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임순례, 2018) - 한 장면 이야기

2025-04-29T02:43:17Z

내게 영화 하나를 고르라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입니다. 40대 후반쯤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았죠. 어떤 닭고기 수프보다 내 영혼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설령 소리 없이 화면만 보아도 마음이 깨끗해지고 즐거워지죠. 등장인물이 모두 선하고 모진 갈등이 없습니다. 피로도가 없기 때문에 보고 나서 원기 회복이 됩니다. 힘들지 않은 영화, 힘들

함장가정含章可貞

2025-04-29T04:06:26Z

막연한 글쓰기를 했습니다. 그렇게만 써도 삶은 충분히 행복합니다. 1년여 해 보니 구체적으로 쓰고 싶은 게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로 정했습니다. 단편 소설 1개 쓰고 나서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의 퇴고가 아직 안 된- 읽기와 쓰기는 병행되어야 함을 알았습니다. 진정한 한량의 삶이 2025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고 구분 선을 그어봅니다. 직

영화 &카지노 쿠폰;팬텀 스레드> (폴 토머스 맨더슨, 2017) - 한 장면 이야기

2025-04-13T07:22:42Z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알마의 회고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레이놀즈에 대해 “누구보다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1950년대 전후 런던, 레이놀즈는 왕족 등 상류층 인사들의 의상 디자이너입니다. 어떤 화려한 고객은 이렇게 말하죠. “그 옷이 내게 용기를 줄 것 같아요.” 레이놀즈는 패션계의 거물이고 스타입니다. 그는 자신의

꽃에 관한 단상 - 봄이다

2025-04-14T07:42:09Z

꽃이 핍니다. 꽃이 예쁜지 모르겠다지요. 꽃과 지렁이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은은한 벚꽃이 가지마다 가득하니 등불을 매달아 놓은 듯 그래도 동네가 환합니다. 주위를 화사하게 밝혀주며 잔뜩 펼쳐낸 꽃잎 모습을 얼굴을 가까이하고 들여다보니 마음이 순간, 순해지며 미소 짓게 되네요. 마음을 환하게 해 주고 웃음을 주는 것이 꽃의 예쁨인가 봅니다. 이것이 꽃의

심양루에 적다(백거이) - 나누고 싶은 詩

2025-03-09T07:28:20Z

언제나 도연명을 흠모했나니 그의 문사(文思)는 얼마나 고아하고 심오한가. 기이하게도 위응물 역시 그 시정(詩情) 또한 청아하고 여유로웠지. 오늘 이 누각에 오르고 보니 비로소 그 까닭을 알겠노라. 시원스런 장강(長江)은 밑바닥 보일 정도로 맑고 푸르른 여산은 하늘까지 높게 솟아 있다. 깊은 밤 분포에는 밝은 달 내리비치고 이른 아침 향로봉에는 운무가 가

소중한 물건 2 - 에 대하여

2025-04-11T11:26:34Z

이 우산의 역사는 짧지 않다. 친구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장자의 대붕 이야기를 읽고, 이 우산을 선물한 친구가 떠올랐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나에게 붕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붕 주위에는 참새, 메추라기밖에 없었어요. 나도 그중 참새 정도인 거 같아요. 붕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는 바보처럼만 보였죠. 바보라고 일침을 가해도 붕은 못 들은 건지, 그

이야기 - 마음

2025-02-24T13:44:32Z

정갈하고 소담한 갈색빛 방 안 동그란 벽시계는 정각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책을 읽지 않고, 방문 밖으로 연결된 작은 툇마루로 나왔다. 곳곳에 병풍처럼 둘러 있는 녹색 잎의 키 큰 나무와 하얀 눈 덮인 마당, 파란빛 하늘을 보았다. 햇살 드리운 맑고 추운 겨울날이다. 툇마루에 있는 골동품 같은 물건들을 구경하고, 낮은 처마에 달린 풍경(風磬)을 조심

정주에서 묵으며 (왕유) - 나누고 싶은 詩

2025-02-15T04:34:55Z

아침에 낙양 사람과 이별하고 와 저녁엔 정주 사람한테 묵는데 낯선 타향이라 동무 없어 외로운 길손은 어린 하인을 친애한다 아득히 바라봐도 낙양 땅 보이지 않고 가을 장맛비는 평원에 어둠을 지우는데 늙은 농부는 초원 가 들길로 돌아오고 시골 아이는 빗속에 가축을 놓아기른다 객사(客舍) 주인의 동편 물가 들녘에는 제철 곡식들이 띳집을 둘러서 자라는데 가을 벌레

꿈이라면 (한용운) - 나누고 싶은 詩

2025-02-14T15:00:11Z

꿈이라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出世)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만법(一切萬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不滅)을 얻겄습니다. 출처: <님의 침묵 한용운 시집> 90면, 책만드는집 최고의 사랑 시 중 하나

기도하는 마음 - 아들에게

2025-03-01T03:59:06Z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이 시간의 끝 - 갈래길 위에서

