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아갑니다

2025-04-20T14:20:38Z

마음이 기쁠 때나 행복할 때도 글을 쓰지만 마음이 극도로 불안하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에도 글을 씁니다. 어쩌면 더 많은 글을 씁니다. 머리와 가슴속에 산란한 감정을 종이 위에 끄집어내서 차곡차곡 눌러 담을 때 감정이 정리되는 것을 느낍니다. 캄캄한 흑백,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려는 감정이 때로는 잔재해 있습니다. 행복하고 기쁜 날도 많습니다. 그러나 답답

오늘도 폭삭속았수다

2025-04-13T03:36:19Z

나이 들며 느끼는 대부분의 슬픔과 서러움은 내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거울 앞에 선 나의 젊음이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사실 앞에 오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나의 삶을 이렇게라도 살아내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는 최선이 아닌 날들이 없던 것이다. 매회마다 눈물을 흘리고 본다는 '폭삭속았수다'의 뜻이 "

세상의 모든 생일자에게. - 생일을 축하하며.

2025-04-10T00:52:47Z

당신이 태어난 날, 수없이 울었던 울음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막막해서가 아니라 눈뜨고 나온 이 세상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불을 꺼달라는 외침. 세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아니라 기쁜 마음에 소리를 내보고 싶어 마이크 테스트를 했던 것. 귀가 떨어져라 울었던 날. 그런 당신의 생일에 내놓던 첫울음을 기억하며 뜨겁게 박수치며 당신을 축하하고 생일마

사랑의 어원에 관하여 - 사랑령

2025-04-01T12:41:47Z

사랑에는 어원이 있다. 아주 오래전, ‘사랑’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생각할 “사”(思), 헤아릴“량”(量)의 조합 즉 “사량”으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당신을 생각하며 헤아리는 마음의 무게를 ‘사랑’이라 부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사량합니다.” 이 말은 곧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사람의 계속해서 헤아린다는 뜻이다. 상대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마

자연에게서 배우는 사랑

2025-03-30T14:17:51Z

나무에서 떨어진 시든 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나무 주변에 쌓인다. 겨울이 오고 봄이 찾아오면 그 잎들은 서서히 분해되어 자신을 키웠던 나무의 뿌리로 다시 돌아간다. 한때는 나무의 일부였던 잎이 다시 그 나무의 자양분이 되어 새 잎이 돋아나게 하는 순환의 구조다.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사랑. 숲을 걸으며 생각했다. 우리가 베푼 사랑도

내가 더 열심히 해볼게

2025-03-23T04:18:30Z

고되고 추웠던 때로는 외롭고 쓸쓸한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오는 날. 햇살은 온도를 달리하여 세상에 내려 준다. 문득 햇볕 아래 내어 놓은 식물을 바라보다가 여러 생각이 스치며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끝낸 유명 배우들과 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햇볕이 내려쬐는 양이 많을수록 그늘도 함께 깊어져 간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그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양의

밀도 있는 삶에 관하여

2025-03-20T02:01:07Z

마음만 먹으면 멀티 플레이어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 좋은 시대. 핸드폰의 발달로 핸드폰을 보면서 운동도 하고, 밥을 먹으면서 드라마도 보고, 약속을 정한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는 안심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무엇이든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요즘이다. 핸드폰이 발달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땐 밥만 먹고 놀기만 할 땐 놀기만 하고,

우리들에게 어떤 삶이 온대도

2025-03-09T02:56:39Z

내가 바라는 삶은 이런 삶이 아니었죠. 중형 이상의 멋진 차, 드넓은 잔디와 전원 주택 야경이 보이는 루프탑과 한강이 보이는 오션뷰. 여유가 가득한 호텔에서의 식사와 대화. 나는 그런 삶을 꿈꿨지만 꿈은 반대였습니다. 차대신 지하철, 루프탑 대신 옥탑방 전원주택 대신 한강 공원. 동네 시장의 맛집.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꿈꾸는 이상대로 살진 못해도 현실

장례식이 파티가 될 순 없을까

2025-03-09T23:10:08Z

장례식장은 왜 꼭 엄숙하고 무거워야 할까. 부고장이 아니라 초대장을 보낼 순 없을까? 내가 언젠가 죽는다면 이런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장례식 초대장 살아서 같이 웃고 때론 울었던 친구들께. 시간이 되면 오셔서 마지막 가는 길 명복을 빌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ㅡ 1. 검은 옷이 아니라 자유로운 복장. 밝고 화려한 옷을 입고 올 것. (그래야 더 빛

관계에서 사랑을 지속하는 법 - 사랑령(愛令) 우리는 지금 사랑을 시작한다 : 사랑의 선포령.

2025-03-05T14:35:32Z

첫 키스의 전율, 함께 보낸 첫 밤의 설렘.새로운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마법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처음처럼 반짝이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설렘은 조용해지고, 기대했던 것들이 늘 채워지지는 않는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를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같은 사랑의 호르몬이 18개월에서 3년 사이에 서서히 감소하

세상은 그대를 버리지 않을지어다.

