03-07T15:52:18Z

내가 하겠나? 66일간 매일 글쓰기를 완료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리워드를 보며 내가 떠올렸던 생각이다. 생존활동 외의 활동은 일주일도 꾸준히 해본 적이 없었기에 66일간의 매일 글쓰기는 그저 남 얘기 같았다. 어차피 실패를 예상하고 시작하는 글쓰기, 좀 루저 같지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실패를 이미 예상하고 있지만 기왕 시작한 거 할 수 있는

어느새 늙어버린 나의 뒷모습 - 뒷모습조차 중년이다

2025-03-07T13:31:10Z

선생님, 탈모 대박이시네요. 수백만 탈모인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이 소리는 무엇인가, 이 말은 수업 중 판서를 하기 위해 등을 돌린 나의 뒷모습을 본 한 어린이가 날린 일갈이다. 머리숱 많은 너는 대머리 아줌마의 슬픔을 전혀 헤아릴 줄을 모르는구나. 나도 네 나이 때는 참 풍성했었는데, 너도 내 나이가 되어야 이 고통을 비로소 알아주려나. 그나저나 저

다리미질을 하며 - 구겨진 나의 일상을 정갈하게

2025-03-05T16:31:24Z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즉시 빨래를 한다. 뽀송하게 건조된 옷들 사이에서 주름진 옷을 여럿 고른 후, 자신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릴 때까지 구겨진 옷들을 묵묵히 다린다. 그가 나와 함께 있을 때는 그러한 스트레스 해소법 덕분에 내가 다리미를 잡을 일이 딱히 없다. 말라 붙은 미역처럼 꼬깃해진 옷도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산모미역처럼 빳빳해진다.

공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전에 하는 걱정 - 원래 걱정을 미리 사서 하긴 하지만

2025-03-05T01:29:30Z

2025년엔 보다 본격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문예창작학과 편입을 했다. 새 학기 개강은 내 생업의 성수기와 맞물려있다. 이 둘 사이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지르고 봤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내가 하던 걱정은 오직 저 둘 뿐이었다. 하지만 공저 프로젝트에 참여하

회피형 인간의 최후 - 내 이럴 줄 알았지

2025-03-03T12:06:22Z

내일은 새 학기의 시작일이다. 나 같은 사람에겐 진정한 2025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보통 개학 전주에 하루 이틀정도 학교에 들러 교실정리를 하고 수업준비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가기 싫었다. 어차피 다음 주면 가야 할 학교, 이번 주만큼은 가지 않을 수 없을까? 옆반은 다들 자주 나오시는 거 같

정규직에서 다시 기간제교사로 돌아가다 - 아직도 지키지 못한 약속

2025-03-07T15:45:25Z

도대체 여기는 왜 이렇게 답이 없는 거죠? 오후 3시가 되면 사회복지사가 어린이집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오후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업무를 하고 계셨다. 처음엔 그분이 어렵기도 했지만 나이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박봉의 직장에서 서로 고생하고 있다는 유대감이 있어 점차 친밀해졌다. 그래서 그녀가 오는 오후3시가 되면 서로 시설에 대한 뒷담화를 열심히 했

피쉬앤칩스는 의외로 맛있다 - 한국에서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2025-03-08T08:50:50Z

난 게임 심즈를 좋아한다. 특히 심즈3을 좋아하는데 그 게임에서는 심이 요리레벨 3을 달성하면 '피쉬앤칩스‘라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피쉬’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생선을 이용한 음식인 것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먹을 일은 없을 음식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난 고기를 좋아하는데 생선은 무엇이며

토마토 오꼬노미야끼 같은 나 - 오랜만에 그녀와 한잔

2025-03-01T10:51:33Z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동료가 친구가 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방과 후 동료 교사들끼리의 수다타임은 나에겐 그저 남 이야기였다. 남의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보단 내 자리에서 내 할 일 그리고 딴짓하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성향이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 주기적으로 만나는 얼굴들이 있다. 오늘 만난 그녀도 마찬가지다. 작년 이맘때

두 번째 대학생활 시작 - 편입생의 첫날

2025-02-28T13:30:21Z

올해 두 번째 스무 살이 되었다. 아귀를 맞추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두 번째 대학에 학적을 갖게 됐다. 학과는 내가 소녀시절에 전공하고 싶었던 문예창작과다. 말하고 다니기 부끄러워서 대학이름은 밝히지만 학과는 말하지 않는다. 근데 결국 들켜버림. 윽! 첫 강의는 구비문학과 관련된 수업이었다. 구비문학이라... 부끄럽지만 이 강의를 통해

오른팔 저림 증상의 원인을 찾아서 - 당췌 왜 이러는걸까요

2025-02-27T06:52:47Z

작년 말에 A형 독감에 감염이 되어 아주 고생이었다. 당시 관련 증상으로 몸살이 왔었는데, 오른쪽 팔뚝의 저림과 골반통증으로 나타났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투병을 한 끝에 각종 독감증세는 사라졌다. 하지만 딱 하나, 팔 저림 증상은 여전했다. 팔을 아래로 내리고 있거나 운전을 하기 위해 살짝 구부리는 경우, 이 증상이 나타난다. 팔뚝 부분이 유독 저

혼자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 - 그 시절, 날 위로해 줬던 노래들

2025-04-06T07:51:11Z

오늘은 대망의 타이어 교체일이다. 집과 블루핸즈와의 거리는 좀 있는 편이라 분주하게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평소의 나답지 않게 약속이 무려 3개나 있는 날이라 마음이 뭔가 긴장된다. 맘의 여유 없이 운전을 하다 보니 플레이리스트 속 댄스곡의 빠른 템포가 내 신경을 박박 긁는다. 신경질적으로 리스트를 넘겼다. 그다음 곡의 전주를 듣는 순간, 구겨졌

생일선물로 세신이용권을 받았다 - 묵은 것들을 다 밀어버리자

2025-02-24T11:49:20Z

2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남편이 생일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고 집요하게 물어봤다.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갖고 싶은 것이 딱히 없다. 남들은 반짝이는 선물 많이들 받던데 난 그런 것들에 큰 관심이 없다. 숙고 끝에 내린 결론… 1인 세신샵 이용권이었다. 기왕이면 오일마사지까지 해주는 황제관리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러한 의사를 밝혔고 남

소년의 존엄성에 관하여 -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2025-03-16T12:41:41Z

대학 다닐 때, 교수님이 본인이 가르쳤던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소년은 중증 자폐성장애로, 이식증이 있는 학생이었다. 이식증이란?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는, 일종의 섭식장애다. 현장에 있다 보면 별의별 것들을 먹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의 제자 역시 그러했다. 해당 학생은 책상다리를 즐겨 갉아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추억의 옥스퍼드 파스타 - 영국에서 즐겨 먹던 우리 부부만의 가정식

2025-02-23T01:51:24Z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어언 1년이 넘었다. 한국에서 먹고 사느라 바빠서 영국에서의 기억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매우 슬프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영국에 잠시 머물던 시절에 즐겨 먹던 가정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처음 영국에 갔을 땐 참 할 일이 없었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란 집순이조차 결국은 이불을 박차고 집 밖으로 나갈

피존밀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