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녕thefunbooksoop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정한 북퍼실리테이터.호기심과 열정으로 재미를 즐깁니다. 말하기에서 글짓기로 전업을 꿈꾸며 앎을 삶으로 빚는 중입니다./@@clUr2021-04-22T15:27:06Z화양연화 2/@@clUr/782025-04-30T07:27:10Z2025-04-27T22:00:00Z화양연화 2 꽃이 질 때를 죽음이라 생각했다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끝이 다가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바람은 꽃이 지고 나서야 씨앗을 먼 곳으로 데려갔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순이 돋았다 나는 이제야 안다 죽음이란 사라짐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자리 비움이라는 것을 그러니, 지금 내가 살아있는 순간 이 숨결, 이 걸음이 이미 화양연화라는 것을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 김정호지음, 달콤북스, 2023/@@clUr/832025-04-25T11:06:32Z2025-04-21T22:00:08Z“사람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한 안도가 흘러나왔어요. 나를 설명하려 애쓰다 지쳤던 시간들이 떠올랐거든요. 심리상담을 공부하고, 에니어그램과 MBTI를 들여다본 것도 결국은 나를 더 잘 알고 싶어서였지요.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는 그런 저에게 다정히 말해주었어요. 우리는 하나의 모습으로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ljETD4E1-n3rdqXdoEs83D-nLts.jpg" width="500" /화양연화 1/@@clUr/772025-04-24T21:48:12Z2025-04-20T22:00:00Z꽃이 질 때쯤 알았다 눈부신 순간은 뒤에 있지 않다는 걸 한 번은 어둠 저편을 지나왔고 그제야 깨달았다 숨결이 가벼운 이 아침 햇살이 창가에 머물고 카지노 게임이 살며시 지나가는 지금 어쩌면 이 순간이 화양연화일지도 몰라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봄눈이 내리면/@@clUr/762025-04-17T06:32:37Z2025-04-13T22:00:01Z어릴 적 봄눈은 솜사탕처럼 가벼웠다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입안에 넣고 달게 녹이며 풍년이 오겠구나, 기뻐했지 할머니는 눈을 보며 “이게 다 복이 내려앉는 거란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눈송이를 헤아리던 그 겨울 하지만 지금은 창밖에 쌓이는 흰빛을 보며 길이 얼진 않을까, 차가 막히진 않을까 봄이 오기도 전에 눈 녹은 자리엔 질퍽한 웅덩이가 먼저엄마의 항아리/@@clUr/722025-04-10T18:13:12Z2025-04-07T03:00:07Z엄마의 항아리 무릎이 아파도 밭으로 나가시고고추, 배추, 무를 손끝에 담으시네묻어둔 항아리 속엔 붉은 빛이 가득하다 햇살 아래 구부린 등엔 세월이 걸터앉고알싸한 갓 향기 속에 정성이 녹아들어손끝에 빚어진 맛은 시간이 깊게 스민다 겨울바람 문틈 사이로 차가운 날 찾아와도꺼내온 김치 한입에 밥상은 봄날이네빨갛게 농익은 맛은 엄마를 닮았다.