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sunsunbooks먼 과거에 독립영화관에서 일했습니다. 가까운 과거에 비자발적 퇴사자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글을 써요./@@5JAB2018-05-22T09:27:20Z매년 낯선 시작 -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매년 낯선 시작을 하는 지은 인터뷰/@@5JAB/262024-06-19T04:27:03Z2024-06-18T06:51:19Z24살부터 지은은 6년 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해마다 두 나라를 오가는 지은의 삶이 어느새 내게도 익숙해서 제주도 아래 영국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지은과 많은 대화를 했지만,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삶에 대해 물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번쯤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었어. 교환학생 알아보니까 미국 텍사스 6개월 가는데 천만 원인거야.민주/@@5JAB/252024-01-04T10:49:06Z2024-01-04T06:30:21Z지하 4층 영화관 옆 데스크. 영화관이 아니라 주차장이 있어야 할 것 같은 곳에서 민주를 처음 만났다. 깔끔하게 정리된 아치형 눈썹과 바짝 올린 속눈썹, 약간 올라간 야무진 눈매에 시선이 갔다. 나는 영화관 직원이었고, 민주는 티켓박스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티켓박스와 영화관이 통합되면서 민주와 함께 일하게 됐다. 나는 얼결에 티켓 업무를 배워야 했는데, 인수글 반죽하고 수제비 뜨던 날들 안녕! - <비자발적 퇴사자의 일일> 독립출판 후기/@@5JAB/242023-11-21T14:04:15Z2023-03-16T06:16:46Z작년에는 비자발적 퇴사에 대해 글을 썼다. 회사로부터 돌려받은 주 5일 45시간을 걷고 글 쓰는 데 썼다. 근면했던 과거의 나 덕분에 호사스럽게 글 쓰며 보냈다. 주로 보내는 일상은 고요한 평일 오전 9시에 일어나 창문 열어 환기하고 숨 한 번 내쉰다. 청소하고 점심 지어먹으면 어느새 오후. 묵직한 노트북 등에 이고 카페 겸 작업실 간다. 빛나는 모니터,거상/@@5JAB/202023-11-09T07:18:21Z2022-10-20T10:20:55Z어벙한 신입 백수답게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신입시절 나는 자주 부끄러움을 느꼈다. 다들 신발을 신고 있는데 나만 맨발로 다니는 것 같았다. 벌거벗은 정도는 아니지만 맨발을 하고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정도로 꾸준하게 부끄러웠다. 비둘기 모임 동지도 훨훨 날아간 지 오래다. 놀이터에 혼자 남은 어린이가 되었다. 향을 피우면 스멀스멀 하얀 연기가 공간을 채우게으름 보고서/@@5JAB/192023-05-13T13:27:20Z2022-08-12T08:10:41Z게으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어." 같은 말을 하면 묘한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집에 있으면 좀이 쑤셔서 언제나 튕겨 나가는 명희*는 "오늘도 하루죙일 누워있었냐?" 물으면 나는 "장판과 하나 되었습니다." 명희는 "그게 네 카르마인가 봐." 했다. 폭행, 폭언처럼 누가 봐도 나빠서 고쳐야게으름/@@5JAB/172023-04-28T10:02:04Z2022-07-18T03:24:41Z나는 전문적으로 게으르다.* 그 역사는 유구하다. 4인 가족 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하는 야무진 딸이었다. 나는 그 역할에 진심이었다. LPG 가스통 밑에서 열쇠를 꺼내 집 문을 여는 것이 시작이었다. 10살에는 고추장 잔뜩 넣은 맛없는 김치볶음밥을 만들 수 있었다. 주변 어른들이 "딸이 참 야무지네요." 칭찬했고 칭찬을 더 듣기고장 난 시계/@@5JAB/162022-10-20T14:48:54Z2022-06-22T07:49:37Z벽 너머로 옆집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작고 미세한 진동이 간지럽힌다. 그러다 화가 나서 잠이 깼다. 누워서 발로 벽을 퍽퍽 쳐댔다. 잠이 깬 옆집 사람이 궁시렁거린다. 숨죽이고 있다가 아침에 출근하는 명희(엄마)에게 짜증 내며 일렀다. 코 고는 소리를 피해 거실에서 잤다. 어둡고 적막한 거실에서 조명을 켜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집중력이 줄면 폰이백수 말고 다른 말 없을까요?/@@5JAB/132023-04-28T10:01:13Z2022-03-07T07:36:11Z백수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 평일 오전 12시. 야트막한 동네 뒷산 운동장. 남학생들이 우렁차게 “ssival”을 뱉으며 농구를 하고 있다. 발음과 발성이 또랑해서 산에 올라서서 제일 먼저 듣는 소리다. 아저씨들은 윗몸일으키기 기구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운동을 한다. 