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기다림의 끝에서 마주한 말 - 항암의 시작은 마음의 선 긋기에서부터

2025-04-24T05:43:56Z

3주 동안의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 유방외과에서 모든 검사를 마치고 의사에게 결과를 들으러 기다리는 동안 나는 천천히 대기실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건 모자가발인가? 저 가발은 티가 별로 안 나네. 나도 항암을 하면 머리가 빠지겠지? 그럼 모자를 써야 하나 가발을 써야 하나?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멀뚱멀뚱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진료

3화. '암이래' 내 입으로 말한 그 순간 - 소리 내서 울고 후련해졌다

2025-04-22T11:38:32Z

내 입으로 말하고 인정해 버리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받아들인다는 건 그런 거였다.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받아들임의 심리적 단계 (일명 "수용 5단계 이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죽음과 삶" 이론에서 유래된 <5단계 수용이론> 이란 것이랬다. 그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나는 생각보다 정

나에게 괜찮은 사람 - 오늘도 남의 시선에 흔들리는 나에게

2025-04-19T22:30:46Z

나는 요즘도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한 말.... 혹시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을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별거 아닌 순간인데 괜히 마음 한쪽이 조마조마해지고 방금 내 표정, 내 말투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혼자서 복잡해질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안다. 그렇게까지 나를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 머리로

가끔은 그냥, ‘그렇구나’만 해줘도 되는 날 - 참 쉽지가 않다. 관계라는 게.

2025-04-20T12:34:04Z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때, 그 사람이 “아, 그렇구나.” 하고 가볍게 공감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그게 전부였는데. 그런데 어느 날, 반대 입장이 되었다. 내게 고민을 털어놓던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들어주면 안 돼? 해결해달라고 말한 거 아니야.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한 거야.” 그 순간, 예전

소란스러운 마음 - 6개월 정기검진을 앞두고 있다

2025-04-16T15:27:33Z

그동안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한번 봅시다. 사실 그 평가를 받기 위한 날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유방암 표준치료 이후 만 3년이 지났다. 이제까지 매번 6개월 정기검사를 받아왔지만 매번, "통과" 이 아찔한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그 전날까지는 모든 신경이 예민해지고 마음이 소란스러워진다. 늘 그래서 6개월 정기검진을 앞두고 나는 생각하곤 한다.

2화. 아프지 않은 암환자 - 억울해서라도 살아야겠다

2025-04-17T07:16:07Z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유방외과로 진료 예약을 잡아주었다. 무려 4주 뒤였다. “4주나 걸린다고요? 저 암인데요. 사이즈도 있고, 겨드랑이 림프 전이도 있다는데요.” 그런데 정말이었다. 예약은 4주 뒤. 나는 그렇게 ‘암 진단은 받았지만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애매한 암환자가 되었다. 몸은 멀쩡했다. 아픈 데도 없었다

유방암입니다.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 가슴에 돌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만져졌을 뿐인데

2025-04-17T10:43:16Z

프롤로그 《유방암입니다.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나는 아직 젊었다. 그러니까, ‘암’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나를 향했다. “유방암입니다.” 그 한마디가 내 삶을 정확히 둘로 갈라놓았다. 가슴에 뭔가 딱딱한 게 만져졌다. ‘별거 아니겠지.’ 나는 건강검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_ 프롤로그 - 40대 유방암 투병기

2025-04-17T07:01:52Z

3년 전, 2022년 8월 어느 날 갑자기 유방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3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지금.. 이전에 남겨놓았던 사진들과 일기들을 정리해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절망적인 얘기들이 아닌, 분명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로 혹시 지금 3년

암환자가 되고 듣기 싫었던 말 - 위로가 위로가 안될 때

2025-04-11T00:58:44Z

아고 어떻게 하니 어쩌니 어떡해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별거 아니야 누구누구도 걸렸었는데 괜찮데 유방암은 암도 아니래 그러니까 좀 잘 먹고 다니지 내가 좀 쉬엄쉬엄 하라 그랬잖아 어쩌면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모든 말이 다 5억 번쯤 꼬아 들리기만 했다 그래도 그중 제일 싫은 말이라면... 유방암은 요

오래... 살고 싶다 - 문득, 겁이 나는 하루였다

2025-03-25T13:56:23Z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살다가... 문득 겁이 나는 하루가 있다. 나는 22년 8월 덜컥 암환자가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길 가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터진 것 같은 어이없는 충격이 가해진 날 이후로 암환자가 된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은 그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이겠지. 내가 암환자가 되기 전엔, 암에 걸리면 당장

