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필러 주입

2025-04-29T21:38:46Z

한국에 와서 별거 다 해 본다. 되돌아보니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너무나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언니는 작년부터 쌍수를 할꺼라며 노래를 불렀고, 나는 친구와 약속 시간 1시간을 남기고 동행을 했다. 최근 필터 없는 가족들의 “너 이마가 왜 그래?”를 반복적으로 듣다가 나는 생전 관심 없던 나의 이마를 자꾸 들여다보게 되었고, 급기야는 거울을 볼 때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피워내는 꽃을 보며

2025-04-28T12:48:17Z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내 감정은 나의 것인 것을… 누군가 나에게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떤 때는 가볍게 농으로 받으며 웃어넘길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맛있게 먹던 생선의 가시가 갑자기 목에 박힌 것처럼 말이 흘려보내지지 않고 심장에 뾰족하게 박힐 때가 있다. 그날도 보통의 평범한 하루였는데, 웬일인지 나의 감정은 뾰족해져서 남편

쓰잘데기 없는 수다

2025-04-10T07:51:42Z

몇 개월 만에 만난 중학교 때 친구 30년이 넘는 우정이다. 이민을 나가는 바람에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 예전에 싸이월드로 연결돼 있던 친구들도 싸이월드의 폐쇄 당시 본인 인증 실패로 로그인이 불가해서 연결이 끊겼다. 전화번호가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흐지부지 친구들의 연락처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친구들이 아직

엄마의 말습관

2025-04-10T14:32:56Z

우리 엄마는 전라도 출신이시다. 서울살이 40년이 넘으셨지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솜씨는 여전하시다. 예전 어느 예능 프로에서 전라도출신 트롯 가수가 서울 말씨를 써보겠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억양때문에 티가 나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나도 서울살이가 40년이 넘고 심지어 시골 사투리가 채 굳어지기 전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사투리와 억양이 쎈 엄마

내가 몰랐던 엄마의 이야기

2025-04-12T23:12:40Z

긴 비행을 하고 엄마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어디에 여행을 다녀오냐는 기사님의 질문으로 스몰토크를 하다 보니 엄마 집 근처다. 한국에 오면 선불폰으로 데이터를 구매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대략 몇 시쯤 도착 예정이라는 톡을 하고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저 멀리 엄마가 보인다.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 되는 딸을 반갑게 맞이하려 무턱대고

뭐 하는 짓이야? 기분 나빠!!!

2025-04-05T09:51:55Z

조용한 버스 안 “엄마 뭐래? 오늘 휴강이래?” “스피커 교체 작업 한다고 오늘 수업 못할 수 있대. 다음 주에 20분씩 연장 수업 해 준다고 하네.” 어디론가 전화하는 엄마 “야 어이가 없네 아니, 스피커 교체 작업한다고 이제야 연락을 하면 어떡해? 나는 이미 가고 있는데. 뭐 하는 짓이야? 기분 나빠. 비도 오는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그냥 근

그래서 우리의 토토는 어떻게 되었을까?

2025-04-04T17:48:44Z

아직 잊혀지지 않은 나의 토토 한국에 오면 꼭 가고 싶은 1순위가 교보 문고였다. 우리말로 된 책들이 가득한 곳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어보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었다. 잔잔한 음악과 예쁜 팬시 제품들을 구경하다 나의 발길과 손길을 잡은 것이 있었으니..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의 토토를 만났다. 42년 만의 후속

양하를 아시나요?

2025-04-04T09:53:00Z

양하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저 식물을 머릿속에서 꺼내 실체화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저 식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아님 내 상상에 의한 이미지인지도 많이 헷갈렸다. 지난번에 노란 분꽃이 나를 어린 시절의 나로 이끌었을 때 또다시 저 식물이 기억에 떠올랐다. /@todobien/79 시골에서 서울

장거리 비행 시 꼭 챙겨야 하는 나만의 리스트 - 나만의 여행 노하우

2025-04-01T23:28:48Z

엄마를 만나러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멀고 멀지만,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다수의 장거리 비행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비행의 필수품을 정리해보려 한다. 1번 : 수면안대 안 써볼 땐 몰랐는데 한 번 써보고 나서는 1순위로 챙기는 아이템이다. 몸은 피곤한데 옆좌석의 모니터의 불빛이나 창의 덮개를 열어둘 때 햇살이 눈부셔서 잠을 이루

오늘 저녁은 카레 먹자

2025-04-01T07:01:22Z

철이 없었는지 순진했었는지 미련했었는지 …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그다지 귀한 대접을 받아 본 기억이 없는 나는 용감하게도 둘째의 산후조리를 시어머님께 부탁드렸다. 내가 이민을 나온 상태에서 첫째를 나았기 때문에 첫째 때는 언니가 산후조리를 해줬었다. 엄마는 아빠의 식사를 챙기셔야 했기 때문에 외국에 나 오실 형편이 못 되었다 언니는 그 당시 외국에서는

새들처럼 - 꽁냥꽁냥

2025-04-01T05:36:00Z

며칠 전에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갔었다. 새 공원이었는데, 새들의 화려한 색상에 매혹되어 아이처럼 탄성을 지르며 구경했다. ( 입장 전에 새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는 수칙을 들었기에 최대한 입틀막 하면서 …) 그중에서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요것들.. 작은 새장에 갇혀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뭐가 그

분꽃이 왜 분꽃인지 아시나요?

