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렇게 다시 왔다 -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피어난 봄

2025-05-01T03:27:15Z

가슴이 먹먹했다. 화면 속 재난의 풍경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 나는 산불이 휩쓸고 간 산청의 현장에 다녀왔다 지난 3월,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인근의 오빠네 농장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은퇴 후, 오빠는 도시 농부를 자청하고 산 중턱에 작은 농장을 일구었다. 고사리, 곰취, 취, 더덕, 도라지 씨앗을 뿌리고, 두릅이

봄 내음 가득한 한 끼, 냉이 두루치기 - 냉이와 돼지고기의 기막힌 조합, 한 번만 먹을 수 있을까?

2025-03-13T22:24:06Z

”나물 캐러 가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둘째 언니의 목소리엔 봄기운이 가득하다. “냉이가 지천이야. 시금치 밭에 도리어 객식구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네. 꽃이 피기 전에 캐야 연하고 향도 좋은데…” 오매불망 봄햇살을 기다리던 새싹들이 여기저기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단다.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려, 봄소식이라도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심심해서 그래, 네가 없으니까 - 딸이 독립할수록, 나도 자란다

2025-03-04T07:33:14Z

부모나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론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해도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제자리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내 자식도 알고 있을까?’ 마치 사명처럼 알려주려 하고, ‘내 경험이 맞아!’ 우기면서 여전히 초등생 다루듯 사소한 참견을 하게 된다. 그게 부모의 역할

우리는 아직도 마법 같은 순간을 꿈꾼다. - 노을 아래, 추억을 담다

2025-02-26T02:58:46Z

“노을 보러 가자. 춥긴 한데 날씨가 너무 좋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데이트를 제안한다. 섬에 사는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차로 십여 분 만에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딸의 직장 덕분에 우연히 이곳에 왔지만 살아볼수록 섬 특유의 매력에 빠져든다. “우리 여기서 노후를 보내도 좋을 것 같아.” 내 말에 남편도 동의했다. 어쩌면 딸이 다른

아버지가 빨간 김치를 싫어하셨던 이유 - 영화 &무료 카지노 게임;서부전선 이상 없다> 를 보고

2025-01-23T12:48:52Z

넷플릭스에서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봤다. 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이 배경인 이 영화는 전쟁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전쟁은 국가 간의 대립이 아니라, 소년병들과 젊은 병사들이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참혹한 현실이었다. 친구가 눈앞에서 쓰러지고, 무의미한 죽음이 반복되는 전장. 희망과 인간성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살아남는 것조차

장사, 생각보다 더 쉽지 않더라 - 1년 반 만에 가게를 접었다

2024-12-03T04:26:08Z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픈한 지 1년 반 만에 가게를 접기로 했다. 매장 철거가 이제 3일 남았다. 원래 예정일보다 3일이 연기돼 덤으로 얻게 된 시간이다. 10년을 내다보고 시공한 인테리어라 공을 많이 들였다. 계약 종료와 함께 원상복구가 원칙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페인트칠도 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속이... 많이... 쓰리다. 결정의 순

MZ 세대의 양배추 자르는 법

2023-12-01T16:16:02Z

어깨 골절로 6주 진단을 받고 이제 겨우 5주가 지났다. 뼈가 제대로 붙고 나서도 재활치료를 몇 개월 더 받아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매사에 갑갑하고 답답해 체감상으론 1년은 된 듯하다. 막상 꼼짝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니 집안 구석구석 눈에 띄게 거슬리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식구들도 저마다 주된 일들이 있으

당신의 4월은 안녕하신가요? - 반백년을 살았지만, 전치 6주 진단은 처음이라.

2023-10-21T23:43:53Z

2023년 나의 4월은 '어깨 골절 전치 6주'로 시작되었다. 아무렇지 않을 때는 모른다. 우리 신체가 하는 모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건강이 얼마큼 삶의 질을 좌우하는가를.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말이다. - 모처럼 대지를 흠뻑 적신 봄비가 산책로 곳곳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놓았다

남쪽에서 날아온 진짜 봄 - 언니가 보내준 봄 꾸러미

2023-04-23T02:27:46Z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봄~봄~ 하고 가만히 소리 내어 불러보면 봄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메마른 가지에서 새싹을 틔워내는 기특함이 가슴 뛰게 만든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어린싹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갓난아이와의 첫 만남만큼이나 설렌다. 긴 겨울 동안 꼭꼭 걸어 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연둣빛 봄 속으로

50대의 취뽀 그리고 첫 출근 후기

2023-03-22T06:56:01Z

50대의 취뽀 '카톡 카톡~ ' 아침부터 전화기가 바쁘다. "엄마 드디어 취뽀했네~ 첫 출근 축하해요~." ‘취뽀??? 뭐야. 취업에 뽀뽀했다는 말인가?’ 요샛말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인 '취업 뽀개기'를 줄인 신조어란다. 아들 딸 덕에 요즘 세대들의 문화에 조금은 친숙해진 듯. "많이 설레? 아님 긴장돼?" 30년 만에 공식적으로 '출근'이란

아버지의 전기밥솥

2023-05-15T07:07:34Z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쿠쿠~~' 경쾌하고 친절한 알림 소리. '저 친구 목소리 오랜만에 들어본다. 오늘따라 더 크게 들리네~.' '일 하는 시간이 줄어든 전기밥솥이 퇴출될까 불안했나?' 구수한 밥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식구가 적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해서 햇반처럼 냉동실에 두고 그때그때 데워 먹다 보니 아무래도

건강검진에서 생긴 일

2023-05-15T07:32:33Z

살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들이 몇 있는데, 그것은 치과에 가는 것과 산부인과에 가는 것, 그리고 건강검진받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 이 세 가지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 가고 싶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매번 밀린 숙제를 치러 듯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건강검진을 받아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결과지를

혹시 내가 했던 게 갱년기 미술치료?