매일 글을 쓰는 습관 -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2025-03-12T10:23:14Z

브런치 작가가 되면 무얼 해야할까?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고 덜컥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때 나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도전을 해도 안되더니 어느날 에이 나는 안되겠지. 하고 내 솔직한 얘기들을 쓴 순간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다고 메일이 도착했었다. 사실, 아무 준비없이 된 내 글쓰는 공간. 어떤 글들을 써야할까 가만가만 생각을 해볼 시간들이

그 동안

2025-02-23T05:56:45Z

뇌종양 수술을 하시고 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 한달전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는 한달전 한달에 한번 맞는 호르몬 주사를 맞기 위해 서울대 병원에 왔었고, 그 다음날 어머니가 돌아셨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그리고 그사이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모두 괜찮은 척, 별일 없는 척 그렇게 지내는 사이 한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유방암 항암을 시작하면서 - 유방암 치료기록

2025-02-18T22:17:14Z

22년 8월 유방암선고, 선항암 6개월, 유방암수술, 방사선치료 이후 5년의 호르몬치료 중입니다. 유방암 투병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기록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양내과에서 6개월, 8번의 선항암주사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항암주사를 맞기 위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온몸을 찍는 검사를 진행한다.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림프에 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미리 걱정하지 마

2025-01-15T00:10:26Z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티베트 속담 예전의 나는 걱정인형이었다. 그 대부분의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거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 만약 그래서 그게 진짜 일어나면 어떻게 해? 대부분은 그렇게 만약으로 시작해서 내 머릿속 상상으로 현실이 되곤 했다. 그런 일어나지도 않은 일

내가 절대 하지 않는 말 - 절대 하지않는 말과 생각

2025-01-03T15:02:41Z

요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너무 좋겠다. 요즘처럼 행복한 때가 없었어. 요즘 나는 모든 게 좋아. 나는 요즘 고민이 없어. 언젠가부터 속으로 삼키는 말들은 있지만 입 밖으로 긍정적인 내 상황에 대한 얘기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암에 걸렸던 것이 내 인생에, 내 생활에 이벤트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암

질병분류기호 C50.91 - 서류상 암환자가 되는 순간

2024-12-26T11:05:44Z

* 22년 유방암 진단받고 선항암 - 수술 - 방사선 치료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22년 유방암 확진 이후 투병기록을 하고 있고요. 유방암 치료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유방외과 진료를 받은 이후 서류를 뗄 수 있었다. 질병분류기호 C50.91 유방암 확정. 이 C코드번호를 받아야 암보험을 비롯, 각종 보험회

뜨개질이 유행이라고 - 그 시절 엄마의 취미

2024-12-16T07:17:17Z

요즘 뜨개질이 유행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사계절 뜨개질 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요즘 들어서 뜨개인이 늘어난 느낌이 들어서 카페를 가더라도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SNS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맞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해서 더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같은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반갑다. 뜨개질의

아프고 나서 생긴 의심 - 돌다리도 두들겨 봐야지

2024-12-05T12:51:56Z

며칠 전부터 두통이 생겼다. 왼쪽 머리가 욱신욱신거리면서 계속 기분이 나쁘게 하더니 눈도 아픈 거 같고, 소화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가만히 누워있다 보니 속이 메슥거려서 결국 먹은 것들을 다 화장실에 가서 올리고 빈 속이 쓰려서 두유 한잔을 데워 마셨다. 순간 덜컥 불안함이 밀려왔다. 바로 핸드폰을 켜고 검색창에 익숙한 단어들을 검색했다. “뇌전이 증상

제 꿈은 늙어 죽는 것입니다. - 어느 드라마 예고편에서

2024-11-30T15:19:36Z

이제 막 시작을 앞둔 어느 드라마 예고편을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 가슴을 울리는 말이 들렸다. 진짜 일상적인 말인데 그 말을 예전에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이 멍해졌다. 극 중의 노비 주인공이 하는 말. "제 꿈은 늙어 죽는 것입니다. 맞아 죽거나 굶어 죽지 않고 곱게 늙어 죽는 것이요." 누군가에겐 아주 평범한 그 늙어 죽는다는 말이, 그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첫 진료 -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024-12-11T06:36:31Z

22년 유방암진단 투병일기 기록합니다. - 현재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암환자예요. 가슴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지고 유외과에서 "암"이란 얘길 들었다. 그렇게 한 번의 충격을 겪고 3주 뒤 나는 서울대병원 유방외과에서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다시 검사해 보죠." 그때도 사실 묻고 싶었다. 다시 검사해서 암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인가. 근데 나

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