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레몬티 19 - 겨울 애상

2025-04-27T23:18:16Z

# 1 교실 (졸업식, 학생들 저마다 무리를 지어 사진을 찍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 모두 환한 얼굴에 기대와 즐거움이 묻어 있다. 여름,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민준우의 자리만 보고 있다.) 이유민 (여름에게 다가와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여름 (이유민을 돌아보며) 아니야. (김민규도 두 사람 곁으로 다가온다.) 김민

봄날이 갔다. - 시

2025-04-25T21:45:36Z

봄날이 갔다. 지난밤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일어나 앉아 비바람 따라 떨어지는 목련의 안위가 궁금했다. 한낮 땅바닥을 뒹굴던 꽃잎을 보기 민망해 눌어붙은 미련까지 다짐을 받아 쓸어버렸다. 한밤 창문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봄이 가는 소리는 빗물보다 눈물에 젖은 봄색이 염려가 되었다. 가버린 다음에는 소용없겠지만 눈앞에 두고 가는 꼴은 또 못 보겠다. <

세상에 숨어있는 별 - 언제나 빛은 빛난다.

2025-04-26T00:18:58Z

세상에 숨어있는 별 삶이 정해진 길을 벗어나 한 발 잘못 디딘 방향으로 흐르다가 주저앉았다. 길 위에서 벽에 기대어 손을 더듬어 애써 빛을 찾아냈다. 깊게 파인 어둠 속에 가둔 기억이 스멀스멀 벽을 기어오를 때쯤 까만 하늘에 별이 하나둘 불을 켰다. 이름을 새겨 놓은 별을 세며 한 치 앞에 발자국을 새겨 놓고 숨 가쁘게 돌아가오는 길, 이정표로

드라마, 레몬티 18 - 사라지다.

2025-04-26T00:19:15Z

# 1 책방 앞 (여름, 헐레벌떡 뛰어온다. 책방 문이 잠겨 있는 것을 알고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고 실망으로 처진 어깨 위로 고개를 떨구고 발길을 돌린다.) # 2 교실 (막 등교한 학생들로 교실 안이 어수선하다. 여름이 교실로 뛰어 들어오며 민준우를 찾는다.) 여름 (민준우의 짝꿍을 보며) 민준우는? 민준우의 짝 (여름이

비의 애가 - 벌써 17년..

2025-04-19T14:10:27Z

비의 애가 새벽부터 창문 앞에 쏟아붓는 빗소리 바람까지 덩달아 쉴 새 없이 문을 흔들어댔다. 피곤이 자꾸만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시계는 양쪽 볼을 찰싹이며 잠을 깨웠다. 밤새 꿈속을 달리던 발자국은 뒤걸음으로 하루를 지우고 방문턱을 넘었다. 겨우 눈뜬 눈동자가 알람을 끄고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었다. 빗소리가 눈물방울로 떨어질 즈음 누군가의 부고가 들

꽃눈이 날린다. - 봄이 간다.

2025-04-20T00:05:38Z

꽃눈이 날린다. 분홍 꽃눈이 날린다. 하얀 서리도 없이 찬 기운도 없이 한낮 햇살에 고개 숙여 흔들리는 바람 따라 꽃눈이 내린다. 계절 감각은 물 차오른 초록 잎에 새기고 색 고운 잎을 떼어내어 연서 곱게 적어 놓고 꽃눈이 날린다. 깊은 한숨이 파란을 일으키고 나뭇가지를 간지럽혀 괜한 짓을 하였다. 봄 온 소식 다 전하지 못하고 꽃이 진다. <대

별은 가깝다. - 사라지지 않는다.

