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의 전성시대 - #13 엄마의 엄마

2024-10-25T10:05:34Z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그 헌신의 항상성을 말이다. 엄마니까, 혹은 자식이라서……. 모성애라는 세 글자로, 엄마의 삶은 해석되지 않았다. 엄마라고 자식에게 무조건 헌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 모든 엄마가 자식에게 무조건 헌신하는 것도 아니다. 뿐더러 자식에게 무조건 헌신하지 않는 어떤 엄마를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각자의

장례식장 갈 때 나만 선글라스 껴?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④

2024-02-07T07:53:01Z

“얀마, 쌍꺼풀 수술했냐?” 안다. 건방 떨지 말고 선글라스 벗으란 얘기란 걸. 살며 비슷한 소릴 얼마나 많이 들었게. 그때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선글라스 낄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정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선글라스를 벗을 수 없어 매우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이게 뭐람.

목욕탕에서 나만 때 안 밀어?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③

2024-02-01T11:48:49Z

“저기……. 죄송한데, 등 좀 한 번 밀어주시겠어요?” 찜질방을 겸한 목욕탕이었고, 그날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냉탕, 온탕 할 것 없이 꼬맹이와 30~40대(꼬맹이들의 아빠일 것으로 추정되는)가 빼곡했다. 찜질방으로 피서 온 가족이리라. 목욕탕 유리문 여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렇다고 이미 벗은 옷 다시 입을 순 없는 노릇. 구석에 자리 잡았다. 면도 먼

스마트폰 나만 안 써?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②

2024-01-15T04:19:23Z

스마트폰을 안 쓴다. 대신, 구형 핸드폰 쓴다.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다. 가끔 새로운 누군가와 대화할 때가 있다. 내 핸드폰 발견한 상대가 “어머~ 요즘도 이런 핸드폰 쓰는 사람이 있네요? 스마트폰 왜 안 쓰세요?”라고 묻는다. 그럴 때면 늘 똑같이 대답한다. 이때 포인트는 ‘그윽한 눈빛’이다. “이렇게, 서로 눈 마주 보면서 대화하고 싶어서요. 하하하.

MBTI 나만 불편해?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①

2024-01-14T00:42:53Z

“어떻게 본인 MBTI를 모르세요??!!” 요즘 누군가와 대화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친구 만나거나 직장 동료와 일하거나 친인척이 모이거나 새로운 누군가를 소개받거나. 어쨌거나 2명 이상이 모여 5분 이상 대화하면 어김없이 MBTI를 묻는다. 어떻게 본인 주민등록번호를 못 외울 수 있죠? “MBTI가 어떻게 돼요?” 그러면서 꼭 몇 마디가 따라붙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 #12 가사 노동사

2024-10-25T10:05:34Z

시댁으로 올 때는 모든 일들을 각오는 하고 왔지만 참으려 하는 마음이야 오죽하랴. 청주엘 갔다 조금 늦게 왔더니 어머님께서는 잘못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시며 그이에게 말씀을 하셨다. 난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고 며느리들은 다 그럴 것이다 하며 이해하고 말았다. 난 사실 못된 거짓말은 하지 않는데도 어머님께서는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14번의 이사와 반 보 전진 - #11 내 집 마련 분투기

2024-10-25T10:05:34Z

동분은 현재 21평 아파트에서 송일영과 둘이 산다. 2021년 1억 6,800만 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3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자 포함 매달 43만 원씩 갚는다. 주성과 주홍이 조금씩 보탠다. 이 아파트는 완공한 지 20년도 넘은 옛날 아파트다. 동분이 매입하고 3년 지났지만,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다. 지금도 1억 6,00

부랄 두 짝 밖에 없던 남편 - #10 개인택시

2024-10-25T10:05:34Z

동분과 송일영, 두 사람 인생엔 두어 번 상승 곡선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1991년 6월, 송일영이 ‘개인택시운송사업 면허’ 취득한 거다. 동분 표현 빌리자면 개인택시 받고 나니까 모든 일이 거짓말처럼 풀리기 시작했단다. 굶어죽지 않은 게 다행 송일영이 처음 회사택시 몰기 시작한 건 1980년이다. 그러니 꼭 10년(1982~1983, 대한생명

베트남 며느리와의 갈등 - #9 큰아들 주성 ②

2024-10-25T10:05:34Z

자, 지금부터는 주성이 동분에게 들려줬던 ‘6박 7일 베트남 여정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그 당시 주성은, 베트남 국제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베트남 여성은 한국 남성이라면 무조건 OK’라는 기대 말이다. 물론, 아예 근거 없는 기대는 아니었다. 이하는 형수님, 그러니까 주성의 아내에게 전해들은 내용과 통계자료 및 기사를 참조한 내용이다. 사

닭똥 같은 눈물 - #9 큰아들 주성 ①

2024-10-25T10:05:34Z

그이를 닮은 귀여운 아기가 내 옆에 누워있다. 이 아기가 정말 내 속에서 태어난 아기일까? 마음이 이상하다.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그이도 아들을 낳아주었다는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는 새 생명이 우리들 앞에 있다.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들의 제2의 인생은. 사랑스러운 아기와 그이를 위하여 즐거운 가정을 꾸려나가도

