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지만 무모하지 않다 - 나방

2025-05-08T12:57:11Z

내가 어린 시절에는 나방을 손으로 절대 잡지 않았다. 날개에서 떨어지는 비늘가루가 눈을 멀게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이 경고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기뿐 아니라 나방이 실내로 들어오면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것으로 두들겨 잡고 쓸어낸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나방은 귀찮고 위험한 존재였다. 혐오스러움까지 더한 나방의 존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여

반전의 반전 - 나비

2025-05-06T04:29:39Z

벌레는 혐오의 대상이다. 이때 가장 큰 혐오의 상징은 기어다닌다는 점이다. 그런데 곤충 중 '나비'는 벌레라는 인식이 매우 낮다. 애벌레일 때는 기어다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의 성충 나비가 되면 거의 기어다니지 않는다. 이동의 99% 이상을 날아다닌다. 덕분에 나비는 혐오보다 부드러운 발음과 아름다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예술이나 문학,

우리가 사라지면 너희가 위험해 - 벌

2025-04-29T01:57:55Z

까마득한 어린 시절 곤충 벌과의 첫 인연. 그날의 기억은 ‘매우 아픔’이었다. 벌 한 마리가 우리 집 안으로 날아든 게 사건의 시작이다. 벌은 초가지붕을 떠받치던 기둥의 동그랗게 뚫린 구멍으로 숨어 들었다. 얼떨결에 ‘이제 넌 잡혔어’라는 어리숙한 마음으로 구멍을 손으로 막았다. 잠시 후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나뒹굴었다. 막았던 내 손바닥에 벌이 침을 쏜

뜨거운 찰나를 위하여 - 하루살이

2025-04-21T10:03:58Z

“무화과(無花果)’는 진짜 꽃이 없을까?”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만 살고 죽을까?” 무화과나무와 곤충 하루살이는 독특하게도 그 이름에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근거가 있어 정했겠지만, 그 내용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틀렸다. 무화과는 꽃이 있는데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한 하루살이의 하루도 전 생애 중

비상(飛上), 준비된 우연 - 무당벌레

2025-04-16T23:16:56Z

우리 집 베란다 화초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콩 반쪽처럼 생긴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가 방문한 이유는 단순하다. 먹이를 찾아온 것이다. 그의 활동을 유심히 바라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쿵쿵 쨍쨍 둥둥” 어디선가 징과 꽹과리 장구 소리가 들렸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가끔 듣던 그 요란한 소리의 출처는

날개가 두 쌍이요 다리가 세 쌍이라 - 프롤로그

2025-04-03T20:25:02Z

삼백만 초(秒)의 휴재 시간이 지났다. 지난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여정 후 일시 멈춤의 시간이었다. 다시 자연의 글을 이어가려고 새봄을 기다렸다. 완연한 봄이 되기까지는 진통이 있었다. 서둘러 피었던 목련꽃이 꽃샘추위로 얼어버렸다. 그래도 봄은 왔다. 부지런한 곤충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 미물(微物)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담은 자연의 이야

헌봄은 지나가고 새봄이다 - 에필로그

2025-03-06T23:37:47Z

새봄이 온다. 매년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지나간 헌봄이 아니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느낌으로 찾아오는 새봄이다. 24절기 중 하나인 입춘(立春)은 2월 초에 있다. 겨우내 혹한을 견뎌내고 움츠린 마음에 희망을 알리는 반가운 날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느끼는 봄의 기운은 역시 새싹이다. 새싹이 돋아나야 만물이 서서히 움직이는 진짜 새봄이 온 것이다.

나의 처세술 - 아빠와 딸

2025-02-23T10:33:44Z

처세술이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주어진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이다.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개인 능력으로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의미는 아니다. 현대인은 처세술을 발휘해 더 많은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요령이나 기회주의적 행동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얼마 전 대학 4학년이던 딸아이가 기업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했다.

나를 바꾸는 방법 -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2025-03-07T22:23:04Z

“나를 바꾸려면 꼭 해야 하는 운동은 무엇일까?” 정답은 ‘마음 돌리기!’다. ‘돌리기’라는 말이 가지는 중의적 해석을 빗댄 수수께끼이다. 그런데 ‘마음 돌리기’는 나를 바꾸는 준비운동 정도였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보다 나아진 자기 모습을 꿈꾼다. 인간의 영원한 희망 사항이다. 어릴 때부터 자존감이 낮았던 나 역시 늘 그런 변화를 기대했

아재개그 DNA - 분위기 Maker

2025-02-12T06:13:37Z

나는 아재개그를 즐긴다. 편안한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이나 주변 상황에 맞는 즉흥적인 것을 특히 좋아한다. 이를 듣는 지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제발 그만두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하고, 너무 재밌어 외워서 써먹겠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나중에 만나면 외운 걸 까먹어 못써 먹었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음은 나의 아재

