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유니버스를 삽니까

2025-05-01T14:57:09Z

많은 종교들은 보통 '내세'에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세에 살면서도 내세에서의 영원한 행복을 추구한다. 다만 유교는 조금 예외다. 공자는 내세에 대한 제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유교는 내세보다 현세에서 충효를 다하며 입신양명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조금 특이하다. 내세에 대한 희망은 시궁창 같은 현실에 큰 위로가

얘들아, 지금이야

2025-04-25T10:53:13Z

요즘 과외를 하면서 학생들 여럿을 맡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능해진 화상과외라니, 참 신세계다. 자기만을 위한 강의를 해주는 EBS랄까. 선생으로서 똘똘하고 성실한 학생과 지적 호기심이 없고 게으른 학생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눈에 띄게 된다. 아무리 부모라도 편애는 어쩔 수 없다는데, 선생은 오죽하랴. 그래도 편애하지는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똑똑한

사람을 희망할 수 있는, 제주

2025-04-22T13:05:06Z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에 유네스코에서 제주 4.3사건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했다. 그 이전 4월 3일에는 한겨레 신문 기자인 허호준이 쓴 <4.3 19470301-19540921: 기나긴 침묵 밖으로>라는 책을 추천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임기중 제주에서 열린 4.3추모식에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참석했었다. 제주 4

정의가 강물같이

2025-04-15T05:52:33Z

따스한 아침햇살이 내려앉는, 그런 해사한 주말 아침이었다. 모처럼만에 느껴보는 후련한 마음. 아이의 볼에 투명하게 비친 햇살이 발그랗게 빛나는 날. 그가 없는 그 주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나는 달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달릴 수 있었다. 우울했던 시간들을 지나, 나는 다시 하늘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파면. 그것이었다. 나를 팔짝 팔짝

모두가 원하는 게임

2025-04-01T15:16:57Z

인간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할 수 있는 행위가 있다면, 아마도 살고 죽는, 생사의 문제가 걸린 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어떤 쾌락이 죽음을 피해 생명을 건진 것에 비할까? 사람이 타락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악한 짓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을 갖고 노는 것이다. 유명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1에서, 너무 부자라서, 할 일이 없이 지루해서,

네 몸을 부끄러워할 줄 알라 - 오늘도 지나치는 내 일상

2025-03-31T06:25:21Z

나는 가끔 지루할 때면 소셜미디어의 짧은 동영상을 본다. 하나에 약 15초짜리 영상을 하염없이 보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가 있기도 하다. 시간 때우기에 제격이다.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사 희노애락이 거기 다 있다. 하지만 한 시간 이상 해본 적이 없다. 도저히 뇌가 15초마다 바뀌는 주제를 따라가지 못하기

아! 그리운 옛날이여

2025-03-26T02:06:54Z

사람들은 옛날을 그리워 한다. 유투브에서 과거 노래를 검색해서 들으면서 댓글창을 읽어보면, 대부분이 자신의 젊었던 날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아 상단에 올라가 있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에 부와 풍요로움이 넘쳐났던, '모두가 잘 살았던' 6, 70년대를 그리워 하는 거 같다. 반면, 우리는 '모두가 가난했던' 60~80년대가 좋았다고

록 스프링스의 비극 - 더뉴요커 3월호

2025-03-29T13:11:34Z

아마 중국계 미국인으로 추측되는 마이클 루오Michael Luo는 더뉴요커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올 해 4월에 그의 첫 책인 <미국땅의 이방인들- 소외, 소속,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들의 인상적인 이야기>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더뉴요커지 3월호에 '록 스프링스의 비극'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은 1885년 9월 2일에 미국 와이오밍주

아트팩토리 참기름 강화

2025-03-18T14:01:33Z

얼마 전부터 내 소셜미디어 피드에 뜨던 광고 중에 '아트팩토리 참기름 강화'라는 곳이 있었다. 짧은 동영상들을 보니 아이들이 미디어 아트 속에서 폴짝폴짝 뛰며 신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 부모에게는 '아, 아이들이 뭔가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구나! 예술 체험도 하고!'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광고였다. 이 미술관은 7개 구역으로 만들어진 체

겨울이 간다고 봄이 오랴

2025-03-14T12:17:30Z

시작부터 어두운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자살자 수가 13년만에 최대란다. 1년간 14,500여명이 죽었다고. 하루에 40명씩 자살한 것이란다. OECD국가 중 수년째 단연 1위다. 매 한시간이 지날 때마다 한 명 이상씩이 목을 매거나, 자해하거나, 떨어져 죽고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금방 보내고마는 한 시간 동안 누군가는 죽음의