2025-04-25T13:10:36Z

별은 가깝다. 함께 걷던 길을 홀로 걸으며 두리번 갈피를 못 잡고 수없이 왔다 갔다 이정표를 읽으며 돌아가는 길은 무섭다. 밤 중 모두 잠든 공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차갑게 식고 그리움만 뜨겁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은 앞에 있는데 혼자 가든 둘이 가든 똑같이 외롭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진심은 빗물이 섞여 싱겁다. 코끝으로 파고드는 쓴 눈물은

드라마, 레몬티 17 - 제자리를 위한 대가

2025-04-19T05:16:53Z

# 1 헌책방 안 (캄캄한 실내에 한 차례 바람이 불고 책방 전체가 흔들린다. 곧 흔들림이 멈추고 책방 안이 환해졌다가 어두워지고 안 쪽 책장 앞에 민준우와 여름이 서 있다.) 여름 (놀라서 두리번거리며) 너, 무슨 짓이야? 민준우 (책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며. (투명스러운 민준우의 대답에 뒤로 물러서는 여름. 민준우, 결심한 듯 가

오늘이 가기 전에.. - 먼데이키즈의 스쳐가는 인연이 되지 마요.

2025-04-13T13:54:17Z

오늘이 가기 전에.. 뒤돌아 서서 미련의 온기가 흐르는 등 뒤로 그대의 한숨 소리가 차갑게 들렸어요. 마주 보는 게 불편한 어느 날부터 옆 눈으로 보는 그대의 얼굴도 슬며시 거리를 두는 발걸음처럼 식어갔어요. 처음 약속은 서로에게 짐이 되었고 안부를 묻는 것조차 의무가 돼버렸어요. 말로 터놓고 한 적은 없었어요. 말이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달라진 말투,

슬픈 꽃이 진다. - 목련이 진다.

2025-04-12T13:02:53Z

슬픈 꽃이 진다. 목련이 진다. 35년 전 아버지가 심어 놓은 목련이 빈자리 아랑곳없이 피고 진다. 상복 위에 핀 상장처럼 흰 꽃잎이 탈색하여 갈잎으로 땅바닥에 뒹굴었다. 하늘을 우러러 탐스러운 웃음을 웃다가 모두 털어내고 올라간 그날처럼 우수수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슬픈 꽃이 진다. 발자국 찍힌 꽃잎을 붉은 피로 물들인 손가락으로 고이 모으다가 오

앞선 발걸음 - 계절이 지나는 자리

2025-04-11T13:10:46Z

앞선 발걸음 한낮의 온도가 20C °를 넘어 얼굴로 여름 햇살이 쏟아지고 바삐 걷는 걸음에 눅진한 땀이 맺힌다. 1년을 넷으로 나누어 사계절로 정했지만 예전 그때보다 계절 가늠이 어렵다. 아침 싸한 공기에 옷깃을 여미고 한낮 후덥지근한 온기에 손부채를 흔든다. 파고드는 공기는 그나마 선선한데 곧 올 한여름이 걱정된다. 봄볕 피하자고 펼친 양산이 라벤

홀로 겨울 - 얼어버린 마음

2025-04-12T14:26:25Z

홀로 겨울 한쪽이 줄을 놓으면 아직 잡고 있던 쪽으로 줄이 끊어져 내려앉았다. 수없이 당기고 밀며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 해놓고 슬며시 놓아 버렸다. 마음이 다한 것을 매달려 붙잡아도 돌아선 그쪽은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이어질 듯 끊어진 줄을 둘둘 말아 베개 밑에 감추고 꿈속에서라도 찾아보려다 부르고 불러도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그만두었다.

드라마, 레몬티 16 - 두려움을 뚫고..

2025-04-07T04:34:44Z

# 1 여름의 방안 (대치 상태인 여름과 민준우. 서로 시선을 떼지 않고 서 있다.) 민준우 (침묵을 깨고) 여름아. 여름 (민준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언제부터야? 민준우 (여름의 시선을 피하며) 1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여름 (민준우의 즉답에 어이없다.) 벌써 2년이네. 그동안 잘도 속였네. 민준우 (여름의 말에 마음이 상한다.) 네가 그렇게 말하

비가 온다. - 할미꽃은 괜찮은지..

