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④ - 주말 아침에 하는 화장실 청소

2025-05-10T11:54:28Z

거실 화장실을 청소하기 위해 청소도구를 챙겼습니다. 먼저 고무장갑. 다음으로는 고무장갑 속에 낄 흰 면장갑, 그리고 수세미, 변기 세척용 왁스 등을 꺼냈습니다. 거실 화장실은 제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끔 들어가 보면 거울과 세면대, 욕조 주변을 둘러싼 물때들이 저의 심기를 몹시 건드립니다. 바닥에 떨어진 짧은 남성 머리털들은 정말이지

우울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③ - 강도별 3단계 집안일

2025-05-11T23:49:23Z

몸풀기에 적합한 아침 활동은 집안일입니다. 집안일에도 강도가 있는데,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강도를 높여 하는 게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집안일을 강도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말초신경이 포진한 손가락 근육들을 약하게 사용하는 일) -식기세척기에서 다 마른 그릇들을 제자리에 옮기기 -쓰레기통을 확인해서 비닐이 쓰레기로 꽉 차

우울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② - 새벽 6시 같은 아침 9시에 일어나

2025-05-11T01:44:45Z

어스름한 공기를 밀치고 일어났습니다. 무거운 공기만큼이나 늦잠을 잔 몸은 일으킬 수 없을 만큼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하하, 장담컨대 그런 기적은 여러분 모두에게 매일 아침 일어날 것입니다. 왜냐고요? 저도 여러분도 배뇨의 신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몸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효과저인 힘은 저에게는

우울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① - 새벽 2시 반에 깨어

2025-05-10T08:32:39Z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방 안이 어두웠습니다. 집 안은 조용했습니다. 주말 아침에는 우리 가족의 경우 늦잠이 일상이니 조용한 집 안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해가 짱짱한 날에는 커튼을 뚫고 밝은 빛이 방 안을 채우는데, 오늘은 방 안이 어둡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동트기 전인가, 생각했습니다. 실은 아침에 일어나기 전 새벽에 한번 깼습니다. 2시 반쯤

미키마우스의 신발 - 당신이 신고 있는 큰 신발은 무엇인가요>

2025-05-07T03:18:12Z

미키마우스가 귀여운 것은 동산에 떠오르는 달같이 생긴 귀도 흰 장갑 낀 그 손가락도 아닙니다. 호동그란 눈도 찢어진 입도 아닙니다. 꼬리는 더더욱 아니지요. 잘 보세요. 미키가 신은 신발. 몰래 신고 나온 아버지의 신발. 몸에 어울리지 않는 큰 신발은 어른이 되고 싶은 미키의 꿈. 이어령, <80초 생각 나누기: 짧은 이야기, 긴 생각>(아이스크림미디

일요일의 진짬뽕 - 라면을 부르는 라면

2025-04-30T04:41:42Z

세 시간 전이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봉이한테 점심을 차려주었다. 소고기랑 돼지고기 목살 남은 걸 차례대로 다 구워주었다. 김치도 새로 꺼내주고 오렌지도 까주었다. 눈은 핸펀에 두고 잘 먹었습니다, 말하는 봉이가 잠깐 얄미웠다. 그래서 말했다. “봉아, 엄마 진짬뽕 끓여줘.” “싫어.” 봉이의 습관적 반응이 이번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엄마의 딱딱한

봄의 현재진행형 - 중간고사를 앞둔 아들의 일요일 오전

2025-04-22T07:11:39Z

지하 3층으로 가서 차키를 눌렀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왼쪽 옆동 근처에 가서 눌렀다. 소리가 안 났다. 턴해서 지하 2층으로 올라갔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결과도 똑같았다. 지하 3층으로 알고 있을 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 1층으로 와.”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르니 B1에 멈췄다가 내려온다는 화살표 표시가 떴다. 저건 준이다. 나는 발걸음

절망의 무게 - 체중계 숫자가 가리키는 진실

2025-04-20T23:53:08Z

매일 체중계에 오른다. 오늘을 둘러싼 희망의 무게를 잰다. 300그램이 내렸다면 어제,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1킬로그램이 내렸다면 내일,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뜻이다. 300그램이 올랐다면 어제, 끝낼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1킬로그램이 올랐다면 내일, 나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오늘, 1킬로그램하고도 300그램이 올라 있다. 어제,

우리의 계절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 4년 만의 약속에 후배가 늦은 이유

2025-04-24T13:25:53Z

“오메, 선배님, 혹시 나오셨어요오??” 팝콘 같은 벚꽃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이 터질 것 같은 화창함을 폭식할 수 있게 해준 오늘의 약속이 감사했다. 카톡의 주인공은 내가 방금 감사해 마지 않았던 후배. 나는 얼른 대화창에 대답을 입력했다. “왜용. 다시 돌아가기 싫오용.” 진심이었다. 나는 이제 겨우 팝콘을 먹기 시작했을 뿐이다. 약속 장소까지

방 한 칸이 줄어드는 집으로 이사할 방법은? ③ - 미리미리 쓰레기

2025-04-11T08:21:27Z

이사 견적 내러 오신 분에게 이삿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게 뭐냐고 여쭸다.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라고 했다. 보통은 세 개 정도 필요한데, 우리 집은 정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라 두 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분이 가시고 마침 쓰레기봉투가 다 떨어져서 동네 슈퍼에 갔다. 평소보다 두 배 더 큰 20리터짜리로 세 개를 샀다. 온 김에 이삿날 필요하다는 75

