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말고, 한 달 하기

2025-04-27T13:57:47Z

1년 만에 선배와 점심을 먹었다. 지난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언제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의례적인 말이 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선배와는 20년을 알고 지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도 두세 번 만날 만큼 가까웠는데, 한 달에 두세 번, 일 년에 두세 번으로 줄다가 이제는 정말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빌려준 돈을 받는 방법은 안 빌려 주는 것이다.

2025-04-24T02:13:05Z

밤 11시가 넘은 시간 자기 전에 주가를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열었다. C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내 전화는 밤이 되면 방해금지모드로 전환된다.) 메시지를 보는 대로 전화를 달라는 문자도 남겼다. 오밤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다. 100만 원만 빌려 달란다. 저번에 같이 식사했던 C사장이 자기 직원 D에게 어떤 사정이

퇴사한 직원이 근처에 경쟁업체를 차렸다.

2025-04-19T07:54:02Z

무표정 단골 커피숍에서 일하던 직원을 내가 기억하고 지칭하는 표현이다. 꽤 오래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몇 년을 다녀도 그의 표정변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 무표정과는 주문 이외에는 스몰 토크 한마디를 해보지 않았을 거다. 바리스타 수상경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고 하던데, 사업 수완이 좋은 사장 밑에서 월급 받고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장사는

그게 내 몫인가?

2025-04-05T14:20:42Z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속된 말로 닭대가리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감추고 싶은 닭대가리 기질이 있으니 그것은 나의 오지랖이다. 애써 부인하고 다짐을 해도 참기 힘든 재채기 마냥 결국 또 해버리곤 한다. 나는 전체를 보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어디를 채워야 하는지, 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잘 파악하기 때문에 어딜 가든 일머리가 있다는 소

오메 허풍 들것네

2025-04-03T21:11:14Z

옷을 단순하게 입고, 머리를 박박 밀고 사는 것의 좋은 점은 마음도 그만큼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정욕구가 발동할 때마다 자유롭지 못함을 자각해 왔는데, 그런 단순함을 택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안정시켜 주었고 그로 인해 자존감도 높아졌다. 잘 보이려는 생각이 앞서다 보면 불필요한 마음 낭비는 물론이며 불필요한 지출 역시 따르기 마련이었다.

보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셀프 보험 만들기

2025-04-17T05:32:34Z

소위 1세대 보험에 가입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조금 있으면 보험의 만기가 다가온다. 보장금액은 언제나 그대로지만 나이 든다는 이유로 야금야금 오르는 보험료가 불만이다. 하지만 후유장해와 사망과 관련한 20년 납이 곧 만기가 다가오니 조금 기다려보려고 한다. (누구는 도수치료를 상습적(?)으로 받으며 알차게 빼먹는다는데 나는 도수치료는 한 번도 받

연재 브런치북 안 만들기

2025-04-09T09:35:03Z

글을 쓰고는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썼던 게 '제목으로 끝말잇기'였다. 평소에 아들하고 끝말잇기 놀이를 하다 보면 키득대며 반복하던 패턴이 있었는데 그것을 인용해 쓴 것이다. 전혀 관계없는 단어로 글감을 생각하다 보면 뭐라도 쓰겠지 싶어서다. /brunchbook/morgetta 과연 써질까 싶었는데 20화 전부

부부는 후천성 쌍둥이다. - 이혼숙려캠프

2025-03-25T12:03:49Z

마트에서 커다란 카트에 과자와 음료수를 잔뜩 담아 이동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나 자식들 할 것 없이 다들 동글동글 붕어빵이다. 같은 식습관을 가지면, 체형뿐만 아니라 얼굴의 모양도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더해 부부가 희로애락의 세월을 함께 겪다 보면 서로 인상마저 비슷해진다. 그래서 부부는 닮아간다. 본래 다른 가정에서 태어나 다르게 살아왔지만

새 출발한 와이프를 생각하며

2025-03-20T09:47:03Z

사업을 하고 있기에 나의 출근시간은 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일이 많을 때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할 때도 있지만 1년을 두고 봤을 때 그렇지 않은 기간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평소에는 오전과 낮시간에는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꽤 자유롭다. 이런 시간을 함께하는 짝꿍이 있었으니 그분은 다름 아닌 나의 와이프다. 와이프는 결혼을 하고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을

어휴, 야식을 도대체 어떻게 먹었지?

2025-03-14T07:35:59Z

저녁을 먹고 나면 와이프와 산책을 나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는 우산을 쓰거나 롱패딩으로 중무장을 하고서라도 나온다. 맛있게 먹은 저녁이 혈관 내에서 떠돌아다니지 않고 근육에 흡수될 수 있도록 한시간을 걷는다. 각자의 오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서 주로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도는데 그날따라 큰 길가까지 가보고 싶어졌다. 번화

스뎅 그릇에 대한 로망 - 스텐 그릇

2025-03-21T12:17:12Z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의 음식은 같다. 차이가 있다면 그릇이 다를 뿐이라고 한다. 마치 표구나 액자를 그럴싸하게 해 놓으면 (적당히 조명도 고독한 느낌으로 쏴주면) 대충 물감을 뿌려놓은 장난질도 진짜 화가의 그림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요리사들이 여느 냉장고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를 가지고도 파인다

눈엣가시 경쟁업체가 망했다.