2023-02-21T12:04:37Z

추위를 많이 타던 내가 어느새 남편보다 더 더워한다. 뼈도 시큰한 게 예전 같지 않고, 기분도 들쑥날쑥. 이에 불안과 우울감, 신경과민, 건망증, 자신감 상실까지 생겼다면 '띵동' 영락없이 갱년기 판정을 스스로에 내렸다. 갱년기의 사전적 의미는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한다. 정의부터 벌써 마음에 안 든다. '백세시대에 무슨 오십

비싼 배추 대신 알싸한 돌산갓으로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2022-11-17T12:48:06Z

<김장용 절임배추 사전 예약 판매> 동네 마트에 붙어 있는 걸 보니 벌써 김장철이 다가오나 보다. 하긴 우리 집 김치통도 오래전에 바닥이 났는데 겨우 배추 한 포기 정도 사다가 겉절이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 배추값이 떨어지겠거니 했는데 여전하다. 아직 10월이라 김장철까지 기다리기엔 한참 남았는데 어쩔까 고민이다. 우리 입맛은 이미 맛있는

순수혈통 재래종 토종닭이 사라질 뻔했다고요? - 누군가는 지켜왔던 닭의 혈통

2022-11-17T12:51:29Z

장거리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닭이 낳았다고 하기엔 너무 작고 앙증맞은 달걀이 박스 속에 차곡차곡 담겨있었다. 흔히 마트에서 보던 달걀과는 생김새부터가 다르다. 순수 혈통을 유지한 재래종 토종닭의 한 종류인 '현인 닭'이 낳은 것이라고 한다. 2년 전 경기도 파주에서 경북 영천까지 먼 곳으로 이사 온 여섯 마리의 현인 닭은

나는 식용곤충으로 요리한다 [도토리묵]

2022-11-06T03:04:21Z

<칼로리 걱정 없는 도토리묵> [재료 준비] 도토리 가루 1컵 @거저리 분말 1큰술 물 6컵 (단단한 묵을 선호 한다면 5컵 반) 소금 1/2큰술 들기름 1큰술 (or 식용유 1/2큰술) (*1컵(종이컵)=200ml, 1큰술=15ml 기준) <도토리묵 만들기> 1. 묵 만드는 황금비율 (가루 1 : 물 6) + 거저리 분말 1큰술을 섞

나는 식용곤충으로 요리한다 [스팸 김치볶음밥]

2022-11-06T03:23:01Z

<스팸 김치볶음밥> <재료 준비> [스팸 김치볶음밥 재료] 밥 5 공기 잘게 다진 묵은 김치 3컵 + 김칫국물 3큰술 스팸 200g x 2캔 다진 양파 3컵 다진 대파 1컵 편 썰기한 마늘 1/2컵 식용유 3큰술 *고명으로 - 채 썬 깻잎 1컵(선택). 달걀프라이 (양념 재료) 거저리 분말 2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참치액 1큰술. 굴소스 1/2큰

56세에 아인슈페너는 처음이라 - 혼자 즐기는 뜻밖의 홈카페

2022-11-03T01:09:07Z

햇살이 거실로 왔다 나간 그림자를 보니 정오가 한참 지난 모양이다. 배속에서 꼬르륵~소리가 들리는데도 힘 풀린 눈꺼풀은 아래위 서로 마주 보고 자꾸 인사를 해댄다. 세상은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하루에는 두 번의 6시가 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다.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아버지의 장례식, 그리고 또 한 번의 장례식 - 아버지를 보내고 21일 만에 마주한 엄마의 장례식

2023-02-21T12:04:25Z

장미의 계절답게 6월의 아침 햇살을 받은 빨간 장미가 눈부시게 예쁘다. 비로소 아름답고 예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도 장미꽃을 참 좋아했는데..." 두 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4월과 5월을 통째로 도둑맞은 느낌이다. 이삿짐을 풀어놓은 듯 어수선하기만 하던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언제라도 다가 올 일이라 마음으로 준비를 하

4월의 봄에는, 봄꽃보다 봄나물 - 보약 같은 머위나물 / 엉겅퀴나물 레시피

2022-11-03T01:33:50Z

싱그러운 4월,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봄꽃으로 가득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내음이 물씬 풍기네요 겨우내 우리의 발목을 묶어 두었던 코로나도 봄바람한테는 어쩌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나 봅니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도로가 오랜만에 몸살을 앓았어요 우리 일행도 그 대열에 살짝 가담했죠. 지난 주말에 봄볕이 너무 따사로워, 봄꽃이 너무 화사해서, 바

앨리스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