2025-03-03T01:56:24Z

"햇살이 왜 있는 줄 아시오. 차가운 마음들을 녹이고, 어두운 곳을 비추기 위해서오. 때로는 따뜻하게 등을 내어주고, 때로는 조용히 머물며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주기 위해서오. 그러하니 우리는 아침마다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뜨는 것이외다. 창가에 앉아 그 온기를 느끼노라면, 햇살이 스며든 자리엔 자연스레 따뜻함이 남는 법이오. 그 온기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도

자연에서 배우는 사랑

2025-03-03T02:13:08Z

자연은 우리에게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보여준다.인간의 복잡한 감정이나 조건 없이, 그저 존재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바다거북은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이것은 본능일까, 아니면 고향에 대한 사랑일까? 어쩌면 본능과 사랑 사이의 경계는 없는지도 모른다. 늑대들은 평생을 한 짝과 함께한다. 무리 안에서

뒷일을 모른다는 것의 장점

2025-02-26T16:31:24Z

한때는 급한 성격 탓에 문제를 풀기 전에 해답지를 먼저 들추고, 결말을 미리 알기 위해 소설을 뒤에서부터 읽곤 했다. 하지만 정답과 결말을 알고 나면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뎌졌고, 흥미를 잃은 채 금세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만약 뒷일을 모두 알고 있다면, 오늘 해야 할 노력들을 간주점프하듯 건너뛰고, 도전과 설렘 없는 나날을 살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법

2025-02-23T19:01:34Z

도시는 빠르다.사람들의 발걸음도, 신호등의 변화도,카페에서 내린 커피가 식는 속도까지도.모든 장면이 빠르다. 누구도 느리게 멈춰 서지 않는다.지하철 문이 닫히기 전에 뛰어드는 사람들,늦었다며 조급하게 뛰는 마음들.초 단위로 계산되는 업무의 흐름까지 이 도시는 느림 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도시의 속도는 언제나 같은가?늦은 밤, 골목길 가로등

당신은 어떤 겨울을 보냈습니까

2025-01-31T11:40:34Z

당신은 어떤 겨울을 보냈습니까 처음으로 떠나온 것을 후회했던 곳. 이런 겨울 무렵, 나는 홀로 북유럽으로 떠난 적이 있습니다. 눈을 뜨고 가는 곳마다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곳.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Tromsø)에서 나는 완벽히 고립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던 시기, 영하 -40°C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한파

엄마와 성묘를 가는 일

2025-01-28T10:01:34Z

엄마와 성묘를 가면, 엄마는 항상 술을 챙겨 가는 습관이 있었다. 술 한 잔도 못하는 사람이 유독 명절이면 술에 집착하는 모습을 나는 신기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할머니 산소 옆에는 봉긋하게 올라온 작은 묘지가 있었는데, 큰아버지는 그 묘를 두고 묵묘라고 표현했다. 묵묘란 연고가 없고 자손이 아예 없거나, 있는데도 조상묘를 관리하지 않아 묵히는 묘를 뜻했다

글쓰기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2025-01-26T05:09:06Z

유년 시절을 넘어 어른이 되고 나서도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감정선. 내가 유달리 신경이 과한 건지 아니면 사람 누구나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줄곧 내 자신과 삶이라는 명제에 대해서 숱한 질문들을 던지며 지내왔다. 살아간다는 건 뭘까. 답이 없으면서도 인생은 어쩌면 끊임없는 자기 의심속에서 내뿜는 의문에 대해 답을 내리는 과정 같았다. 좀처럼

겨울을 견디는 모두에게

2025-01-12T14:38:07Z

일 년이면 으레 껏 한 번씩 맞이하게 되는 겨울. 1월이면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이 시절을 보내야 합니다. 따듯한 날에 태어난 나로서는 겨울이 더없이 차갑고 추위를 견디는 게 힘듭니다. 이 추위를 견디는 일만큼이나 힘든 건 뜻대로 되지 않는 일, 1월 1일을 맞이하며 굳게 다짐했던 맹세들도 작심 3일이 되어버리고 마는 나 자신의 나약함. 추위 때문에 미

서로가 행운아가 되기를

2025-01-06T22:39:27Z

죽기 전에 이곳에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고민도 없이 나는 북유럽 핀란드로 떠나왔습니다. 한 겨울, 북극권에 가서 오로라 관측을 위해 적금을 모아 떠났다는 한 여행자의 기사를 보다 그만 나도 오로라가 보고 싶어진 것입니다. 오로라는 현지인들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 조차도 쉽게 볼 수 없는 신비의 존재로 오로라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며 오로라를 보고

애도를 갖는다

2025-01-01T12:54:01Z

영문 모를 일이었다. 무안 공항에서 제주 항공의 속보를 접하고 그 사고는 나의 일이 아니었으나 어쩌면 곧 떠날 일본행 비행기를 취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잡혔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출처를 알 수 없는 울음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환청인가. 31일이면 줄곧 다른 나라에서 마지막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던 터 타국과 본국을 오가며 쿵, 하고 착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