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져도 상관 없나요? - 아니요

2025-04-25T15:58:49Z

즐거운 영어 게임 시간이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참여하는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정이와 채원이를 불러 냈고 스타트 라인에 세웠다. 매번 게임 전 채원이는 나와 자기의 게임 짝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이기고 지는 건 안 중요해요." "아정아 그치? 이기는 거 하나도 안 중요 하지?" 하지만 채원이는 언제나 간절히 이기기를 바라는 친구이다.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네 - 실패한 영앤리치

2025-04-23T14:21:37Z

애 업은 엄마가 증권사에 와 사는 주식 종목은 팔아라 라는 말이 있다. 동네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주식을 사는 무지한 사람들에 대한 경고 같은 말이다. 그런데 뭐 기분 나쁠 것도 없다. 내가 그 애 업은 엄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진실이고 하나는 거짓이다. 무슨 주식이 좋다더라 한마디에 홀린 듯 그 주식을 사는 사람이 15년 전 바로 이 몸이었

아들이 매를 버는 방법 - 등짝이 안 남아나는 사랑스러운 아들들

2025-04-21T14:51:24Z

아주 오래전 임신을 하고 아이의 태아 보험을 가입할 때였다. 태중 아이는 지금의 큰아들이었고 보험료가 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쌌다. 나도 그랬지만 그 이유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아들은 충동적이고 도전적인 경향이 딸 보다 높다고 한다. 호르몬이 이렇게 무섭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아들이 딸 보다 많이 다친다.

메멘토 모리 - 고독사 vs 화병

2025-04-15T11:30:33Z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이 철학적 한 마디의 유래는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어깨 뽕을 잔뜩 넣고 개선장군 납시오를 하던 중이었다. 그것을 지켜본 노예 한 명이 눈꼴이 사나웠는지 "메멘토 모리"를 그에게 속삭이며 우쭐대지 말고 오만 방자하지 말라고 가스라이팅 비슷한 것을 했다고

사람도 개도 즐거운 봄 소풍 - 크림이 잘 지내고 있어요.

2025-04-13T12:35:20Z

강아지 소풍을 빙자한 사람 소풍을 다녀왔다.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로 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개를 매개로 친분을 쌓게 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봄소풍을 가기로 했고 미리 날짜를 정했다. 시간이 되는 견주들이 모여 늘 가는 곳이 아닌 사설 애견 운동장을 빌렸다. 세 시간의 짧은 소풍이었다. 하지만 수육도 등장했고 식혜, 과일 기타 등등 없는 게

셀프 염색의 폐해 - 흰머리

2025-04-11T07:40:02Z

그러니까 흰머리가 이렇게 많은 이유에 내 지분은 단 0.1프로도 들어 있지 않다. 단지 나는 아빠를 닮은 거고 아빠 역시 원치 않은 흰머리와 20대 초반부터 조우했고 그때부터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선을 보러 온 아빠의 하얀 피부와 새까만 머리카락이 좋았다고 했지만 그 검은 머리카락은 사기였다. 엄마는 그 후로 여태껏 아빠 머리카락에 염색약을 발라

휴화산 같은 눈 - 마무리

2025-04-06T02:03:58Z

세 번의 유리체 출혈 후 망막은 활동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이 잠시 쉬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유턴 시 우측면 충돌로 인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자동차 두대가 T자로 뽀뽀를 했다. 이 사고 후 원인 모를 좌측 안통이 찾아왔다. 또 왼쪽이었다. 망막과 안구 통증은 별 관계가 없다. 처음 망막 박리를 진단받을 당시 역시 어떤

커피 세잔 디저트 세개

2025-04-03T14:53:52Z

그날 남편이 내게 처음 보낸 사진에는 먹음직 스러운 회가 있었다. 그리고 내게 두번째로 보낸 사진은 이슬이란 다소 역설적인 이름의 초록색 매끈한 병들이 즐비한 사진이었다. 남편은 친구와 볼일을 보러 갔다 또다른 친구를 만나 회동 중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절친들이다. 반백살 그들은 투명한 한잔에 가장의 고충을 토로 했을 것이며 또 한잔에 사회에서 밟히고

학교 총회 참석 - 3월 마지막 행사

2025-04-20T02:04:15Z

우리 부부는 아들의 유치원과 학교 일이라면 쇼윈도가 될지언정 참석했다. 첫 아이였기에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중학교 입학 후 사춘기가 온 아들은 질풍노도를 곁들인 살벌한 눈빛으로 껄렁이 흉내를 내다 쓴 맛을 본 후 차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끝나긴 하나요?" 끝이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 앞을 걸어가듯 답답하던 그 시절. 사춘기가 끝이 있

최후의 카드 - 방법이 있다.