촛불 위에 봄이 내릴 때/@@clUr/802025-04-26T11:12:23Z2025-04-03T05:13:29Z촛불 위에 봄이 내릴 때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였지한 사람, 두 사람숨죽인 마음에 불을 붙였어 찬바람 속에서무수한 말들이 엇갈렸고분노는 깃발이 되고거짓은 진실을 흉내 내었지만 우리는 흔들리는 촛불을끝내 꺼뜨리지 않았어눈물로 바람을 막고희망으로 불씨를 지켰지 헌재의 문이 열릴 때마다숨이 걸렸지만정의는 언젠가 제 갈 길을 찾는 법진실은 아무리 늦게 와도아버지의 온기/@@clUr/752025-04-04T23:23:50Z2025-03-30T22:00:01Z아버지의 온기 마당 끝 단봉나무엔 가을이 걸터앉아아버지 손끝에 닿아 붉은 물결로 번지고감나무 아래 그늘엔 그리움이 자랐다 어느새 단단하던 감은 홍시처럼 녹아들고햇살 속 감은 곶감 되어 당신의 마음 닮아 그 맛은 나의 기억 속 계절로 번져간다 마트에서 본 홍시 위엔 투명한 빛이 감돌고당신의 온기 흐르며 가슴속에 닿아온다겨울 끝 아로새기는 달고도 깊은미련의 축복&카지노 게임;/@@clUr/742025-04-09T01:13:01Z2025-03-23T22:00:00Z미련의 축복 봄이던 얼굴이 겨울빛에 얼어 있었다 낯선 주름 한 겹 한 겹 세월을 발라놓아 시간은 우리 둘에게 익숙한 이방인을 만든다 찰나의 망설임은 바람처럼 흩어져 어설프게 지어낸 미소도 사라졌다 그대도 나도 아닌 척,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는 보지 않는 것이 축복이라지만, 가을을 재촉하는 비 맞은 꽃잎처럼 첫사랑, 깊이&카지노 게임;묻어둔 그리움을 지운다은행과 소주/@@clUr/672025-03-20T13:53:12Z2025-03-16T22:00:01Z은행과 소주 구운 은행 몇 알 앞에 소주잔을 기울이며쌉싸름한 첫 맛 속에 고된 하루를 녹이고껍질 속 감춰진 향기 나를 달래주더라 숫자는 쌓이고 쌓여 손끝에 주름 남아도소소한 위로 하나로 오늘을 잠재우고고소함 삼키는 순간, 어제가 흐려지네 그을린 은행 한 알에 단단함이 숨어 있어 쓴맛마저 품어 안고 까만 이 밤 지나가네 바람 속 흔들린 나날 시나브로달콤한 연대/@@clUr/712025-03-16T03:57:55Z2025-03-09T22:00:02Z달콤한 연대 푸른 잎 기다림 품고 가을바람 흔들며동박새 춤추며 묻네, 꽃은 언제 피는가동백은 제 향기 모아 달콤함을 빚는다 붉은 꽃 베일 아래 달빛은 꿀처럼 스며초록빛 날갯짓마다 꽃의 노래 흐르고황금빛 꽃가루 흩어 생명의 길 잇는다 진홍빛 꽃송이 놓아 땅 위에 수를 놓고 꽃 진 자리 맺힌 열매 검붉게 익어가며 열매 속 감춘 씨앗은 숲의 꿈을 품는다카지노 게임의 길/@@clUr/732025-03-06T08:50:53Z2025-03-02T22:00:00Z카지노 게임의 길 흰 서리 깃든 논바닥에 고단한 날개 접고, 벼 밑둥 헤치면서 숨은 이삭 찾아내니 검붉은 하늘 끝자락에 날갯짓 새겨진다 둥지 속에 깃들이는 작디작은 여린 숨결 노련한 깃 아래에서푸른 빛이 번져가고 첫 비행 꿈꾸는 깃들 바람 속에 펼쳐지네 삼월 하늘 북쪽 길로 초록 바람이 열리고 붉은 해 스치는 둥지, 생명이 자라나니 이어진 청색 바람길에 날개짐을 꾸리며/@@clUr/682025-03-02T08:04:24Z2025-02-23T22:00:00Z짐을 꾸리며 박스 하나를 열었더니필요할지도 몰라서 쌓아둔 것들신발 한짝 잃어버린 인형, 유효기간이 지난 화장품잉크가 굳어버린 예쁜 볼펜이나를 반긴다 작아진 고운 옷 한 벌,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입으리라 다짐했던그 마음은 어디에 갔을까책 한 권마다 스며든 먼지가 읽어달라며 손을 뻗는다 아이들이 준 편지,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그땐 왜 그렇게 특별해 보였을첫눈의 방문/@@clUr/702025-03-02T22:11:16Z2025-02-16T22:00:04Z첫눈의 방문 새벽 창문에 내려앉은 첫눈의 하얀 흔적펑펑 쏟아지는 하늘빛 온 세상을 감싸며때 이른 손님처럼 찾아온 겨울이 문을 두드린다 눈꽃은 바람 속에서 춤추듯 흩날리지만그 아래 얼어붙은 땅엔 추위가 몸을 웅크린다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아침이 시작된다 아직은 차갑지 않은 눈 바닥에 물로 스미고길모퉁이 어른거리는 빛들이 반짝인다올겨울 기나긴 날을 조심스레꽃으로 남은 자리/@@clUr/662025-02-25T10:42:46Z2025-02-09T22:00:03Z꽃으로 남은 자리 나무에 스치는 바람 아버지 숨결 같아 그 곁에 자란 풀은 내 마음을 닮았네 그리움 더듬는 손끝, 찬 눈물이 맺힌다 당신 없는 빈자리에 꽃나무 남기시며 추운 날 보러 올 우리를 위해 서 계시네 진홍빛 마음 담아서 동백꽃으로 피셨네 땅 위에 붉디붉은 꽃송이채 떨어지고 