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고 머문다는 것 - 로컬스티치 회현

2025-05-13T10:41:06Z

서울역과 남산 사이, 교통과 주거, 상업과 유흥이 충동하는 회현동 언저리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은 경계이자 밀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곳이다. 과거 모텔촌으로 불리던 이 동네는 산업화 시기 단기 체류자들을 수용하던 숙박 인프라로 기능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낙후된 시설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점차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낡았다고 해서 모두 소멸되는 건 아

이야기를 파는 백화점 - 대구 무영당

2025-05-13T16:16:23Z

새로운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들과 옛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을 가진 골목의 끝자락, 오래된 건물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바둑판처럼 정렬된 타일 외벽 위로 'Mooyoungdang Department'라는 레터링이 떠 있는 간판아래, 과거 상품을 팔던 백화점은 세월이 흘러 전시와 공연 카페와 팝업스토어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리노베이션 되

느리게 재생되는 도시 소제동에서 - 소제동관사촌

2025-05-08T11:26:44Z

대전역 동광장을 지나 선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의 외곽에 머문 듯한 조용한 동네, 소제동에 이른다. 이곳은 과거 ‘소제호’라는 연못이 있었던 자리다. 일제는 그 물길을 메우고 철도를 깔았고 철도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관사촌이 그 곁에 지어졌다. 붉은 벽돌, 낮은 박공지붕, 긴 창문으로 대표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산업 근대의 리듬과 일상

시간은 연기처럼 공간은 향처럼 - 대구예술발전소 X 수창청춘맨숀

2025-05-07T05:56:50Z

한때 대구의 중심지였던 중구 수창동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에 밀려 수십 년간 도시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낡은 주택이 빽빽이 들어선 도심은 더 이상 중심지가 아니었고 사람들 역시 삶의 무게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구는 새로운 흐름을 맞이한다. 공원과 예술, 역사와 문화가 엮이면서 낙후된 도심에 숨결이 다시 깃들기 시작했고

기억 위에 감각을 더한다는 것 - mrnw

2025-05-05T13:38:28Z

대구 도심에서 외곽으로 조금 나가면 오래된 조경수 농장이 조용히 전환되고 있다. MRNW. ‘Moving Right Now We’, 혹은 ‘미래농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아버지의 시간이 남아 있는 땅에 아들의 감각이 더해진 공간이다. 20년간 조경수로 빼곡히 채워졌던 부지를 아들은 그대로 두지 않고 완전히 바꾸지도 않은 채 건축적으로 다시 읽었다. 대지는

기억은 공간 위에 세워진다 - 국립중앙박물관

2025-04-27T19:27:05Z

서울 용산 한복판, 너른 대지에 자리 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지 유물의 저장소를 넘어 ‘기억의 형식’을 구성하는 국가적 장치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시간과 권위가 집약된 상징적 공간이자 도시와 시민 사이에 공공성을 매개하는 플랫폼이다. 얼마 전 리움미술관 에세이에서 ‘감각의 제도화’를 통해 사적 권위와 문화자본의 작동 방식을 이야기했다. 반대로 국립중앙박물관

도시의 틈에서 일어난 변화들 - 15분도시 부산, 일상의 재구성

2025-04-25T09:20:30Z

00 도시는 시간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도시는 늘 이동을 전제로 설계되어 왔다. 주거와 일터, 소비와 여가가 물리적으로 분리된 구조 속에서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이동’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계획 방향은 바뀌고 있다. ‘시간 기반 도시계획’, 혹은 ‘n분 도시’라는 개념이 전 세계 도시정책의 핵심 담론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과 함께 쌓인 것들에 대하여 -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X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

2025-04-21T11:21:26Z

철골과 와이어가 횡렬로 길게 막힘 없이 관통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정적인 도시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건축처럼 존재한다. 산업도시 부산의 한가운데서 마치 파도의 일렁임을 형상화한 이 공간은 전시장을 넘어서 하나의 도시적 감각 장치처럼 느껴진다. 차를 위한 공간에서 인간을 위한 공간으로, 상업에서 질문으로. 이 공간은 단지 전시물이 놓인 장소

'비움'이 때로는 가장 크고 깊은 '채움'이 된다면 - 대저생태공원

2025-04-19T05:30:58Z

대저생태공원은 해마다 4월이면 새로운 생명의 물결로 출렁인다. 노란 유채꽃이 대지를 덮고 그 위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얹힌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때 농업의 중심지였고 도시로부터 잊힌 변두리였다. 낙동강과 서낙동강이 만나는 삼각지에 위치한 땅은 촘촘한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이어졌고, 한때 생계를 위한 장소이자 동시에 도시적 질서에서 배제된 공간이