2025-03-29T03:43:22Z

망막박리 진단을 받고 나는 수십 개의 궁금한 점을 의사에게 물어봤었다. 이 생소한 병명에 불안한 마음이 더해져 같은 질문을 뉘앙스만 달리해 묻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질문은 망막이 당겨지는 건 언제쯤 멈추나요? 였다. 의사의 대답은 유리체가 없어지면 멈춥니다. 유리체는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눈 안을 메우고 있는 젤리 형태의 액체이다. 나이가 들면서

폐차차차 새차차차 - 사고 후

2025-03-28T22:06:38Z

/@salsa77/434 폐차를 위해 공업사에 도착했다. 십 년을 함께 한 자동차와의 아름답지 않은 이별에 울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왠 짐이 그렇게나 많은지 차에 실린 십 년 묵은 짐들을 빼느라 적잖이 힘들었다. 또 찌그러진 문 때문에 찌그러진 수납장이 열리지 않아 애를 먹고 나니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반복되는 출혈 - 와 그라노 니 또 와 그라노

2025-03-22T14:27:08Z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눈 속의 사건과는 별개로 걷고 보고 먹으며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집 근처 다니던 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벗겨진 망막이 움직이며 혈관을 건드려 약한 혈관이 터졌기 때문에 출혈이 생겼다. 일본 의사가 말한 것과 같은 결과였다. 유리체 출혈이었다. 피가 자연적으로 흡수되면 시야가 회복될 것이라 했다. 실제로 하루

'아보하'가 그리운 며칠 - 놀람주의

2025-03-21T19:50:07Z

주 1회 이상은 매거진에 글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이번 주는 건너뛸까 하다 기록해 본다. 반갑지도 달갑지도 않은 일이 있었다. 만나야 될 사람은 언젠가 만나고 피할 수 없는 일은 정해진 대로 일어나는 것일까? 남편과 함께 테니스 레슨이 있는 날이었다. 남편의 퇴근이 늦어졌고 레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남편을 데리러 나갔다.

드라마 같은 여행 - 이 드라마는 그 드라마가 아녜요

2025-03-15T09:14:25Z

고맙게도 구급 대원들은 내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라 안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 찾기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한참 후 구급 대원은 진료 가능한 종합 병원이 있다며 말을 걸어왔다. 갈 때는 구급차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올 때는 알아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까지의 거리가 차로 1시간이라고 돌아올

아들의 커플링 - 금값이 금값이라

2025-03-13T03:28:26Z

스케줄이 변경되며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십 년 넘게 달려오다 올해는 주중 하루 정도는 나만의 시간이 생길 것도 같다. 날이 풀린 탓에 식사 후 식곤증이 몰려왔다. 날씨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잠시 걸을 겸 밖으로 나갔지만 머릿속에는 반지 생각뿐이었다. "반지" 아들 방 청소를 하다 아들의 인생 네 컷 사진을 보았다. 아들 옆에 아들의 여자 친

딸기가 졸여지는 계절 - 언제나 달콤한 이름

2025-03-12T11:33:29Z

지금이야 하우스가 있어 돈 있고 마음 있으면 사시사철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아니었다. 내 기억으로는 살짝 더워질 무렵 딸기가 맛있게 간식으로 내어지곤 했다. 나는 빨간 딸기 노란 참외 같이 여름이 오기 전에 나오는 과일을 좋아한다. 엄마는 딸기를 깨끗하게 씻어 꼭지까지 따서 내게 내어 주었다. 나는 그 당시 인기 있던 가요 프로가 시작할

안 봐도 될 것을 본 날이 하필 - 블랙 잉크

2025-03-09T01:15:00Z

사춘기 두 아들을 데리고 오사카로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음~~ 이미 패를 다 까버린 것 같네요.) 하필 가는 날이 장날도 아닌데 365일이나 되는 많고 많은 날 중에 왜 그날이었는지... 삶 속에서 우연이라는 명사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참 대단하다. 다들 알다시피 직장인에게 여행이란 일주일 전부터 설렘 못지않게 업무 증가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묘

매운 짬뽕 먹으며 영화 보기 - 특별한 날 이벤트

2025-03-06T16:22:04Z

오늘을 나 혼자서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쉬운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일 하나를 해 볼 참이었다. 특별한 날이니 특별해야 했다. 나는 매운 걸 잘 못 먹는 슈퍼 맵질이지만 매운 짬뽕을 주문했다. 그것도 오전 10시 30분에... 나도 한 때는 맵부심을 부리며 홍초 불닭을 아무렇지 않게 먹던 허세 절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은 통증에 무뎌지기를 거부

안 다정다감한 남편과 다정다감한 아들 - 비교 체험 중

2025-03-03T22:51:30Z

남편이 다정한 사람이 아닌 것은 연애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꽁냥꽁냥 이런 건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간질간질 한 건 질색 팔색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오랜 연애 기간 동안 봐 온 것보다 더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부산 바다의 거친 바람이 몸에 밴 듯한 남편은 어느 개그맨의 대사였던 "내 아를 낳도." 보다 한

내게만 보이는 것들 - 현실 공포

2025-03-04T04:42:38Z

"경미야 저거 보여?" "뭐? 뭐 있어?" "저기 눈앞에 말이야.. 도넛 같기도 하고 뭉글뭉글 돌아다니잖아. 너는 안 보여?" "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상해 동그란 것도 있고 검은 커피 가루 같은 것도 있고 뭔가 자꾸 보여." "지우 너 무섭게 왜 그래? 공포 영화 많이 보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야?" 밝은 낮이나 흰색의 배경에서 더

송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