2025-03-27T13:28:26Z

한국 땅이 아닌, 아니 한국과 반대편에 있는 이 나라에서 한국의 것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게 특히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연관이 돼 있다면, 반가움을 넘어선 울컥~하는 감정이 복 받힌다. 오늘 우연히 분꽃을 만났다. 그것도 매일 출근하는 나의 일터가 있는 곳 공터에서. 언제 적부터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예쁜 노란 분꽃이 수줍게 피어

왜 전기포트에 물을 가득 채우는 걸까?

2025-03-27T18:17:15Z

이것도 ‘빨리빨리’ 외치는 한국 사람만의 종특(?)일까?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슈퍼에 가서 계산대 앞에서 줄 서는 기다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슈퍼 가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인터넷 구매를 해서 집으로 배송시킨다. 가끔 급하게 한 두 개가 필요하면 자율 계산대(auto cajero)에서 계산을 한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도 미리 인터넷

한국 갈 준비

2025-03-27T09:43:47Z

이제 슬슬 한국 갈 준비를 하나둘씩 하고 있다. 당연히 제일 걱정되는 게 먹거리라..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외국밥을 많이 해 놓았다. 아직 둘째가 고딩이라 도시락을 가져가기 때문에 그게 제일 신경이 쓰인다. 한국은 예전부터 급식이 자리 잡았지만 이 나라는 각자 가져가거나 학교에서 사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사 먹으려면 길이 너무 길어서 점심시간을 허비한다고

우리 막냉이 온다고

2025-03-25T10:18:19Z

조만간 한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작년엔 우리 가족 7명, 완전체가 모여서 여행을 갔다. 이번해엔 개인적인 이유로 큰언니가 불참해서 5명이 모인다. 작년에 비해 2명이 부족하다. 이제 한 자리는 영영 채우지 못한다. 언젠가는 5명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 날도 오겠지.. 아빠가 가신 후에 많은 감정들이 뒤엉켰다. 슬픔, 억울함,

설탕을 잔뜩 넣은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2025-03-25T01:40:14Z

예전에 일 때문에 마이애미에 물건을 구매하러 갔었다. 마이애미는 미국이지만 블루칼라의 일들은 대부분 히스패닉계들이 하는데 그중에서도 힘을 많이 쓰는 일들은 특히나 흑인들이 많이 했다.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현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어찌 보면 난 참 쉽게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노동자들이 그렇게 하루 종일 힘을

남편이 방문을 잠그고 잤다

2025-03-27T14:46:26Z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는다는 것은 어쩐지 불편을 감수할 일이 더 많아지는 일 같다. 젊은 시절보다 소화가 안 되거나 머리가 빠지거나 주름이 늘거나 아직 젊을 때는 늙음 혹은 나이가 들어감이 무엇인지 잘 공감을 못 할 것이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단다.” 내가 좋아하

밤에 티비 함부로 보면 안 된다

2025-03-21T05:01:23Z

요즘 살이 너무 찐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기초대사량은 점점 낮아지고, 움직임은 점점 없어지니 뭐 당연한 결과겠지. 나도 한 때는 먹어도 살이 안 쪘는데(?)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먹은 거에 비해서 살이 덜 쪘다. 그런데 요즘은 살이 쉽게 찌고 미운 부위에 살이 붙는다. 브라 라인 위아래로 살이 툭튀하고, 등살과 뱃살에 지방이 많이 붙으니 바지 허리사

내가 1.5세 코스프레하지 말랬지?

2025-03-21T06:28:54Z

남편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라서 거의 30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그런데 왜? 이민 1.5세 코스프레를 하는지 모르겠다. 일례로 남편은 처가와 시댁을 구분 못한다. 누구네집 얘기 하다가 시댁과 친정과 며느리 뭐 이런 얘기가 나오면 남편의 리액션 버튼이 멈춰지고, 순간 멍해지는 순간이 있다. 친정이랑 시댁이랑 헷갈리는 거다. 또 처형과 제수씨도 헷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5-03-18T12:10:23Z

예전에 설경구 배우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팬카페에 가입하기까지 했었다 ㅎ 무슨 영화가 계기가 되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잘생긴 장동건이나 김민종이나 손지창 같은 사람들은 나에겐 별 매력이 없었다 설경구의 살짝 작은 눈에 찢어진 듯, 날카로운 눈과 가끔씩 시니컬하게 웃는 모습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 내 눈에는 아직 섹시해 보

창가의 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