2025-02-13T15:20:35Z

『화두 1』 (최인훈, 문학과 지성사) 발췌 459쪽: 작업은 아주 단순한 일이었고 처음에는 새롭게 만나는 일이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473쪽: 지식노동 아닌 노동은 만일 그것이 본인이 납득한 것이거나, 선택한 것일 때는 쾌적한 것이다. 499쪽: 지난번에 멈춘 자리를 찾아내고 그다음을 읽어나갔다. 한참 만에 나는 무척 오래 같은 페이지를 그냥 펴 들고

반딧불이

2025-02-16T05:39:10Z

2024년 12월 8일 오전 여당 대표는 국무총리와 나란히 서서 기자 회견을 한다. 말장난하며 세자 놀이하는 여당 대표에게, 야당 대표는 “네가 뭔데?” 국민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인다라며 응수 발표한다. 나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12.3부터 나라 정치를 주시하느라 일상이 깨졌다. 평범한 50대 시민 주부인데 하루에 집중이 안 된다. 아침마다 읽던

소중한 물건 - 에 대하여

2025-03-01T04:05:09Z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모두 가장 소중하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버건디 순모 머플러’이다. 고급품이기도 하고 고가이기도 하다. 디자인의 수고나 원재료의 품질에 값을 지불했다는 뜻이다. 색깔이 지루하지 않고 매일 써도 거슬리지 않는다. 부드럽고 가볍고 따뜻하다. 감촉은 온화하면서 색은 엄격하다. 이렇게 좋아하는 머플러를 집에서만 사용한다. 밖에서 쓰

몽득과 술 사 마시고 후일을 기약하며(백거이) - 나누고 싶은 詩

2025-02-02T01:53:03Z

<몽득과 술 사 마시고 후일을 기약하며> --백거이(당 나라 시인, 772~846) 소시유불우생계 노후수능석주전 공파십천고일두 상간칠십결삼년 한미아령궁경사 취청청음승관현 갱대국황가온숙 공군일취일도연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늙고 난 뒤 누가 술값을 아낄 수 있을까 일만 전을 모두 들여 술 한 말 사는데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 살 모자라

Splendor in the Grass(핑크 마티니) - 나누고 싶은 노래

2024-11-08T06:34:55Z

Splendor in the Grass (가사 번역: 연화) I can see you're thinking baby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걸 I've been thinking too 나도 생각하고 있어 About the way we used to be 우리가 하곤 했던 것들과 And how to start a new 이제 어떻게 새로워질까에 대해서 말이

영화 &카지노 쿠폰;악은 존재하지 않는다>(하마구치 류스케) - 나누고 싶은 영화

2025-03-01T04:11:30Z

사슴이 뛰어놀고,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생수로 사용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있다. 이곳에 글램핑장 사업을 하겠다는 컨설턴트 회사가 나선다. 경영이 어려워진 연예 기획사가 이 계획을 돕는 중개인이 된다. ‘돈’ 때문이다. 컨설턴트 회사는 이 마을에 땅을 사놓았고, 사슴 사냥도 시작되었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과 동물도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파괴되어

첫눈에 반한 사랑(비스와바) - 나누고 싶은 詩

2025-02-02T01:34:23Z

첫눈에 반한 사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갑작스러운 열정이 둘을 맺어주었다고 두 남녀는 확신한다. 그런 확신은 분명 아름답지만, 불신은 더욱더 아름다운 법이다. 예전에 서로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전에 스쳐 지날 수도 있었던 그때 그 거리나 계단, 복도는 어쩌란 말인가? 그들에게 묻고

양파(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나누고 싶은 詩

2025-02-28T13:56:08Z

양파는 뭔가 다르다. 양파에겐 ‘속’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다움에 가장 충실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완전한 양파 그 자체이다.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순수하게 양파스럽다. 그러므로 양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는 피부 속 어딘가에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야생 구역을 감추고 있다. 우리의 내부,

어쩌다 개업 3주년

2025-01-29T16:48:25Z

2024년 6월이 개업 3주년이었습니다. 1주년, 2주년에도 백설기를 해서 옆집에도 돌리고 손님들에게도 나눠주었습니다. ㅇㅇ국수에게 생일 축하를 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격려이기도 합니다. 가장 맛있게 한다는 떡집에 떡을 주문해 놓아 새벽에 만든 떡은 아침 일찍 가게에 도착해 있을 것입니다. 가게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자전거로 2분 정도 걸

문제가 발생했을 때

2025-01-29T16:48:25Z

‘문제’에도 생명력은 있기에 상황은 점점 커질 수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신경을 써야 하고 피폐해집니다. 시간적으로도 길어지면 다른 중요한 일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손해를 본다 생각하고 빨리 일단락을 지어야 그것이 이익입니다. 오픈 초기였는데 가게로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손님이 좀 전 만두를 먹었는데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유통 기한이 어떻게 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