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고 싶었던 여자 - [북리뷰] 채식주의자

2025-04-25T23:38:22Z

고기의 강요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냉장고 속 고기를 다 꺼내서 버린다. 이상한 꿈을 꾸고 난 이후 그녀는 달라진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달걀이나 우유조차 입에 대지도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육식의 강요는 은밀하고 집요해서 더욱 폭력적이고 채식주의를 지켜나가는 그녀의 행동은 차라리 조용하고 단호하다. 남편 직장 상사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그

아들들이 사는 나라 -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서

2025-04-22T11:08:26Z

자퇴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1주일 만에 아들이 한 말이다. '엥? 뭐라고?'처음엔 당황했지만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유를 묻는다. 학교가 힘들단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힘들고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생각이 멈춘다. 그럴 수 있다. 당연한 것에 반기를 들고 해야 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는 시기, 사춘기란 그런 것

하루 네 번 산책하는 여자 - 중년의 진로수업

2025-04-19T12:40:20Z

첫 번째 산책 아침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여린 잎과 하늘하늘 꽃잎이 보이기 시작하면 무엇에 이끌린 듯 하차벨을 누르고 냉큼 내린다. 대책 없이 4~5 정거장이나 먼저 내려서 무작정 걷는다. 걷다 보면 상쾌한 공기만큼이나 내 몸도 점점 가벼워진다. 출근길 무거운 마음은 봄볕에 따스히 녹아내리고 난생처음 꽃을 본 여행자처럼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공

수선화를 아시나요? - 우정의 글쓰기

2025-04-18T11:33:20Z

반복되는 삶 다른 듯 반복되는 계절, 알록달록 꽃피는 이 즈음이면 가슴이 콩닥콩닥 밖으로 나가고만 싶은 소녀 감성이 폭발하고 만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더욱) 이심전심, 마음이 통한 어린 시절, 같은 동네 살던 40년 지기 친구들의 호출. 야. 우리 바람 쐬러 가자. 폭풍 같던 시절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느라 정신없던 30~40대, 어릴 때

봄의 신호 - 어쩌다 마주친 그대

2025-04-20T05:57:52Z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푸릇푸릇 여린 잎이 달리기 시작하면 길가에 성큼성큼 그가 왔다는 신호다. 두꺼운 패딩대신 찰랑거리는 얇은 코트에 손이 가고 빡빡한 털 목도리 대신 하늘하늘한 스카프에 손이 가면 옷장 속에도 나풀나풀 그가 왔다는 신호다. 동네 앞 야채가게 노란색 배춧잎이 들어가고 납작하고 푸룻 한 봄동잎이 나타났다. 한 뭉텅

라라크루 11기 모집합니다. - 라라크루

2025-04-09T06:44:14Z

어느덧 11기입니다. 함께 쓰고 서로 읽고 같이 자라며 익어가는 든든한 동지가 될 거에요. 밥을 먹듯 약을 먹듯 잠시 쉬어가는 일상의 글쓰기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혼자해도 좋지만 함께 하면 더욱 좋아요. 기다릴께요. 11기 글벗님들~^^

대림역 1번칸 대기만 3시간 - 대한민국 교사로 살아남기

2025-04-05T22:26:03Z

오늘은 소풍날 새벽 4시에 눈이 떠진다. 미처 못 들은 연수가 생각나 로그인한다.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를 위한 의무 원격연수'를 7시까지 듣고 시험까지 끝낸다. 갯벌에서, 숙소에서, 화재현장에서, 지진상황에서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한 모든 재해에 아이들을 인솔하는 교사는 현명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 무쇠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도 아

훌륭한 코뿔소 - <긴긴밤> 슬로리딩(2)

2025-04-02T02:47:40Z

당신에게도 훌륭한 코뿔소가 있나요? 노든은 아내를 훌륭한 코뿔소라고 말하곤 했다. 먹을 것이 많은 방향을 찾는 방법도, 마실 물을 찾는 방법도, 위험을 감지하는 방법도, 포근한 잠자리를 찾는 방법도 전부 아내가 알려준 것들이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보고 아내는 엉뚱하지만 특별한 코뿔소라고 불렀다. 나에게도 훌륭한 코뿔소가 있다. 나의 엄마는

가끔씩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 <긴긴밤> 슬로리딩(1)

2025-04-01T21:16:29Z

가끔씩 노든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풍경들이 있다. 저 멀리서 몰려오는 시커먼 먹구름이라던가, 그 속에서 번쩍이는 번개,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주변의 풀들이 반짝이는 광경, 하늘에서 떨어지는 첫 빗방울이 남긴 자국, 그 길고 키가 큰 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에 노든은 압도되었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했다.