방 한 칸이 줄어드는 집으로 이사할 방법은? ② - 가구 속 물건 버리기

2025-03-13T04:26:47Z

방 한 칸에 있던 물건들이 방 한 칸과 함께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둘째, 부피를 차지한 가구 속 물건 버리기 물건은 다양하지만 큰 부류로 묶으면 다음 네 가지다. 책, 옷가지(신발 포함), 장난감 및 학용품, 폐가전제품. 여름에 책장 속 책 일부를 일곱 보따리로 묶어서 한번 버렸던 게 이렇게 기특한 일일 줄이야. 사실 그렇게 버렸지만 책장은 여전히

방 한 칸이 줄어드는 집으로 이사할 방법은? ① - 가구 버리기

2025-04-06T11:25:08Z

버리는 일을 하고 있다. 방 하나가 덜 있는 집으로 이사를 앞둔 사람의 골치 아픈 숙명이다. 내가 풀어야 할 난제는 다음과 같았다. 방 한 칸에 있던 물건들이 방 한 칸과 함께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주관식 서술형이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답을 작성했다. 첫째, 부피 줄이기. 공간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것은 가구다. 그중 부피가 큰 것은 옷장, 서

맛있어. 엄마가 한 것 같지 않게. - 아들에게 받은 칭찬의 떨떠름한 정체

2025-01-20T22:45:07Z

늦은 시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걸어서 집에 온 승리가 뭔가를 찾는다. -귤 줄까? 딸기 줄까? -차가운 거 말고. 따뜻한 거 먹고 싶은데…. 따뜻한 거라. 어제 봉이 친구들 아침으로 주고 남은 어묵탕이 있었지. -어묵탕 먹을래? -…좋아. ‘좋아’라는 단어를 뱉기 전 잠깐의 침묵은 ‘과연 엄마가 한 어묵탕이 맛있을까?’임을 나는 안다. 그래도 조금은 자신

새해에는 - 다치지 않고 살 것

2025-01-02T22:44:31Z

이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판단한 내용에 내 마음을 다치게 무방비로 놔두지 말 것. 감정이라는 맨살에 속옷도 입히고, 내복도 입히고, 예쁜 옷도 입히고, 머플러도 채울 것. 내가 나를 감쌀 것. 순진한 척 무구한 척 있다가 다쳤다고 뒤늦게 호소하지 않을 것. 파스를 사놓기 전에 보호대를 찰 것.

수학 문제를 풀 때 연습장을 사용하세요 - 중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1

2024-12-20T02:52:44Z

수학 학원에 다녀온 아들이 책상에 문제집 교재들을 차곡차곡 올려두었다. 안 보는 게 약이다 싶어 일부러 안 보려 했지만, 새로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만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엄마의 책무이다 싶어 펼쳐 본다. 중간 이후 페이지부터 한 단원 정도가 연필로 푼 자국과 빨간펜 동그라미들로 가득하다. 혼자 한다고 하면서 문제집 첫 열 장 정도 이후

가을 아침 산책 - 10월의 어느 멋진 날

2025-02-02T22:54:24Z

아직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섰다. 창문을 열고 잠들어서인지 새벽 공기가 어깨를 시리게 감쌌다. 창문을 닫으려 일어났다가 어두컴컴한 밖을 보았다. 해를 기다리는 새벽의 어둠은 한밤의 어두움과 달리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 중년 여인이 팔을 저어가며 부지런한 양발을 서로 경쟁시키고 있다. 새벽 어둠은 밝다. 아침 해가 세수를 다 끝낸 듯 맑은 기운이 사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살다 보니 - <2024년 한국에 온 톨스토이들> 에필로그

2024-10-25T01:28:34Z

열두 살에 만난 질문: 왜 살아 있느냐 초등 6학년 때였다. 지금처럼 여름과 가을 사이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그때 입었던 갈색 줄무늬 7부 티셔츠가 기억난다. 그날은 시험공부를 한다고 독서실에 다니던 언니를 따라 독서실에 처음 갔던 날이다. 초등 6학년이 독서실에까지 가서 할 공부가 어딨겠는가. 자고로 언니들 하는 건 다 따라 해보고 싶은 게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살고 싶다 -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것은 사랑

2024-09-06T08:04:12Z

곽주호와 문희주는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였다.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소설의 첫 문장은 이보다 더 선명하고 더 유용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가 이 짧은 한 문장에 다 드러나니까요. 두 명의 주인공 이름을 알았고, 이름을 통해 성인 이성 두 명이 사건을 만들어낼 것이 예측되며, 장소는 수영장이고, ‘꼴찌’라는

사라진 헌책 일곱 보따리 - 중2 아들은 초2 아들이 아니다

2025-04-15T04:10:03Z

책을 버렸다. 나와 길게는 25년 지기 책까지 포함했다. 책을 사면 버리지 못해서 이사를 할 때마다 책이 많아져 어느 해에는 이사를 위해 책장을 몇 개 더 짰다. 1년 전쯤 책을 안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좋은 책을 발견하면 바로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고는 했다.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김종국의 방을 공개한 적이 있다. 물건이 쟁여 있고, 창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과의 사투 뒤에 남은 것 - 톨스토이가 묻는다: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겠소

2025-05-07T23:50:18Z

죽음을 곁에 둔 한 남자의 삶 서른다섯 살에 첫아이를 본 남자가 있습니다. 인기 작가였고, 몇 년 뒤에는 대하장편소설(<전쟁과 평화>)로 대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사랑하는 부인과 귀여운 자식, 사회적 명성과 풍족한 살림.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완벽한 성공의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는 그 무렵부터 남자는 삶에 대한 회의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