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서라도 기록하고 기억하기 - #3 2025년 2월 셋째 넷째 주

2025-04-30T18:34:48Z

와, 잠깐 놓쳤더니 금방 두 주가 지나갔다. 한 주일에 한 번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었는데, 대수였다. 크고 대단할 일이었다. 2월의 셋째 주 넷째 주 몰아서 쓴다. 한 주에 일곱 개의 키워드를 남기기로 했는데 그 역시 되는대로. 미루지 않고 쓰기, 조금이라도 쓰기, 솔직할 수 있는 만큼 쓰기. 남편이 어머님과의 통화에서

마음 소모하지 않기 - #2 2025년 2월 둘째 주

2025-03-04T01:01:32Z

문서로 정리하고 출력해 나누어 주고... 정말 내 스타일 아니다. 혀를 내두른 나와 달리, 비교적 협조적인 둘을 보니 좋은 결정인 것도 같다. 넷이 마주 앉은 일요일 저녁. 일단은 각자의 의지에 맡기고 믿어주자는 의견인데, 과연. 거의 몇 달 만에야 공식적 입장과 진행 상황이 나왔다. 편집에 참여하고 조율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상황의 연속. 이렇게

마흔의 마음을 마주하기 - #1 시작 + 2025년 2월 첫째 주

2025-03-04T01:01:18Z

2025년에도 세 권의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버건디 색상의 모닝 레시피 다이어리에는 매일 아침 긍정 확언과 그날의 To-do 리스트를 적는다. 내 사랑 연분홍빛 스타벅스 다이어리에는 독서 모임의 기록이나 좋았던 문장을 필사한다. 화려한 꽃무늬가 가득한 5년 다이어리에는 2023년부터의 짧은 단상이나 감사 일기를 담겨 있다. 다이어리 한 권을 더

다음의 겨울에 만나요 - #12 대한 1월 20일 무렵

2025-02-03T23:55:47Z

2020년 봄이 시작되려던 2월 , 나는 S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이전 해에 수료한 TESOL PL 과정을 이어서 YL 과정을 시작하는 설렘이 가득했다. 2주 차 수업 때 반장으로 뽑혔고, 3주 차 수업을 끝으로, 깊고 깊은 코로나 거리 두기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원어민 교수와의 수업과 소통, 개별 과제 및 조별 과제 발표, 토론 등의 모든 수

우선은 오늘 치 겨울을 - #11 소한 1월 5일 무렵

2025-01-13T07:29:28Z

'시절(時節)'이란 일정한 시기나 때를 뜻하는 단어. 주말이면 남편과 산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100대 명산 인증에 맛들려 새벽 일찍 출발해 전국의 산에 올랐다. 봄눈이 돋는 봄산, 폭염 직전 나뭇잎 천장 그늘로 선선하게 오르던 여름 산, 단풍 절정의 가을 산, 그리고 아이젠을 끼고 상고대를 만난 겨울 산. 열심히 오르고 내려와 먹는 맛있는 안주와

우리의 계절에 기대어 - #10 동지 12월 21일 무렵

2025-01-07T08:14:36Z

“어쩜, 우리 옷 색깔도 잘 맞추었을까?”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두어 달에 한 번, 한 계절에 한 번이 되었다. 내 생일 달에는 핑크, 8월의 어느 날에는 그린, 크리스마스에는 레드처럼 드레스 코드가 있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순서도 규칙도 없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정했었다. 이번 모임에는 특별히 색상을 정하지 않았지만, 블랙과 화

눈 하트, 내 눈에도 하트 - #9 대설 12월 7일 무렵

2024-12-31T17:08:39Z

첫눈은 폭설이 되었다. 소설을 지난 지 일주일 만에 첫눈이 내렸다. 폴폴 내리는 눈을 창밖으로 바라볼 때는 그저 행복하더니, 푹푹 쌓인 눈을 퍽퍽 삽질하며 치우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던 황홀한 풍경은, 제설 작업에 출동한 포클레인 앞에서 황당하기만 했다. 학교는 임시 휴업을 했고, 어린이집은 긴급 가정 보육이 결정되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소설의 소소한 설렘들 - #8 소설 11월 22일 무렵

2024-12-11T08:59:42Z

39년 차 다이어리 생활자이다. 2024년에는 다이어리 세 권을 쓰고 있다. 매일의 일정과 월말 결산, 비전 보드 등이 담겨 있는 모닝 레시피 다이어리, 신메뉴 석 잔을 포함해 17잔의 커피를 마시는 프리퀀시를 모으면 받을 수 있는 스타벅스 플래너, 그리고 한 페이지에 같은 날짜의 5년을 채워 가는 5년 다이어리. 소설을 맞이하여(!) 예약해 둔 스타벅스

愛 쓰는 마음/우리 함께 썼어요! - #29 도전 #30 시작

2024-12-18T13:29:42Z

#29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일에 대해 써보세요. "ㅇㅇ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귀 출판사의 책과 글과 곁을 닮고 싶습니다. 독자로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메일 주소와 출판사 이름을 여러 번 확인했다. 정성껏 다듬고 들어낸 문장을 붙여 넣고 파일 첨부까지 완료. 떨리는 손과 마음을 부여잡고 보내