2025-03-07T20:15:51Z

거기는 내 험담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한번 콱 쥐어박아 줄까 싶기도 했었다. 그런 인간하고는 절대 만나지도 엮이지도 말라는 와이프의 단속에 오랜 기간 참고 넘어갔드랬는데 그 사장 결국 폐업한다. "거기 내가 샷다 내리게 할 거야." 그 사장이 자주 하던 말이란다. 굳이 나를 뒤에서 폄하하고 없는 말을 그렇게 사람들에게 한다고 적진에 가본

금연 금주도 절세다.

2025-03-09T21:39:09Z

연말정산이 끝났다. 법인 대표도 월급쟁이라 연말정산을 기대하는 건 마찬가지다.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언제 이메일이 올지 오매불망 기다리던 어느 날 메일함에 이미 도착해 수줍게 웃고 있는(?) 메일 제목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ㅋㅋㅋ "환급이로구나!!!" 환급분은 이미 용처가 정해져 있다. 수중에 들어온 현금으로 나는 언제나 그렇듯 근

겨울에는 웬만해선 걷지 않는다.

2025-03-10T22:48:10Z

달리기 하는 사람에게 겨울은 좋은 점도 있다. 그건 어지간히 달려도 땀이 나지 않는 데 있다. 땀이 나지 않으니 낮에는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몸에서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는 노상 뛰어다닌다. 주차장에서 나와 사무실에 갈 때, 퇴근할 때 주차장에 갈 때,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문구용품을 사러 갈 때 그리고 점심이나 가까운 약

새해 복 문자 하나도 안온 거 보니 나 잘 살고 있구나 - 꿋꿋하게

2025-03-01T07:09:01Z

올해도 새해 복 받으란 문자 하나 안 왔다. 나 잘 살고 있구나 싶었다. 꿋꿋하게 말이다. ㅋㅋㅋ 나는 명절에 Ctrl+C, Ctrl+V로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문자나 이미지를 받는 것이 썩 반갑지도 않고, [web발신]이 찍힌 인사 문자는 안 보내느니만 못한 것 같다. 회사 다닐 때 회사 안팎에서 또는 사적으로(하지만

물가야 아무리 올라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안 사 입지

2025-03-01T09:12:56Z

와이프는 잠옷 겸 집옷으로 입고 있는 흰 티 목둘레가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입고 있다. 그게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겠다고 가만히 있어보라 했다. 흰색 반팔티는 겉옷 안에 받쳐 입는 것으로 역할을 시작한다. 그러다 색이 좀 바래거나 낡아 보이기 시작하면 이렇게 잠옷 겸 집옷으로 좌천(?)된다. 그런데 사실 자주 입는 후드티 안에 입으면 별 표시가 나

굳이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었네.

2025-02-20T13:40:49Z

일본의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다큐가 흥미로웠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노인도 스스로 마트에 걸어가 물건을 사 오고, 몸이 불편한 노인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몸단장은 스스로 한다. 직원들은 입소한 노인들이 최대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있다. 그렇게 이 분들의 자유(선택권)를 존중하는 것이 그 시설의 돌봄 방향이라고 한다. 예전

첫 방송 촬영을 마치고

2025-03-16T14:44:06Z

나는 사진 촬영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내 사진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걸 몹시 싫어한다. 내가 왜 그러는지 또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심리가 있는지는 꽤 오래되었다. 사진 찍히는 게 싫다고 말하기 어려워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잘 가지 않는다. 그게 모임이기도 하고, 운동 센터이기도 한다. 그래서 배우지 못

20년 사업 경험을 8글자로 줄이면

2025-03-08T20:07:15Z

가끔 주변 사장들과 이야기를 할 때 '사업이 뭔지, 사업은 어떻게 하는 건지' 등의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 손님 찾아 모으기 사업은 나와 맞는 손님들을 찾아 모으는 일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인기 있기를 바라지만 인지도가 확장이 되지 않는 인기는 한계가 있다. 파이를 키우라는 말처럼 먼저 인지

고객님, 죄송한데 그렇게까지 죄송하진 않아요.

2025-02-11T07:38:43Z

"자영업을 하다 보면 인류애가 사라진다." 어떤 자영업자가 커뮤니티에 쓴 표현이다. 20년을 코앞에 둔 자영업자로서 피부로 와닿는 말이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돌아이 문제은행'에는 새로운 유형의 돌아이들이 매달 발표되는 신곡과 신인가수처럼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상식 있는 척하다가 소위 '희깐한' 것에 꽂혀서 말도 안 되는 억

재미스트