새빨갛고 싱그러운 행복

2025-03-12T03:44:58Z

지난 주말에는 아이랑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남양주에 있는 유기농 딸기농장에 다녀왔다. 부모님이랑 같이 다녀오자는 건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나는 아이 체험 농장인데, 에이, 뭐가 재미있으시겠어,라고 생각했다. 조카들 때문에 이런 데 많이 다녀보셨을걸? 오후 2시, 예약한 시간이 되자 백이면 백, 아이를 앞세운 부모들이 옹기종기 비닐하우스 안으로 모여들어 농

AI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 고통이 우리를 구원할까

2025-03-13T14:07:42Z

인공지능(AI)이 결국엔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 시, 음악, 놀이, 그림그리기, 기도를 모두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탁월하게 해낼 수 있다. 동서고금의 모든 시들을 모아 그것으로부터 모두가 공명할 아름다운 시를 써낼 수 있으며, 동서고금의 모든 선율들을 모아 천상에서 들려올 것만 같은, 너

아이들의 종말 - 더뉴요커 2025년 3월

2025-03-05T04:24:06Z

더뉴요커The New Yorker 2025년 3월, '아이들의 종말The End of Children,' 저자 Gideon Lewis-Kraus(뉴요커 학술, 기술담당 편집기자) 기자는 이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해서 서울 이태원의 직장인부터해서 해남 땅끝마을 분교 선생님들까지 통역을 데리고 다니며 저출산 한국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남겨주었다

마음이 바쁘다는 것 - 목요일, 오늘도 해야할 일 많죠?

2025-03-03T00:44:53Z

아침에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가 등원준비를 할 때면, 마음이 괜히 바쁘다. 늘 반복되는 일상인데도 말이다. 하루가 저물어갈 때도 마음이 바쁘다. 저녁 과외 시간을 앞두고 아이를 챙겨야할 때 마음이 바쁘다. 한 주에 양가 행사가 두 개나 있고 아이 치과 방문도 있고 나도 병원에 가야하는 일정이라면 마음이 안 바쁠 수가 없다. 그 한 주는 정말

슈가캔디산으로 가자 - 왜 우리는 불행할까

2025-02-25T17:59:47Z

한국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삶의 질 만족도가 OECD국가 38개국 중 33위라고 한다. 한국보다 만족도가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콜롬비아,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좀 더 행복하고,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불행하다. 만족도가 높은 나라들은 북유럽 국가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2014년

기억과 기억이 부딪힐 때 - 유시민, <대한민국사>를 읽고

2025-02-23T15:02:51Z

생각해보니, 나도 연식이 꽤 되는 나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천년만년 젊을 줄만 알았거늘.. 나는 전두환 때 태어나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때 학창시절을 보내고 노무현 때 성인이 되어 그 뒤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에 이르는 시절을 보냈다. 내 인생을 이렇게 정치사의 관점에서 보면 또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 가장 어렸을 때의 '정치사

너는 평범하단다 - 새로 발견한 정서의 세계에서

2025-02-18T12:07:22Z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좀 유별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일단, 친구들이랑 잘 놀지 못했다. 공놀이고 태권도고 싫어했던 탓이 크다. 딱지치기니 오락실에 가니 그런 것들도 다 시시하게만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책읽기는 어쩌면 내게 시작된 외로움이라는 질병에 대한 대안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n년차 과외강사

2025-02-16T12:04:45Z

나는 n년차 과외강사다. 대학시절에는 내내 과외해서 용돈벌이를 했다. 과목은 다양했다. 국어, 논술, 사회, 독서, 한국사 등이었다. 수학은 내가 워낙 꽝이라 못했고 영어는 그때는 문법에 자신이 없어서 하질 못했다. '글로소득'이 되기 전까지는 과외강사로 자리잡아보려고 시작한 일이다. 일단 시작은 인터넷 과외업체를 소개받아 거기와 계약을 맺었다. 시간당

어떻게 하나님과 게이 아들 모두를 이해할까 - 한 미국 보수 복음주의 교회 목사의 고민

2025-02-11T08:11:32Z

다음 글은 티모시 화이트가 뉴욕타임스 ‘의견’코너에 보낸 긴 글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원문: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5/02/05/opinion/coming-out-evangelical-pastor.html?unlocked_article_code=1.u04.P-WK.RcJXGxr_1nsc&smid=url-

워드프레스, 7개월만에 폐쇄했다 - 세상에 쉬운 게 없어

2025-02-07T07:42:59Z

'글로소득'으로 먹고 살기라는 도전의 첫 시작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거기에 서평, 맛집, 어린아이와 다닐만한 곳 등을 꾸준히 올렸다. 그렇게 육개월을 한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네이버의 광고시스템은 애드포스트라고 하는데, 클릭당인지 조회수당인지 광고단가가 아주 낮았다. 이미 몇 수십만명씩을 거느리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기는 역시, 경쟁의 나

에반스토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