예술을 닮은 위계, 건축을 입은 권력 - 리움미술관

2025-04-10T13:56:49Z

서울 이태원의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거대한 매스와 볼륨감을 뽐내는 리움미술관이 눈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리움미술관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다. 마치 도심 한가운데에 세워진 하나의 성채처럼 자본과 문화, 그리고 건축이 만들어낸 권위의 형상이자 풍경이다. 그래서 미술관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어쩌면 '오르며 진입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순백의 공간에 내리는 빛 - 초당성당

2025-03-30T11:19:27Z

주거단지와 학교로 둘러싸인 강릉의 어느 조용한 동네에 하얀 순백의 건물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미술관처럼 보이기도 한 이 건물은 꼭대기에 얇고 작은 십자가가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비로소 성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당성당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웅장한 고딕양식의 기둥도 없다. 대신,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순백의 벽면이 공간을

머문다는 것의 새로운 방식 - 웜댄콜드맨션

2025-03-30T17:07:51Z

여행에서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고 낯선 도시의 공기를 온전히 느끼는 공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고 문을 여닫는 소리조차 생경할 때, 비로소 여행지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든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숙소 자체가 여행의 기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강릉 교동에서 만난 스테이가 그랬다. 푸른 바다와

공간의 기억과 건축의 변주 - 도모헌

2025-03-24T14:08:45Z

기억을 산책하는 공간 대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한 채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기와를 얹은 지붕, 차분하게 자리 잡은 마당, 오래된 돌담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풍경의 모습은 오랜 시간 닫혀 있던 관사가 이제는 열린 공간이 되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새로운 이름도 생겼다. 도모헌(圖謀軒),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새로운 부산의 모습을 도모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미술관 - 솔올미술관(강릉 시립미술관 솔올)

2025-03-11T12:55:19Z

00 빛과 그림자를 따라서 매년 여름과 겨울이 되면 강릉을 찾아간다. 여름에는 짙푸른 바다와 서늘한 솔숲이 반겨주고 겨울에는 거친 파도와 싸한 공기가 묘한 쓸쓸함이 주는 분위기를 즐기며 산책도 하고 사색에 빠져도 본다. 그렇게 돌아오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다시 그 기분이 잊힐 때쯤 강릉을 찾아 산책을 하고 사색에 빠지는

경사지를 따라 지어진 미술관 -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2025-03-22T13:51:42Z

00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 예술 작품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로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한 점의 그림, 한 편의 조각,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실험, 그리고 작가의 개인의 경험과 시대적 배경이 켜켜이 쌓여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최종적인 형태이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 담긴 흔적들은 쉽게 잊힌다.

서랍처럼 쌓이는 기억의 건축 - 김근태 기념도서관

2025-03-03T06:50:21Z

김근태도서관을 처음 찾은 건 작년 여름, 그날은 유독 장대비가 쏟아졌다. 빗물이 차창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은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을 통한다. 등산객을 위한 상점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고 반대편에는 빽빽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길목 끝에 다다르면 보이는 건물은 도시와 자연이

지도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 - 코레도 프로젝트

2025-02-28T13:00:10Z

니혼바시 지도에서 시작된 이야기 니혼바시다리를 건너 미쓰코시백화점을 둘러보고 미쓰이 기념 미술관도 관람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지역 일대를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지도 안내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대의 주요 건축물과 거리의 배치가 자연스럽게 미쓰이 그룹의 발자취를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도시의 본질에 대한 질문 - 니혼바시 미쓰이 타워

2025-02-27T18:14:53Z

니혼바시 미쓰코시 백화점을 지나면 20세기 미국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웅장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후한 기둥과 균형 잡힌 파사드에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위엄이 느껴지는 이 건물은 바로 구(舊) 미쓰이 본관이다. 일본 근대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건물은 단순한 기업 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자체로 니혼바시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

시간을 품은 건축, 기억을 잇는 공간 - 미쓰코시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

2025-02-26T05:02:06Z

에도 시대부터 현대 도쿄까지. 니혼바시는 도시의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 때로는 전통을 지키며 때로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며 그 흐름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풍경 한가운데 변화를 관통하며 시간을 품어온 건축물이 있다. 바로 미쓰코시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이다. 니혼바시다리를 건너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이 건물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다. 일본 근

일본 도쿄의 시작점 - 니혼바시 다리(제로마일스톤)

2025-02-26T05:02:29Z

니혼바시 지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장소가 있다.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간다강의 지류, 니혼바시강 위에 놓인 니혼바시 다리다. 에도 시대인 1603년에 건설된 이 다리는 일본의 육로와 해로가 만나는 핵심 지점이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동경(현재의 도쿄)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이 이곳을 거쳐 가게 되었고 니혼바시는 자연스럽게 ‘기도(起道)’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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