2025-04-16T12:07:00Z

비가 온다. 지난주 모두 마음 모아 기다리던 비가 온다. 새벽 후두둑! 창문 밖 야단스러운 소리에 일어나 앉아 늦은 비에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연일 건조주의보와 불조심 주의 안전문자가 쉴 새 없이 휴대폰을 울리고 주말 한식 절기에 노심초사, 한번 데인 마음은 비가 간절하기도 했다. 언제나 크게 놀라야 경각심이 생기는지. 놓치고 잡더라도 봄바람에 화재

목련이 지기 전에.. - 4월의 꽃

2025-04-04T11:06:56Z

목련이 지기 전에.. 그리움을 하얗게 접어 꽃송이에 감추고 두 손 모은 기도로 목련이 피었다. 숨은 사연을 펼치지 않아도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양을 보니 밤새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나 보다. 서둘러 가는 봄을 붙잡아 마지막 말을 전해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잠시 머물다 가라는 당부만 하고 또 했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사랑, 그 아픈 걸.. - 아파도 사랑

2025-04-01T02:41:06Z

사랑, 그 아픈 걸.. 가는 길을 두 팔 벌려 온몸으로 막아서도 제 갈 길 찾아가는 걸 뒤돌아 뛰어가도 그림자조차 방향을 바꿔 가던 길 돌아가는 걸 누구도 등 떠밀지 않아도 선뜻 부지런히 서두르는 걸 사랑, 그 아픈 걸 수없이 눈물의 노래를 목 터지게 불러 놓고 또다시 늪인 줄 모르고 빠져드는 걸 사랑, 그 아픈 걸. <대문 사진 출처/Pixa

드라마, 레몬티 15 - 마주한 두려움

2025-03-31T04:14:58Z

# 1 민준우의 집 앞 (여름, 마주 보고 있는 민준우.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못 하는 민준우를 바라보고 있다.) 여름 (날카로운 목소리로) 너, 어떻게 된 거야? 아니, 너 뭐야? 민준우 (고개를 들고 여름의 시선을 마주 본다.) 여름 (조금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왜? 아무 말도 안 해? 민준우 (뭔가 결심한 듯) 어떻게 알았어? 여름 (이제 화가

시간의 온기 - 빈자리

2025-03-30T23:44:39Z

시간의 온기 오늘을 배웅하고 내일을 마중하는 시간 쓸데없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기시감에 온몸이 곤두서고 시곗바늘 위치가 궁금해졌다. 어느 순간 반복되던 일이, 뭔가 빠진 것이 있는 것처럼 가방을 뒤적였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오늘 그 시간 그 자리 머문 자리 온기가 바람 따라 흔적을 감추고 애써 기억 저장실에 가두어 놓은 문을 두드리고 말았

길 - 앞

2025-03-28T15:47:01Z

길 목적지를 정해 놓고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니 방법이 여럿이다. 가장 빠른 길도 있고 여러 번 환승해야 하는 길도 있다. 교통편도 한 둘이 아니다. 너무 많은 길이 지름길을 찾는 것을 방해해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다가 주저앉는다. 눈앞에 놓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며 자신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 좌절하고 실패의 눈물이 앞을 가려도 길은

언제나 예감은 아프다. - 이별의 예감

2025-03-28T06:08:27Z

언제나 예감은 아프다. 버스 안에 흐르는 그 노래 시간보다 빠른 걸음으로 내일을 향해 달리고 마음보다 먼저 앞서가는 발자국은 흔적에조차 속도가 붙어 내달렸다. 지나치는 거리 풍경에 덧대진 감정은 내 속도를 따라 역주행했다. 밤을 새우는 별들에 숫자를 붙이며 새벽을 가로막아 붙박이로 앉아 속내를 헤집는 노래는 끝이 보이는 일출을 기어이 불러냈다.

봄비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