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변수 - 애순이

2025-04-08T13:07:25Z

나는 유행에 둔감하다. tv를 잘 보지 않아 드라마 이야기에 끼기가 어렵고 노래는 20년도 더 된 옛날 노래에 아들들이 추천하는 곡들을 저장해 듣는 것만 듣는다. 패션도 나름 좋아하는 스타일을 유지하며 늘 비슷한 것들의 반복이다. 변화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즐기는 것들에 큰 불만이나 불편함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아름다운 구속 - 필살기

2025-04-05T13:32:55Z

밤 11시가 다가온다. 아직 나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 하루 일기를 쓰고 꾸역꾸역 책을 읽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직장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단 몇 장이라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학기 초 업무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침대에 철퍼덕 퍼진다. 나의 무기력에 직장일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

하루 쓰기 - 계획은 적을수록 실천율이 높다.

2025-03-24T14:23:48Z

여고시절 나는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했다.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희열에 빠졌다. 형형색색의 필기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밑줄 긋고 라디오에서 들은 좋은 글을 덧붙이는 즐거움도 있었다. 좋아하는 서태지 사진도 오려 붙이고 친구와 교환한 우정 편지를 끼워 넣는 낭만도 빠지지 않았다. 그토록 지겹던 야자시간의 낙이었고 피해 갈 수 없는 시간

방아쇠를 당겼다. - 무기력 탈출기

2025-03-17T23:22:31Z

띠디디디. 띠디디디. 알람은 끊임없이 울렸다. 5시 30분부터 5분 단위로 나를 침대 밖으로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춥네. 날이 흐리네. 미세먼지가 많아. 아직 어두워. 백만 가지 이유를 둘러대며 나를 침대에 다시 묶었다. 6시 28분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저리고 손가락이 펴지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운동에

프롤로그 - 아무것도 아닌 일

2025-03-16T12:47:14Z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말한다. 나도 그랬다. 좀 더 살아보니 잔바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 시간도 별것 아니었다고 느낄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뜨겁고, 차갑고, 가볍고, 무겁고, 슬프고, 행복하고… 감정이 사라졌다. 그저 그렇다.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별 아저씨 - 빛나는 우리

2025-03-03T12:42:54Z

도시에서 별을 보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별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곤 한다. 저 별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득히 먼 하늘 별 씨앗을 가꾸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묵묵히 씨앗을 뿌리고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 그리고 은하수를 듬뿍 뿌려준 후 어둠을 끌어당긴다. 어둠을 끌어당겨야 별이 싹을 틔울 수 있기도 하지만, 별이 싹을 틔웠을 때 더 빛나려면 어둠도 필

복 과부 순자 씨 - 좋알람 1

2025-03-05T08:44:12Z

떠난 자의 시간은 멈추어 있지만 산 자들의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계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의 섭리를 그를 수 없으니 말이다. 춘길 씨를 보내고 우리는 마음 한편에 작은 그의 방을 하나씩 각자의 모습으로 만들고 일상을 이어갔다. 그의 기일이 두 번 지났고 순자 씨는 환갑이 되었다.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제주도를 밟았고 우리 남매는 그녀의 지난

고약한 결점 - 내 눈에 크게 보이는

2025-02-24T20:40:15Z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주 특별한 의사 선생님을 만났어요. 나처럼 결점이 있는 선생님이었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결점은 아주 작아서 눈에 잘 띠지 않았어요.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내 결점과는 모두 달랐어요. "결점은 여러 종류가 있단다. 잘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결점도 있고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거나 잘 읽지 못하게 하는 결점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나의 이야기 그림책 - 마음먹은 고양이

2025-02-23T06:00:52Z

나는 호기심이 많다.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성격 탓에 벌여놓은 일이 많이 늘 시간에 허덕인다. 한동안은 이 일들을 꽤나 열심히 했다. 반면 한 가지 일에 빠지면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과몰입하는 경향도 있다. 최근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점점 해야 할 일을 놓치는 횟수가 잦아졌다. 오늘 지인과 통화하며

복 과부 순자 씨 - 산수

2025-02-17T21:48:13Z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도 없으면서 가을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심한 계절 통을 앓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보고 벤치에 앉았는데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입금 100,000원. 박순자. 농협’ 연달아 순자 씨 전화가 왔다. “뭐하요?” “그냥 있는데. 엄마 돈은 뭐예요?” “생일날 짜장면 사 먹으라고.” “엄마가 무슨 돈이 있다고.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방학 숙제 - 끝 또는 시작

2025-02-15T00:53:21Z

다시 학교에 채용서류를 제출하고 최종합격했다. 감사한 일이다. 오늘로 나의 길 것 같았던 짧은 겨울방학이 끝난다. 새 학년에 배정을 받아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반가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계약직 교원들은 방학을 나름 여유롭게 보내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쉴 틈 없이 열심히 움직인다. 한 학년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고 새 학년

선생님의 방학 숙제 - 무엇을 탓해야 할꼬.

