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숙명

2025-04-27T08:02:04Z

앞 장에서 우리는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선택에 따라 운명의 물줄기가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운명은 어느 정도까지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운명’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복합적인 속성을 먼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삶29 시간이라는 손님

2025-04-26T11:25:38Z

시간의 상대성 "젊은 시절에는 하루가 짧고 1년은 길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1년은 짧고 하루는 길다." 출근길에 명언을 읽어 주는 유튜브 채널에서 들은 이 말은 곧바로 내 뇌리에 꽂혀 다른 말들은 다 잊어버리고 이 한마디만 남았다.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의 결이 담겨 있어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삶28 인간관계에서 가장 00한 것은?

2025-04-21T07:30:44Z

인간관계에서 * 가장 어리석은 일은 사람을 믿는 것이고 * 가장 현명한 일은 나 또한 그런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 가장 힘든 일은 싫은 사람 좋아하는 것이고 * 가장 쉬운 일은 좋은 사람 좋아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 가장 못 믿을 것은 나의 사람 보는 눈이고 * 가장 믿을만한 것은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인IV26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살지 않으려면

2025-04-07T04:35:43Z

물고기는 미끼 속에 들어있는 낚싯바늘을 보지 못해 아까운 생명을 잃고, 원숭이는 먹잇감이 든 항아리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우리네 인생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과 덫이 곳곳에 널려있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남들이 드리운 바늘이나 덫에 걸리기보다 스스로 쳐놓은 그물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삶27 토씨 한 자의 위력

2025-04-05T23:06:45Z

엘리베이터 안의 혼란스러운 문구 병원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된 여러 개의 홍보 포스터 중 아래의 내용을 담은 인쇄물 하나가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적정성평가 1등급 획득!」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담당 부서인 행정실에 전화하여 이 문구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것은 저희가 작성한

인IV25 한결같은 사람이 되어라

2025-04-29T08:38:48Z

반장이 된 한결 며느리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아버님~~~~ 결이가 학급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그러면서 회장 출마 때 쓴 포스터 사진을 보내왔다. 포스터에 쓰인 표어 내용을 보니 볼수록 대단하다. "와~ 이 표어 누가 지었노?" 그랬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전직 초중고 회장을 맡으신 한승윤 님의 아이디어입니다 ㅋㅋㅋㅋㅋ

환12 칭찬의 힘

2025-03-23T07:33:27Z

스님의 칭찬 한마디 환자 준비되었다는 말에 초음파실로 가 검사대 등받이에 기대어 누워있는 환자와 인사하며 바라보니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이 영락없는 스님이다. 의자에 앉아 탐촉자를 들고 검사할 배를 보니 그 하얀 피부에 티 하나 없어 깜짝 놀랐다. 환자는 68세 남자. 평생을 남의 배만 보며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의 눈에 그렇게 희고 맑고 깨끗한

환11 남이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의 의미

2025-03-15T01:51:13Z

나를 찾는 환자들 병원을 옮긴 지 한 달이 넘어서던 어느 토요일, 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방사선사로부터 카톡 문자가 욌다. 「교수님! 잘 지내고 계세요?ㅎㅎ 1병원은 좀 어떠신가요?! 저희는 환자들 중에 교수님 찾으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교수님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ㅎㅎ 물론 저희도 보고 싶답니다�� 결혼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벌써 다음 달

삶26 인공지능 챗봇, 이 정도로 빨리 진화할 줄이야

2025-03-08T21:59:02Z

의문의 메일 한 통 며칠 전 Adobe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메일이 한 통 왔다. 그리고 'Your membership renewal will be automatically processed each year for'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Your membership renewal will be automatically proc

삶25 우리말을 망치는 원어민 유튜보들

2025-02-27T08:59:05Z

때는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 그동안 점점 국민의 외면을 받아오던 지상파 방송의 자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유튜브가 꿰차고 앉아,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10년 안에 방송국이 과연 몇 개나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남 탓 할 것 없다. 모든 게 다 다업자득이다. 종편은 말할 것 없고 공익성, 공정성, 공공성

나18 새로운 시작(2)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2025-03-15T02:23:20Z

낯선 것과 친해지기 역시, 나이 들어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 병원은 설립한 지 19년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상근 영상전문의가 없었던 터라 내겐 참으로 만만찮은 곳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판독시스템을 구축해야 했고, 판독 전용 모니터도 마련해야 했고, 판독실 겸 내 방도 새로 꾸며야 했고, 모든 비품과 그 배치도 내 신체