남겨진 옆자리에 오도카니 앉아보니 어느새 내 마음에도 멍울지는 선십일월의 봄/@@clUr/652025-02-25T07:05:44Z2025-02-02T22:00:08Z십일월의 봄 바람은 고요하게 십일월 들녘에 닿고 어제는 사라진 날, 새해는 빈칸이다 마음에 촛불 하나 켜 심지를 돋우는 때 서랍 속 구긴 달력 지난날이 잠든 자리 성에 핀 창틈에도 별빛은 스며들어 오늘도 베를 짜듯이 하루하루를 엮는다 내달리던 겨울이 가쁜 숨 몰아쉬면 갓 태어난 여린 호흡이 길을 열어주리라 연둣빛 눈을 비비며 나의 봄을 지피리라눈 오는 마을/@@clUr/632024-12-25T02:03:32Z2024-12-24T21:00:30Z눈 오는 마을 손끝 너머 작은 마을,하얀 숨결이조용히 내려앉는다 가로등 불빛 아래눈송이는 빙글빙글마을 위를 감싸 안는다 나는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내 웃음도그 마을에 스며든다 눈 오는 마을,그곳에서 친구들과작은 창문에웃음을 새기고 싶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BXuubWOOgQmvPLirZh8_PklDf9k.jpg" width="500" /이삿짐 속 마음/@@clUr/552024-12-19T22:44:19Z2024-12-19T21:00:00Z이삿짐 속 마음 상자 속엔 내 책,동생이랑 나눠 쓰던 장난감, 그리고 나만의 방이 숨어 있어 햇살 가득 내 방,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 하지만 문틈 사이로 새 학교와 새 친구에 대한 걱정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설렘과 걱정이 이삿짐 속에서 같이 풀려나올 때쯤,내 마음도 새집에서활짝 웃을 거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kiYhTcl_rCtqAW72kevfcweLRlI.jpg" width="500" /날개 우산/@@clUr/612024-12-18T10:01:24Z2024-12-17T21:00:00Z날개 우산 비가 숲을 적시는 날,엄마 앵무새는커다란 날개를 펼쳐우산이 되었다 둥지 속 아기새들은엄마 날개 아래서빗방울이 똑똑둥지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빗방울이 춤춰요!""바람이 노래해요!"작은 부리들이조심조심 속삭인다 엄마 날개는 말이 없었다.대신, 비를 모두등에 업고 서 있었다 비가 그친 뒤,둥지 속 아기새들은엄마 날개에따뜻한 햇살이살며시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IiXB7PHUZjzBrUN8VVtmLfoD2DI.jpg" width="500" /달리는 사람들/@@clUr/602024-12-12T23:05:25Z2024-12-12T21:00:01Z달리는 사람들 TV 속 길고 긴 길,사람들이 땀방울을한 걸음씩 흘리고 있어. 휠체어를 밀고,목발을 짚고한 발씩 내딛는 모습에누군가 외친다 “힘내요!”그 말에 다리는조금 더 움직인다 30킬로미터쯤,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사람그 자리에 멈춰 눈물을 흘리는 사람 달리는 사람도,멈춘 사람도,모두 다길 위에서 빛난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Dh77bIXxgLUq-X-HLs5A2QHkC1o.jpg" width="500" /겨울을 잇는 약속/@@clUr/592024-12-11T01:09:55Z2024-12-10T21:00:00Z겨울을 잇는 약속 가을바람의 속삼임에동백은 말없이초록빛을 품었어 겨울이 오자,배고픈 새 한마리 나뭇가지를 흔들고 동백은 살며시 꽃을 열었다 동박새가 까만부리로 쪼~옥 꿀을 빨 때마다 노란 가루도 춤추며 다른 꽃송이에 닿았지 이른 봄 진홍빛 꽃송이로땅위에 붉은 카펫을 깔고꽃 진 자리에 검붉은 열매가 빛나네 달콤한 꽃의 약속은날갯짓 속에 스며들며<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lUr%2Fimage%2Fqr3Z3VMOLaYh1iGIhWzlhHGXMng.jpg" width="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