2025-02-13T09:17:10Z

나는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운동이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땀 흘리는 맛에 빠지니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나는 평생 다이어터였으니 운동은 먹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골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다. 주변 지인들 중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 거의

복 과부 순자 씨 - 산 사람은 산다. 2

2025-02-12T13:29:35Z

“커피 마시고 있거라, 나는 고추 씻어서 널어야 한다.”성격이 깔끔한 순자 씨는 따 온 고추를 물에 여러 번 헹궈 불이 빠지게 바구니에 담았다. 마당에 검정 깔개를 쭉 펴더니 정성스레 고추를 널었다.“내가 요새 이 재미에 산다. ‘몸 움직이면 돈이다.’ 생각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 색이 참 예쁘제?” 옆에서 뭘 도와야 할지 몰라 얼쩡거리는 내게 혼잣말

선생님의 방학 숙제 - 앗! 이럴 수가

2025-02-11T11:53:42Z

나는 프리랜서 교사다. 해서 매년, 또는 매 학기 단위로 학교와 계약해야 한다.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서류심사, 면접의 과장을 거쳐 최종 합격해야만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 2024년에 근무했던 학교는 운영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엇보다 담임교사들에게 학교 행정 업무를 주지 않는다. 교사로저는 최고의 근무 조건이다. 그리고 지난해 마루반 사랑이

나의 이야기, 그림책 - 미미의 스웨터

2025-02-10T22:56:54Z

하... 어디부터 시작하지? 시간을 내어 대대적인 옷장 정리를 하려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는 옷이 많다. 정말 많다. 오죽하면 옷 사 입으려고 돈 버냐는 핀잔을 들었을 정도다. 핑계를 대자면 나는 못난이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우울감을 소비로 달랬다. 예쁜 옷을 마음껏 입기 위해 평생 다이어트와 운동을 쉬지 않았다. 남들에게 돋보이고 싶은 내 안의 욕

선생님의 방학 숙제 - 새로운 인연

2025-02-10T22:57:26Z

글 쓰기와 책 읽기를 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혼자 하는 것보다 동기부여가 되고 다양한 글과 책을 접할 수 있으니 사고의 확장고 더불어 더 많은 쓰기 소재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진지하게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라인 글 쓰기 모임 '같이 써요, 책'이 있다. 인증글을 올리

복 과부 순자 씨 - 산 사람은 산다.

2025-02-09T01:02:17Z

순자 씨는 마을 사람들과 사귀면서 무료한 시간이 줄었고, 고추 농사만 지은 게 아니라 자기가 쓸 수 있는 땅을 가꾸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란 날, 내 차가 작은 길로 들어서자, 우리 개 백구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짖었다. 사철나무는 가지런히 다듬어져 정갈했고, 마당 과실수들은 실한 열매가 달려 있었다. 현관문 앞에는 색색

선생님의 방학 숙제 - 잡초 뽑기

2025-02-07T23:50:03Z

연재를 시작하면서 내가 방학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솔직히 가장 시급한 것은 엉망이 되어버린 내 집 살림살이를 장리 하는 것이다. 나는 청소를 싫어하고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집안 꼴이... 주말이면 남편이 와서 대청소를 하고 가지만 묵혀둔 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학이 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정리에

선생님의 방학 숙제 - 좋았으면 되었다.

2025-02-07T10:00:55Z

그림책 작가를 꿈꾸며 그림을 배운 지 만 3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특히 인물묘사를 하지 못해 주로 풍경이나 추상화를 그린다. 순수하게 창작하는 것이 어려워 아직도 모작을 한다. 나는 성격이 급해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바로 나지 않는 일을 쉬 포기한다. 그림 그리기는 포기되지 않는다. 내가 보기로

복 과부 순자 씨 - 이웃2

2025-02-05T04:44:44Z

이른 저녁을 먹은 순자 씨는 도랑 걱정에 마음이 불안해 미영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순자야, 우리 집으로 넘어온나. 혹시 집에 물이 차면 어쩔 거고.”“내가 너그 집 가 있는 동안 집에 물이 차면 우짜긋노. 일단은 좀 더 지켜보다가 다시 전화할게.” 순자 씨의 걱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심한 비는 계속 퍼부었다. 신경을 돌려보려 순자 씨는 TV 리모컨

정말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