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행복: 의심의 심연, 비약의 용기.. 사랑 - 부활 묵상 02

2025-04-27T08:15:39Z

오늘 복음은 유명한 성서의 한 장면이다. 부활한 예수를 만난 제자들이 토마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을 때, 그는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아니하리라”고 답한다. 그리고 며칠 뒤, 제자들이 다시 모인 자리에 예수가 나타나 토마스에게 손과 옆구리를 내어 보이며 말한다. “네

[쓰기] 복제와 구현 사이: 글쓰기의 자기 인증 - 흉내에서 자기 구현으로의 노력

2025-04-28T03:37:29Z

늘 그렇듯이, 혹은 어쩌면 늘 그랬던 것보다 조금 더 깊어진 심드렁함으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고 이런저런 궁리들을 끌어안고 있던 차였다. 그때, 우연치 않게 중고 서점으로 제법 소문난 곳에서 글쓰기 플랫폼을 새로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낡은 책 냄새와 수많은 손때 묻은 활자들이 머물던 공간에서, 반짝이는 디지털의 글터가 솟아난다는 이야기. 그 이질적이면서

목련, 그리고 회귀(回歸) - 부활 묵상 01

2025-04-23T02:15:51Z

올해도 목련 한송이 눈에 담지 못했다. 모자라고 부족한 두 눈에 목련조차 담기지 않았다. 서두름 없는 그날 목련은 다시 돌아오겠지.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겠노라 다짐한다. 뜬금없지만 날은 참 얄궂은데 봄날 꽃은 활짝 들 피었다. 꽃구경 나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한편, 이제 동반자가 되어 버린 무기력으로 가라앉은 몸둥이과 설명되기 힘든 아련함으로 그저 액정

아! 프란치스코 -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2025-04-21T11:10:54Z

희망을 생생하게 간직하십시오.지평선에는 늘 빛이 있습니다.- <나의 인생>, 프란치스코 교황 -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립니다.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의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와 상징이 담겨 있었다. 빈자의 목자, 프란치스코를 기억하며 살기로.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 대한 봉헌 : 2013년 3월 13일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환상, 감춰진 불편한 진실 -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사업자'일까?

2025-04-21T12:43:03Z

프로페셔널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끔 들려오는, 어찌 보면 달콤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가 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 마치 선수의 모든 가치가 오직 경기장 위에서의 퍼포먼스에만 달려 있는 것처럼 들리는 이 말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외면하는 안이한 환상에 불과하다. 그들이 스스로를, 혹은 누군가 그들을 "개인사업자"

[짓기] 텅 빈 무덤이 우리에게 하는 말 - [부활 묵상] 부서짐에서 다시 엮어 내는 서사

2025-04-22T02:48:13Z

깊은 밤의 장막이 성당을 삼킨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빛이 차단된, 원초적 고요만이 가득한 시간. 부활 성야 미사의 시작은 이렇듯 완전한 부재(不在)로부터 출발한다. 제대는 비어 있고, 성물들은 덮여 있으며, 어떠한 불빛도 허용되지 않는다. 마치 태초 이전의 혼돈, 혹은 모든 생명이 멈춰 선 무덤 속과 같은 정적만이 공간을 채운다. 사람들은 이 어둠 속,

침묵의 겨울, 품에 안을 용기 - 영화 &카지노 게임 추천;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파고든 작은 질문

2025-04-20T16:55:36Z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이 품고 있는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단호한 울림은, 영화가 펼쳐 보이는 차가운 아일랜드의 겨울 풍경 속으로 우리를 조용히 잡아끈다. 클레어 키건의 간결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85년, 가톨릭 교회의 권위가 여전히 깊숙이 스며 있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삼는다. 영화는 그곳에서 주인공 빌 펄롱(킬리언 머피)을 따

그는 종소리보다 먼저 죽었다 - 사순 묵상 17

2025-04-18T02:59:18Z

— 성금요일의 침묵 속에서, 혹은 고통이라는 실존의 무게 성금요일, 그 침묵은 단순한 소거가 아니다. 그것은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덩어리처럼 응축된, 시간의 밀도이자 고통의 무게다. 주님의 죽음이 선언되는 그 순간, 성당의 공기는 일제히 숨을 멈춘다. 사제의 마지막 기도와 함께 천장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오르간의 마지막 굉음은, 마치 우주의 균열을

"여러분은 모두 나를 버립니다" - 사순 묵상 16

2025-04-17T01:33:26Z

- 빠스카 성삼일 중 성목요일, 주의 만찬 기념 오늘은 부활전 예수의 수난기일의 절정 빠스카 성삼일의 첫 날인 성목요일이다. 성목요일에는 '최후의 만찬'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예수의 고난전 마지막 식사의 장면을 복음으로 전한다. 가톨릭의 성찬예절의 원형인 식사의 장면과 그 이전 제자의 발을 닦는 '세족례'가 전례의 중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삼일 중 그

야구공의 달라진 궤적, 변화의 징후 - 2024-2025 KBO 리그를 횡단하며

2025-04-15T15:36:29Z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한 시대의 열정과 환희, 때로는 씁쓸한 패배감마저 아로새기는 거대한 서사극과 같다. 2024년, 천만 관중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가 증명하듯, 리그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빛나는 흥행의 이면에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라는 낯선 손님과 팬층 세대교체라는 무형의 미지수가 드리워지며, 익숙