윗몸일으키기 기구의 눕는 면에는 뽀로로 바닥 매트가 붙어있다. 나뭇잎실업급여(2)/@@5JAB/122023-04-28T10:00:29Z2022-02-19T10:03:49Z실업급여 신청기간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실업인정을 받기 위해 직업심리검사를 했다. 개인 성향, 성향에 맞는 직군, 현재 자산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MBTI 검사하듯 즐겁게 했다. 심리검사를 하다가 발견한 한 가지 질문. ‘기존 근무했던 직군과 다른 직군을 준비하기 위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까?’실업급여/@@5JAB/112023-04-28T10:00:03Z2022-01-13T07:24:33Z처음으로 고용센터에 가봤다. 다양한 연령대의 실업자들이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내 번호가 불리고 담당 직원 앞에 앉았다. 옆에는 50대로 보이는 남성 실업자와 30대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고용센터를 가득 채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선생님. 워크넷에서 구직 등록을 먼저 하셔창고 대방출/@@5JAB/102023-02-17T00:56:22Z2021-12-31T13:21:21Z이제 개인 물품 정리만 남은 줄 알았는데 창고 정리가 추가되었다. 영화관 한편에 나와 스태프들이 일하는 공간이 있고, 일하는 공간 뒤에는 긴 창고가 있다. 창고에는 그동안 상영했던 영화 리플렛, 포스터, 배너, 굿즈, 상영본들이 있다. 매일 물건들이 들고 나기 때문에 창고는 항상 적당히 어수선하다. 창고 정리 인력은 스탭 제희와 나 둘 뿐. 먼권고사직/@@5JAB/92023-04-28T09:57:41Z2021-12-24T06:23:24Z결정해야 했다. 권고사직을 할지. 말지. 머릿속이 권고사직으로 가득 찼다. 권고 사직서에 서명하면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니. 점심메뉴도 잘 못 고르는데! 하루 종일 권고사직이 머리를 떠다녔다. 불안한 마음에 동료들에게 전화했다. 권고사직을 결정한 동료와 연락하면 나도 그래야 할 것 같고,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동료와 연회의. 최종. 진짜 최종./@@5JAB/82023-04-28T09:56:26Z2021-12-20T12:46:03Z팀원들과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팀원들은 평소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어서 초면처럼 느껴졌다. 아는 거라곤 대표*가 부장님에게 ‘부서를 없앤다.’라고 알린 것뿐이다. 우리는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았고 논의하면서도 울컥울컥 억울했다. 따듯한 차로 속을 달래며 회의를 이어갔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일터였던 영화관은 휴업을 했다. 회사에 다니생애 첫 노무 공부/@@5JAB/72023-05-12T04:10:51Z2021-12-06T09:41:32Z회사가 제시한 남은 기간은 2개월. 팀원들과 씩씩대며 회의했지만 아는 게 없었다. 나는 내가 받은 통보가 합법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 그럴 땐? 네이버에 검색 고고. 노무상담. 정리해고. 태어나서 처음 검색해본 단어들이다. 검색한 세상에는 수많은 노무법인, 노무사, 노동자들이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4곳의 노무법인이 있었다.셀럽이 되고 싶니?/@@5JAB/52023-04-28T09:54:34Z2021-12-03T13:29:01Z문제) 퇴사가 알려지면 사람들의 걱정과 격려가 이어진다. 아래 보기 중 퇴사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3점) ①그냥 푹 쉬어요. 그동안 고생했어! ②어떡해. 빨리 다른 일자리 찾아봐야겠다. ③회사 다니면서 휴업도 하지 않았어? 오래 쉬었을 텐데 다음 계획이 뭐예요? ④**회사 괜찮던데 지원해봐요. ⑤시간 많은데 여행이라도 다녀와.구구, 구구 예!/@@5JAB/62023-04-25T11:40:36Z2021-12-01T13:06:51Z비자발적 퇴사를 하는 시기에 친구 둘기도 한국으로 돌아와 안식년을 가졌다. 둘기와 나는 백수 동지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카페도 테이크 아웃만 되던 추운 겨울. 그나마 덜 추운 정오에 만나 커피를 사서 공원을 걸었다. 해가 잘 드는 의자에 앉아서 몸을 녹였다. 옆에는 비둘기들이 몸을 부풀려 추위를 피해 꾸벅꾸전화왔어요./@@5JAB/42023-04-25T11:39:49Z2021-11-26T10:35:22Z“어 선선씨. 잘지내지?” “네 부장님! 잘지내고있어요. 잘지내세요?” “응. 선선씨. 우리 부서를 없앤다네? 자세한 건 팀원들이랑 만나서 얘기 하자.” “넵.” 휴업 중 부장님의 연락이 왔다. 헙. 심장이 철렁했다. 몸 안은 차가워지고 몸 밖은 열이 나는 것 같다. 추운건지 더운건지 잘 모르겠다. 같이 공원을 걷던 친구가 옆눈으로 나를 살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