반백의 생일이란 - 중년의 진로수업

2025-04-04T11:02:42Z

케이크대신 수액으로 아침저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맥없이 감기가 걸렸다 나았다 반복. 감질나는 체력은 주중에 몰아 쓰고 주말에는 이렇게 앓는데 쓴다. 오늘은 마침 50살 생일이라 병원에 누워있으려니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차츰 꺼져가는 체력에 기분도 열정도 수직하강하는 듯한 느낌. 그냥 굴복하긴 싫어서 운동도 하고 병원도 제때 챙겨가지만 괜한 서글픔

일요일 오후 3시 - 어쩌다 마주친 그대

2025-03-26T10:04:20Z

날이 춥더니 바람이 불다가 어느새 볕이 따스하다. 일요일 오후 3시 나른한 시간 문득 바람 쐬러 가자는 말에 서쪽 끝 회색 공장 언저리에 연안부두를 찾았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들이 제각각 색을 뽐내는 와중에 오후 햇살은 뜻하지 않게 따사롭고 호기롭게 챙겨 온 책 한 권 어지러운 선박들과 통일성 없는 장식품들 사이에 비스듬히 푸르른 하늘과 바

깜박깜박 배터리 충전 중 - [라라크루] 화요갑분 글감: 배터리

2025-03-22T22:37:43Z

퇴근길 : 배터리 잔량 15% 집에 오는 버스 안. 남은 배터리는 15%. 빨리 충전하라고 온몸에서 신호음이 울린다. 눈이 감기고 하품이 나오고 몸이 천근만근. 만원 버스 안이라면 배터리 눈금은 더 빨리 떨어진다. 집도착 : 배터리 잔량 8%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다. 그대로 들어가 눕고 싶지만 남은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화장을 지운다. 세수하고 발도

책 + 빵 오픈 - 학교도서관 심폐소생기(1)

2025-03-18T17:41:15Z

올해는 인문독서교육이래!네?! 교무실에 다급하게 들어오신 교감선생님이 던지고 간 말씀 한마디. 인문독서교육,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부서, 쿵 떨어진 그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지? 뭘 해야 할까. 작년엔 에듀테크, 올해는 독서교육 ㅜㅜ 시도때도 없이 바뀌는 정책과 방향에 정신이 혼미~ 작명이 최우선! 책에서 멀어진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아니, 왜 이렇게 매력적이세요? - [라라크루]10기 합평회 후기

2025-03-22T12:25:59Z

사락사락 시간이 쌓이는 소리 함께 글 쓰는 온라인 모임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크루,Light Writing Crew] 모임을 한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가나 보다. 워낙 숫자에 약해서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5기부터 시작해서 지금이 10기니까 대략 그 정도 될 거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스벅스벅 걸어오는

(책을) 읽는 자, 쓰는 자, 파는 자 - 가늘고 긴 글쓰기의 추억

2025-03-16T13:05:01Z

[라라크루] 수요 질문에 답하다. 나에게 책이란? 읽는 나 책을 읽을 때 나는 새로운 정보, 생각, 사람 그리고 세상을 만난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우물쭈물, 두리번두리번 갈피를 못 잡다가 나를 휘어잡는 문장이나 내용, 흐름을 잡으면 그 속으로 이내 빨려 들어가고 만다. 소설이 그렇다. 특히나, 영어 원서를 읽을 때 그 책의 어투나 분위기, 등장인물들에

카페, 거리 그리고 파리 - [파리] 하나만 투어 (9)

2025-03-05T14:53:45Z

파리여행 후 한국에 돌아온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그곳 풍경이 그려진다. 스텔라 장의 노래를 들으면 어김없다. 버스를 타고 봤던 풍경, 카페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모습, 멋진 건물과 박물관 모습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읽지도 못하는 프랑스어 가사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막내딸은 내게 "엄마, 이제 제발 좀 ~!!"하고 화를

강릉에서 김민섭 찾기 - [북리뷰]+샛길여행 with B.T.F.

2025-03-02T22:16:46Z

지난해 겨울 우리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주관했었다. 이를 계기로 김동식 작가와 김민섭 작가를 알게 되었다. 두 분 작가는 사서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고 행사도 진행해 주셨지만 담당 부서장으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은 가히 충격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짧고 굵은 SF 창작 단편 소설집이었고, 그와 반대로 김민섭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 - 복도 쪽에만 앉는 그대

2025-02-28T09:40:30Z

흔들리는 버스를 탄다. 활짝 열리는 출입문과는 다르게 굳게 닫힌 누군가의 옆자리 곧 내릴 테니까 짐이 많이 있으니까 타고 내리기 어려우니까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안쪽 자리는 텅 비어 있고 복도쪽자리는 굳건히 채워져 있다. 곁을 내주지 않는 사람들... 뒤늦게 탄 사람들은 빈자리를 보고도 감히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차갑게 닫힌 마음을 읽어서일

하루 한번 성당에 가면 생기는 일 - [파리] 하나만 투어 (8)

2025-03-21T10:48:14Z

파리에 가면 성당을 이곳 파리에서 굳이 종교가 가톨릭이 아니더라도 여행하다 보면 성당을 자주 들르게 된다. 워낙에 중심가에 위치해있기도 하고 성당 안에는 종합예술이라 할 만한 음악, 미술, 건축의 정수가 다 모여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복작이는 관광지 속에서 잠시라도 조용함과 경건함을 느낄 수 있어서 그 점이 제일 좋다. 상트샤펠성당

루브르보다 오르세 - [파리] 하나만 투어 (7)

2025-02-24T23:54:22Z

이번 여행의 주요 테마는 미술관이다. 파리에서 10일 동안 그림만 집중해서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파리의 주요 미술관을 볼 수 있는 뮤지엄 패스도 샀다. 2, 4, 6일권이 있는데 파리 근교의 주요 미술관 및 박물관 50군데를 추가요금 없이 갈 수 있고 때로는 전용 출입구가 있어 긴 줄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혜택도 있다. 미술덕후에겐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