겟세마네의 밤, 인간 예수의 저항 - 사순 묵상 15

2025-04-17T08:31:34Z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루카 복음 22장 42절) 성스러운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는 성지주일, 예루살렘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드는 군중의 환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예수를 예언자로, 메시아로, 혹은 단순한 선동가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닷새

무너진 세계 속, 희미한 생환의 몸짓 - [리뷰] 영화 &카지노 게임 추천;터널 (2016)>

2025-04-15T00:14:34Z

애써 붙잡은 희망의 감촉마저 희미해져 갈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붕괴된 터널, 그 좁고 어두운 공간에 홀로 남겨진 자동차 영업사원 정수의 이야기는 단순한 재난극의 외피를 쓰고 우리에게 끈질긴 질문을 던진다. 하정우라는 걸출한 배우의 절박한 연기는, 스크린 너머의 관객마저 질식할 듯한 고립감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에 매달려

[짓기] 느림의 반격, 인간다움을 위한 퇴각 - '후퇴학'이 말하는 느림과 멈춤의 의미

2025-04-13T05:08:19Z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약간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보면 놀랄만큼 빛이 바래보이는 거야.-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후퇴학: 멈춤의 철학, 느림의 미학 후퇴학은 단순히 과거로 물러서는 퇴보주의가 아니라, 현대

돌을 들기 전에- 용서의 자리, 질문의 무게 - 사순 묵상 14

2025-04-08T08:26:11Z

용서(容恕):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 ‘용서’의 사전적 의미는 꾸짖지도, 벌하지도 아니한 채 그저 덮어주는 것이라 한다. 마치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용서와는 거리가 있다. 가벼운 처벌이나 꾸짖음조차도 용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

한국 야구의 문제는 구속일까? 설마 - 한국 프로야구의 산업 취약성

2025-04-07T06:00:32Z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본래 의미는 하부구조·하부조직 등의 일반적 용어다. 오늘날에는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시설·제도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동력·에너지 관계시설, 도로·수로·공항·항만·전신·전화 등의 교통·통신시설, 상하수도·관개·배수시설 등은 고유의, 즉 좁은 뜻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성한다. 학교·박물관 등의 교육·문화시설,

[읽기] 2025년 헌법재판소는 진보했나? 퇴보했나? - 결정문으로 보는 탄핵 심판의 퇴행성

2025-04-06T01:32:20Z

잔칫날에 딴지 같은 이야기지만 질문을 던지지 않는 공론은 또 다른 독단을 잉태할 뿐이라는 생각에 2025.4.4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을 살펴 보았다. 1. 우선 결정문의 문장이 아름다웠다는 찬사가 넘친다. 쉬운 말을 사용해 언어에 의한 장벽을 없앴다는 찬사다. 그래서 이번 결정문이 특별히 다른가의 비교를 위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문을 열

그런 날에는, 오늘 - 역사의 날

2025-04-03T22:44:32Z

햇살이 아프도록 따가운 날에는비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날에는휘날리는 깃발처럼 기쁜 날에는떠나가는 기차처럼 서글픈 날에는난 거기에 가지 파란하늘이 열린곳태양이 기우는 저 언덕 너머로난 거기에 가지 초록색 웃음을 찾아내 가슴 속까지 깨끗한 바람이 불게-길고긴 겨울밤 그대의 한숨오늘따라 창밖엔 아침이 더디오네복잡한 이 마음을 텅비울수 있다면

제주 4.3 기억일,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 - [리뷰] 영화 &카지노 게임 추천;지슬>

2025-04-03T22:19:13Z

1948년 11월, 제주 섬사람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디서부터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산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은 곧 돌아갈 생각으로 따뜻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장가갈 걱정,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 등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해부된 진실과 다층적 정체성의 미로 - [리뷰] 영화 &카지노 게임 추천;추락의 해부>

2025-04-03T00:37:32Z

진실은 사실의 조각 모음이 아니다 사고가 사건이 될 때 진실은 조각 조각 파편이 된 채로 마주하곤 한다. 사고는 복구라는 처리 과정으로 마무리되지만 사건은 완전 복구될 수 없는 해석으로 남는다. 이 해석의 과정은 사실들로 조각난 진실의 증거를 모아 서로 꿰어 맞추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맞추어진 사실의 모음은 완벽한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이런 태생

[짓기] '지브리 풍으로 그려줘'는 문제없을까? - 지브리 이미지 생성 붐과 AI 윤리

2025-04-02T10:49:00Z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이 유행 뒤 논쟁에 휩싸인 듯하다. 바로 IP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를 두고 각자의 방석에서 해석이 요란하다. 율사들의 법리적 해석은 '문제없다'로 기울어졌는데, 이 뭉뚱 거린 '문제없음'이 사실 불편하다. 현행 법에 따른 법, 규제의 위반소지가 없다는 사실이 스타일과 아이디어가 보호되지 않는 현실이 문제없음으로 귀결되게

박 스테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