유머58 세상의 천재들에게 웃으며 욕하는 방법 - 버나드 쇼와 여배우 스텔라 캠벨

2025-04-02T01:14:09Z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년 7월 26일 ~ 1950년 11월 2일)는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작가(소설, 희곡), 비평가, 정치 활동가로서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여겨졌으며, 1925년 노벨 문학상과 1938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나17 새로운 시작(1) 낯선 곳, 낯선 사람들 - 첫 만남

2025-03-15T02:08:36Z

내가 직장을 그만두기 꼭 2주 전인 12월 27일 오후, 나는 옮겨갈 병원에 사전답사를 갔다. 최근 5년간, 거의 가 본 적 없는 익숙지 않은 길로 차를 몰고 가는 동안 가슴이 답답하니 뭔가 조여드는 듯한 느낌이 와 신호대기 중 심진정제(cardiac sedative)를 한 알 먹었다. ‘퇴직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이런 증상은 정년퇴직 후 두어 달 만에 나

나16 이별연습(2) 정든 이들과의 이별

2025-03-15T02:06:08Z

아내에게 종종 말하곤 했다. 나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적당한 일의 양에, 그에 맞는 보수에, 내 실력 알아주고 높이 평가해 주는 사람들에, 내 다리 상태에 꼭 맞는 원내 동선(walking distance)에, 맛있는 식당 밥에…. 나는 이 모든 것에 만족해 마치 이 병원이 나를 위해 지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곳에

나15 이별연습(1) 정든 곳과의 이별

2025-03-15T02:05:47Z

첫 번째 이별 인생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이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역마차를 타고 가는 여행과 같다. 그러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가진 것 모두 내려놓고, 입고 있던 유신마저 벗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마중 나온 천국행 마차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기에 그 여정의 2/3 쯤 되는 지점을 지나면 그때부터 하나하나 내려놓는 이별 연습을 해야 하고, 그중 제일 먼저 다가오

인IV24 참으로 오묘한 인간관계(하)

2025-03-23T00:19:06Z

찐사나이 그와 내가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6년. 당시 그는 주로 공직자들의 비리를 캐고 수사하는 검찰 특수부의 수사계장이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사립의대 교수와 검찰 특수부 수사관. 평생 가도 서로 얼굴 한번 볼 일 없을 것 같은 이 조합이 어울리게 된 것은 당시 집안에 휘몰아친 한 불행한 사건 때문이었다(이 일은 나중에 「보조기

인IV23 참으로 오묘한 인간관계(상)

2025-02-02T05:12:14Z

#Scene 01: 1993년경 전문의 취득 후 대학병원 전임강사로 첫발을 내디딘 지 10년쯤 되던 해. 하루는 출근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응급실 쪽으로 가는데 응급실 앞 복도에서 타과 레지던트 둘이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었다. 그들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 한 사람을 두고 서로 자기 과 소관이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나는 그들 앞을 지나가

환15 그녀와 내가 살아내야만 할 이유(하) - 인생의 의미와 살아내야만 할 이유

2025-03-15T02:01:24Z

나를 일깨운 그녀 내 방으로 돌아와 그녀의 사는 형편에 대해 알아본 직후, 내 머릿속에는 그녀와 나를 비교하는 그림이 주마등처럼 휘리릭 돌아갔다. 그녀는 뇌성마비, 나는 소아마비.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장애인이 되었고, 나는 생후 1년쯤은 정상인으로 살았다. 그녀는 온몸의 근육 강직으로 무릎 한 번 구부리기도 쉽지 않은데, 나는 모든 관절이 다 유연하다.

환14 그녀와 내가 살아내야만 할 이유(중) - 소아마비 인생

2025-03-15T02:00:28Z

지난 삼 년간 참 힘들게 보내왔다. 다리에 생각지도 않은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런 증상도 없는 데다 정상인(normal person) 중에도 다리가 어느 정도 뒤로 휘어지는 사람을 자주 보아온 터라 내 오른쪽 무릎이 뒤로 젖혀지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3년 전쯤 어느 날, 출근하여 차에서 내려 오른발을

환13 그녀와 내가 살아내야만 할 이유(상) - 뇌성마비 인생

2025-03-15T01:58:42Z

환자 준비되었다는 보고에 판독실에서 나와 초음파실로 가는데, 대기실에 앉아있던 한 젊은 여성이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 얼굴인 걸로 봐서 전에 나에게 초음파 검사를 받았던 환자이겠거니 싶어 고개 숙여 답례하고 검사실로 들어가 준비된 환자를 보았다. 검사를 마치자 어시스트하는 직원이 "재진 환자 대기 있습니다." 하길래

한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