임신 사실마저 숨겨야 했던 시집살이 - #8 시집살이 ②

2024-10-25T10:05:34Z

앞에서, 할머니의 대단한 ‘장손’ 사랑을 언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내가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다시 동분이 26살이던 1986년으로 간다. 그 당시 서당 상황은 이랬다. 치매에 걸려 누워있는 시아버지와 한결같이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술만 마시면 “형수가!!” 하면서 난동 부리는 막내 시동생, 주성 과 조카 철수와 영희, 여기에 동분과

애증의 시어머니 - #8 시집살이 ①

2024-10-25T10:05:34Z

어제일로 인하여 어머님은 화가 아직도 안 풀렸다. 아침부터 소란을 떨고 못 된 성격을 또 쓰신다. 나는 잘못을 하였기에 그냥 하시는 대로 내버려 두고 보고만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내버려뒀다. 헌데 그이는 출근을 한 상태인데 집에서 여자들이 이러면 안 좋은 것 같아 참았다. 빨래를 하는데 우리 빨래를 깨끗이 빨고 애들 빨래는 더럽게 빤다면서

50년, 그 노동의 역사 - #7 노동사

2024-10-25T10:05:33Z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동분 삶을 다루자면 노동사(勞動史)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짐 보따리 하나 싸 들고 동아책방 사장 집에 들어간 게 14살 때다. 동분 나이 올해 64살이다. 50년이 넘는다. 그 세월, 수많은 직업과 현장을 거쳐 오늘의 청소노동자에 이르렀다.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 형제를 먹였다. 결혼해서는 송일영과 함께 두 아들을 키

술과 노름으로 세월 보낸 아버지 - #6 아버지

2024-10-25T10:05:33Z

동분의 아버지 정명식은 1925년,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태어났다. 첩의 자식이었다. 정명식 부(父)는 첩이었던 정명식 모(父)에게 방 두 칸과 부엌 딸린 까만 기와집 한 채 줘서 내보냈다. 그런 시절이었다. 정명식 모와 정명식은 그 집에서 둘이 지냈다. 첩의 자식으로 서럽게 자란 정멱식은 술과 노름으로 인생을 허비했다. 그러니 허구한 날 부부싸움이었다. 그

예순셋, 여전히 예쁘고 싶다 - #5 일상

2024-10-25T10:05:33Z

엄마가 낯설다. 내가 38년이나 알고 지낸 사람이 맞나 싶다. 엄마와 인터뷰하며, 그런 순간이 제법 많았다.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순간 말이다. ‘우리 엄마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하면서. 그래서 민망하다. 내가 그동안 엄마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안도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엄마를 조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러다

기꺼이 슈퍼맨 흉내라도 내줄 진짜 슈퍼맨 - #4 친구 ②

2024-10-25T10:05:33Z

후반전 나의 생일날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 동분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 생일이었다. 예순 번째 생일. 아침 일찍부터 김순화의 큰딸에게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번호를 보는 순간, 동분은 직감했다. 갔구나, 기어이 갔어. “전화 받자마자 광주로 달려갔지. 가는 내내 차에서도 얼마나 울었나 몰라.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첫날인 데다가 대낮이라서 아직 조문객

고순화와 김순화 - #4 친구

2024-10-25T10:05:33Z

“엄마가 전생에는 남자였던 거 같어. 순할 순(順), 꽃 화(華), 순화라는 여인을 사랑했던 남자. 안 그러냐? 젊어서는 고순화, 늙어서는 김순화. 호호호.” 그렇다. 동분 인생엔 유독 소설 같은 장면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순화’다. 살며 마음 나눈 친구가 딱 둘인데, 두 사람 이름이 거짓말처럼 똑같이 순화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반

학교 밖 소녀의 생애 - #3 문학소녀

2024-10-25T10:05:33Z

그이가 처음으로 봉급을 타왔다. 영업용을 한 후로 첫 봉급을 탄 그이는 지난번에 약속했던 대로 『여성중앙』 한 권을 사 오셨다. 딴 선물보다도 책을 사 올 때는 그렇게 그이가 고마울 수가 없다. 『동분의 일기』 1983년 6월 10일 中 이야깃거리를 수집하러 다니던 꼬마 엄마는 일찍이 내가 기자로 일할 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너는 그래도 내 핏

엄니, 다 끝났어, 나 그 남자랑 잤어 - #2 만남

2024-10-25T10:05:33Z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그래도 행복한 신혼의 첫날을 맞았다. 얼마 안 된 단출한 살림이지만 난 이날을 무척이나 기다렸던가 보다. 그이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건가보다. 인연, 이상한 우리들이었다. 철없고 사랑이란 모르던 나. 그때의 그인 나에게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생을 알고부터 싹트기 시작한 정. 괴로운 나날들 속에서도

나눌 분(分) - #1 이름

2024-10-25T10:05:33Z

“탕탕탕!!” 1961년 5월 16일 새벽. 육군 소장 박정희와 육사 장교 250여 명, 사병 3,500여 명이 한강대교를 건넜다. 오전 4시 30분, 쿠데타 세력이 방송국을 접수했다. 라디오 방송으로 ‘혁명 공약’을 발표했다. 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름처럼 살아온 삶 “응애~! 으으응애애애~~!!” 그 시각,

송주홍

춘자의 전성시대 - #13 엄마의 엄마

장례식장 갈 때 나만 선글라스 껴?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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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나만 안 써? - 송자까의 삐딱하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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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소녀의 생애 - #3 문학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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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 분(分) - #1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