오두막의 노부부 되어 - #28 미래

2024-11-29T04:44:00Z

#28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써보세요. 작년 9월, 전북 완주에 위치한 소양 고택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플리커책방에서 와인과 함께 한 시와 그림책 북토크에 참여했다. 카페 두베에서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조식과 차를 들었다. 그 가을의 시작은 호사로웠다. 완주에 살고 계신 시인님의 댁을 방문했다. 강아지 소양이와 사모님과 나무와 풀

넉넉할 우, 맑을 아, 우아하다 - #27 질문

2024-11-30T12:51:36Z

#27 내 삶에 큰 흔적을 남긴 질문에 대해 써보세요. 독서모임 '소공녀'는 '소설로 공감하는 여자들'을 줄인 말로, 2021년부터 시작하여 매 달 한 달에 한 권씩 소설을 읽는 독서 모임이다. 많지 않은 인원이지만 적지 않은 공감과 사유가 오가곤 한다. 선정 도서를 전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고민. 여러 나라 작가의 책 읽기, 영화와 함께

나는 뜨겁게 나를 응원하는가 - #26 응원

2024-11-27T02:39:08Z

#26 열렬히 응원하는 대상에 대해 써보세요. 글감을 보자마자 떠올라 펼친 책은 조성희 작가의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 일명 '뜨나응'이라는 빨간색 책이다. 2년 전 4개월에 걸쳐 100일 동안 필사를 했다. 무심히 한 페이지를 펼쳐 조용히 눈으로 읽어 보았다. 그래도 괜찮다.지금 비록 가진 게 없더라도 괜찮다.지금 그늘에 있고,아무도

숨이 쉬어지는 곳으로 - #25 쉼

2024-11-25T22:05:16Z

#25 내가 쉼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써보세요. 일주일 내내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중이다. 뜨끈한 국에 밥을 말고 찌개에 밥을 비벼 두세 그릇씩 먹던 아이가 한 그릇으로 끝내던 밤, 아이의 이마가 뜨끈해졌다. 진료 확인서를 위해 매일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열이 조금 내리면 친구들 만나고 싶어 학원에 가려는 아이를 막아세웠다. 오후 출근이 다

가을에는 궁 산책이 제철 - #24 산책

2024-11-25T10:18:45Z

#24 최근 인상 깊었던 산책의 장면에 대해 써보세요. 종종 헷갈렸다. 후원이 창덕궁에 있는지, 창경궁에 있는지. 혼자만의 주말, 서울까지 충동적으로 가을 산책을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해 보자. 현장 예매는 가능하겠지, 싶었던 건 철저한 착각. 남녀노소 국적불문, 겨울로 들어설 비 예보가 무색한 가을 햇살을 누리려 이렇게나 많은 부지런함이

이제 내 손을 내 손을 잡아 - #23 노래

2024-11-24T05:32:58Z

#23 요즘 즐겨 듣는 노래에 대해 써보세요. 부르기를 좋아하던 시절을 통과한 건가. 노래 부르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이다. 가요보다는 클래식이나 팝송이 차에서 흘러나오는 게 좋다. 또는 아예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노래모음'이나 '가을 아침에 듣기 좋은 피아노 연주곡 모음'등을 찾아서 재생시키기도 한다. 이승환, 신해철, 이문세

부대찌개 in 유리냄비 - #22 서툰

2024-11-24T23:24:46Z

#22 내가 좋아하는 나의 서툰 모습에 대해 써보세요. 타국에서 만난 부산 오빠와 단둘이 떠나는 첫 여행지는 뉴질랜드의 숨겨진 보석, Bays of Island. 북섬에서도 북으로 북으로, 휴식과 모험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에서도, 막 사랑을 시작한 우리에게는 둘만 보였을지도. 술을 좋아하는 우리들을 위해 준비한 첫날의 메뉴는 부대찌개. 먼 길까지

산뜻한 사랑을 하고 싶다 - #21 사랑

2024-11-22T16:17:13Z

#21 내가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써보세요. 나의 사랑은 직선이었다. 마치 하이테크 0.3mm 펜으로 그은 곧고 짙고 똑바른 선처럼. 매일 아침 같은 시간 등교하는 버스에서 만나던 다른 학교 한 살 많은 오빠와 우연히 마주치는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집중해 수업을 들었다. 짝사

매일 하트 수집 일기 - #20 웃음

2024-11-21T23:40:43Z

#20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나 : 빨강아, 이 통통한 배 다 어쩔 거야? 빨강 :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다 키로 간대요. 나 : 오늘 이야기 시간에 집중하지 않았으니까 선생님이 내는 문제 맞혀야 해. 못 맞추면 오늘 자유 놀이 시간 없어요. 주황 : 네... 나 : '바나나'를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주황 : 선생

좌우로 가며 울음 운다 - #19 목소리

2024-11-20T08:50:34Z

#19 언젠가 꼭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에 대해 써보세요. 재화의 환갑 날이었다. 솜씨 좋은 먼 친척 되는 이의 손을 빌어 한복을 지어 입었다. 아내 기인, 딸 셋과 사위 둘, 아들 둘과 며느리 하나, 모두 열 명이 새 한복을 처음 입은 날이었다. 남자들은 초록 마고자와 살구색 바지, 여자들을 빨간 저고리와 초록 치마로 통일했다. 서른이 넘은 노

혼자 울 수 있도록 - #18 슬픔

2024-11-20T14:06:03Z

#18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에 대해 써보세요.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도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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