추위 사냥 - 공공의 적

2025-02-02T23:49:02Z

다른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하려면 좋은 주제를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말을 해도 문제 되지 않는 얘깃거리가 있다. 날씨 이야기다. 더위와 추위는 ‘공공의 적’이라 이를 탓해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변덕스러움을 비난하며 서로 건강을 걱정해 주면, 친근감이 더 생긴다. 이상기후의 여파로 날씨 변화가 심각한 오늘날과 달리 예전

세뱃돈 스토리 - 능력자가 되기를

2025-02-12T05:23:49Z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1924년 윤극영이 지은 창작동요 ‘설날’이다. 어릴 때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다림의 가장 큰 이유는 세뱃돈이다. 용돈이 뭔지 모르던 그 시절에 어른에게 받아 쓸 수 있는 유일한 현금이었다. 설날 아이가 어른에게 드리는 세배

세 가지 질문 - 풍요로운 글쓰기

2025-01-22T02:24:24Z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세 가지 질문>은 인간 삶의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 담겨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세 가지를 묻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결하다. ‘지금’,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것’이다. 톨스

이래서 세대 차이 - 결핍유전자

2025-01-11T10:35:39Z

아내에게 잔소리 듣는 나의 관용어가 있다. 무심코 사용하면 바로 지적하며 ‘인제 그 말은 그만하시지요’라고 한다. ‘실컷’이라는 부사이다. 이 말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낱말이지만 문장 안에 들어가면 의미가 달라진다. ‘맛있게 실컷 먹어야지’ ‘실컷 놀자’ 등이다. ‘실컷’은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자주 사용한다. 이전에는 뭔가 부족해서 제대로 못 먹었다는

자상한 사람이 되는 법 - 예령(豫令), 동령(動令)

2025-01-09T03:08:15Z

“열중~ 쉬어~” 군대에서 상급 지휘자가 부대원에게 내리는 구령이다. 여기서 ‘열중’은 준비를 암시하는 예령(豫令)이고, ‘쉬어’는 실제 움직임을 지시하는 동령(動令)이다. 내가 겪은 군 생활의 경험 중 가장 지혜롭다고 인식한 게 예령과 동령이었다. 만약 ‘열중쉬어’를 예령과 동령의 구분 없이 지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전달되어 당황

인간 내비게이션 - 10원에 안 돼요?

2025-01-01T14:23:33Z

어린 시절 서울의 초등학생 버스 요금은 10원이었다. 시내버스는 일반버스 외에 노선이 같은 좌석버스가 있었는데 요금이 2배로 비쌌다. 당시 통학생은 대부분 중고생이었으며 초등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잦은 이사를 해야 했던 나는 2학년 때부터 통학생이었다. 유난히 차 타는 게 즐거웠다. 거리의 분위기나 다른 동네 모습 등 차창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 적반하장(賊反荷杖)

2024-12-22T06:38:30Z

이틀 동안 힘든 출장이었다. 경남 진주에서 꽉 찬 일정을 마치고 대전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막차였는데도 만석이었고 예매한 좌석은 복도 쪽이었다. 창가 쪽 옆자리는 먼저 탄 남자가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술 냄새가 심했다. 출발시간이 되어 서둘러 안전벨트를 찾았다. 벨트는 좌석 오른쪽에 있는 고리를 왼쪽으로 당겨 끼우면 되는데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짜장면 배달이 뭐길래 - 도시와 시골(Ⅱ)

2025-01-02T14:41:18Z

농담으로 시작된 분위기가 타인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전 대학에서 강의하던 날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취업과 평생 직업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송충이는 솔잎을,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산다’라는 비유가 나왔다. 그때 무심코 던진 엉뚱한 질문이 빌미였다. “뽕나무 열매를 뭐라고 하는지 아는 친구 있나요?”

촌놈 - 도시와 시골(Ⅰ)

2025-01-08T23:21:52Z

기존의 세련됨보다 사회적 평가가 낮을 때 쓰는 말이 있다. ‘촌스럽다 또는 촌티 난다.’이다. 시골[촌村]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유래했다.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놈[자者]’도 ‘도시놈’이라는 말은 없어도 시골 사람을 비하하는 ‘촌놈’은 있다. 옛날부터 도시 진입은 영전이고 시골로 가는 경우는 좌천이라고 표현하는 뿌리 깊은 관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소고기 맛이 달라진 이유

2024-12-01T23:14:27Z

지인의 소개로 한 단체에 가입했다. 회원 간 친목 도모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회원 중에는 개인적 욕심이 있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래도 생활의 활력과 보람을 느끼는 단체였다. 10월의 공휴일. 서해 안면도에서 모임 야유회가 있던 날이다. 30여 명의 회원이 전세버스를 타고 여행한 그날에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화창한 가을날 오랜만의 나

서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